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한겨울 여행 즐기기 ①] 노고단과 지리산 온천랜드
[한겨울 여행 즐기기 ①] 노고단과 지리산 온천랜드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20.01.10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례에서 즐기는 오감 만족 여행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고장, 다양한 걷기 여행 가능해
게르마늄 풍부한 지리산 온천랜드까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례의 노고단은 지리산 주 능선 산행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구례]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함양ㆍ산청ㆍ하동에 뿌리를 둔 지리산(1915m)은 1967년 12월 우리나라 최초로 국립공원에 지정된 명산이자 남한 내륙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산자락 두루두루 쌍계사, 대원사, 칠불사 등의 명찰과 관광명소가 즐비해 언제나 여행과 산행을 겸한 방문이 가능하며, 그중에서도 주 능선 남쪽 땅 구례를 빼놓을 수 없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모두 품은 구례는 지리10경에 꼽히는 ‘노고운해’, ‘직전단풍’, ‘섬진청류’를 포함해 80여km의 지리산 둘레길(작은재~밤재), 산수유 꽃담길, 이순신 백의종군로, 섬진강 대숲길, 화엄사 숲길, 수목원과 휴양림을 겸한 지리산 정원 등 다양한 걷기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산에 좀 다닌다는 사람들은 25.5km의 지리산 종주를 목표로 삼곤 하는데, 이 주 능선 산행의 출발점도 구례의 노고단(1507m)이다.

이 겨울 꼭, 노고단 설경!
‘여기는 차가 올라올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지리산 노고단입니다.’ 오래된 광고 문구처럼 노고단 아래 성삼재까지는 차량 통행도 가능하다. 매점과 카페, 대형 주차장이 있는 성삼재는 남원의 정령치를 거쳐 오를 수도 있으나 이듬해 봄이 될 때까진 도로가 통제된다. 구례에선 하루 6회 군내버스가 다니지만, 역시 겨울철엔 운행하지 않는다. 대신 성삼재 아래 시암재까지는 비교적 제설작업이 잘 이루어져 폭설이 내리지 않는다면 일반 자가용도 오르내릴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노고단대피소에서 노고단 고개로 올라서는 길. 지름길로 가야 덜 지루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성삼재에 도착해 차 문을 여는 순간 예상치 못한 추위가 엄습한다. 한여름에도 산 아랫마을보다 10도는 낮은 곳이니 겨울은 말할 것도 없다. 장갑과 방한 재킷, 모자, 아이젠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주차장에서 노고단까지의 2.8km는 자동차도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지만, 국립공원 관계자와 취재 차량이 아닌 이상 통행은 불가하다.

대신 무던한 오르막이라 걷는 이들에게도 큰 부담이 없다. 길옆엔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평상도 있다. 초입에서 1.5km를 오르면 계단과 우회도로로 길이 나뉜다. 계단을 선택하면 가는 길의 거리는 줄지만, 경사가 가팔라 숨이 가쁘다. 

우회도로는 산을 휘돌아 연결돼 그만큼 거리가 늘어난다. 갈색 나무계단을 선택해 올라서면 평지가 나타난다. 하지만 곧 지름길과 우회길로 다시 나뉜다. 체력에 큰 문제가 없다면 덜 지루하게 느껴지는 짧은 지름길을 택하는 편이 좋다. 이번엔 돌길 오르막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성삼재에서 노고단대피소까지 이어진 등산로.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간단한 식사를 하며 쉬어갈 수 있는 노고단대피소.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성삼재부터 범상치 않던 눈꽃은 노고단이 가까워질수록 토실토실 더 두툼해진다. 눈옷을 입은 나무 사이로 노고단대피소가 보인다. 대피소 매점에선 초코파이나 초코바, 캔 음료 등을 살 수 있다. 대피소 옆으로 식탁과 벤치가 놓였지만 바람이 차므로 실내 취사장을 이용한다. 탁탁, 등산화와 바짓단에 엉겨 붙은 눈을 털어낸다.

취사장으로 들어서자마자 따뜻한 온기가 와 닿는다. 코펠에서 익어가는 라면이며 삼겹살 냄새가 옆에 선 이들의 식욕까지 마구마구 자극한다. 미리 준비해온 머그잔에 드립백 커피를 걸고 뜨거운 물을 부어내린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매점에서 구입한 초코파이 두어 개면 금세 배가 든든하다.

INFO 지리산 노고단대피소
주소
전남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노고단에 올라가려면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탐방 예약을 해야 한다. 현장 발급도 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쪽빛 하늘 아래 빛나는 새하얀 바다
대피소에서 노고단 정상까지도 길이 나뉜다. 이번에도 지름길(돌길 오르막)을 따라 고개까지 올라선다. 겨울 산을 찾은 사람들은 걷고 쉬고를 반복하며 서두르지 않는다. 파랗다 못해 검게 보이는 하늘 아래, 노고단의 새하얀 나무들은 유독 더 빛이 난다.

노고단 고개에서 직진은 지리산 주 능선, 그러니까 삼도봉과 촛대봉을 거쳐 천왕봉까지 이어진 산길이다. 노고단 정상은 오른쪽에 있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마치 새하얀 바다 같다. 잎을 떨어뜨린 앙상한 나무마다 도톰한 눈덩이가 엉겨 붙었다. 모든 꽃과 잎이 지고 없는 겨울, 나무는 홀로 새하얀 꽃을 피웠다. 아니, 파도에 휩쓸리는 산호초처럼 찬바람에 몸을 흔든다. 나무가 흔들릴 때마다 미세한 눈가루들이 반짝이며 흩어졌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새하얀 눈꽃이 도톰하게 피어난 풍경.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천왕봉과 반야봉, 삼도봉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25.5km에 달하는 지리산 종주는 서쪽 끝 노고단에서 동쪽 끝 천왕봉까지의 산행을 말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람도 거세다. 해발 1500m가 넘는 노고단 정상부엔 큰 나무가 없다. 나무는 바람을 피해 키를 낮췄다. 휑한 봉우리 위로 제 세상 만난 바람만 쌩쌩 신나게 불어댄다.

노고단 전망대에 서면 전북 진안 데미샘에서 출발해 호남의 들녘을 적시며 흘러온 섬진강이 보인다. 섬진강은 지리산의 물로 수량을 불린 채 하동과 광양을 지나 바다에 몸을 섞는다. 노고단에서 보는 섬진강은 굽이굽이 아름답다. ‘노고운해’는 저 강이 만드는 풍경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 산 아랫마을은 구름 속에 잠긴다.

정성껏 쌓아 올린 돌탑 앞에선 천왕봉까지 이어진 주 능선과 하동 금오산도 보인다. 겹겹이 펼쳐진 산 사이사이로 푸른 안개가 끼는 날은 그 멋이 한층 더해진다. 노고단 정상까지 닿았다면 이제 걸어온 길 그대로 대피소로 내려와 성삼재로 돌아간다. 바람은 한없이 차갑지만, 몸에선 후끈 열이 오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산동면에 자리한 지리산 온천랜드 입구.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게르마늄 풍부한 지리산 온천랜드
국내 최대 산수유 생산량을 자랑하는 구례 산동면은 지리산 온천랜드로도 유명하다. 지리산 온천은 예부터 만인의 병을 낫게 한다는 ‘방장산하제중약천’으로 소문이 자자해 일제강점기부터 여러 차례 온천 개발이 시도되었던 곳이다.

1995년 지리산 온천관광개발 사업에 성공해 게르마늄 온천수와 광천수를 이용한 지리산 온천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동양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지리산 온천은 단 1%의 화학약품도 섞지 않은 100% 천연 게르마늄 온천인 데다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천혜의 자연경관 속 노천온천 덕분에 특히 인기가 많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지리산 능선을 배경으로 한 지리산 온천랜드. 100% 천연 게르마늄 온천수로 인기가 많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액운을 막아주는 12지신탕 등을 갖춘 노천테마파크.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산행으로 축축해진 옷을 벗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다. 발끝에서부터 스멀스멀 온기가 몰려와 온몸이 노곤하다. 온천장 이용 후엔 황토색 찜질복을 입고 찜질방으로 향한다. 성별이 나뉘어 헤어졌던 일행들과 맛있는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노천탕도 둘러본다. 노천온천테마파크에는 폭 100m, 높이 8~10m의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폭포와 다산을 기원하는 남근석이 모인 탕, 액운을 막아주는 12지신이 새겨진 12개의 탕, 곰바위와 거북바위탕 등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역시 물, 지리산 온천수엔 ‘기적의 물’로 불리는 게르마늄을 비롯해 칼슘·나트륨·불소·마그네슘·칼륨 등 인체에 유익한 광물질이 두루 함유되어 있다.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조금 전 걸었던 노고단 능선을 바라보는 여유는 구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인근 태양식당에서는 쑥부쟁이 산채 백반을 맛볼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돌솥 밥과 함께 즐기는 청기와뜰의 뚝배기 갈비탕.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전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 지리산과 하나되기.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한편, 지리산 온천지구에는 다양한 숙식 시설이 밀집돼 있어 어디서든 맛있게 끼니를 해결하거나 쉬어갈 수 있다. 구례군 꽃나물 명가밥상에 지정된 ‘태양식당’에선 쑥부쟁이 산채 백반을, ‘청기와뜰’에서는 뚝배기 갈비탕을 돌솥 밥과 함께 맛볼 수 있다. 화엄사 입구의 ‘만남가든’은 자연산 송이 전골로 유명하다. ‘노고단게스트하우스&호텔’은 전직 은행지점장이자 여행작가가 운영하는 숙소로 이용자들의 평점이 높은 곳이다. 산동면의 카페 ‘지리산과 하나되기’에선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전도 볼 수 있다.

한편, 지리산 온천랜드에서 차량으로 20분가량 달리면 화엄사를 만날 수 있다. 화엄사는 544년(성왕 22) 연기조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 국보 제67호 각황전과 국보 제35호 사사자 삼층석탑, 보물 제299호 대웅전 등 국가지정 문화재를 다수 보유한 사찰이다. 성인 기준 3500원의 입장료를 받으며, 구층암ㆍ길상암ㆍ연기암 등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화엄사에서 10분 거리에 자리한 천은사는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어 부담 없이 둘러보기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화엄사는 연기조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로 국가지정 문화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례 산동면은 국내 최대 산수유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INFO 지리산 온천랜드
이용요금
성인 1만4000원, 초등학생 이하 1만1000원(노천테마파크ㆍ온천사우나ㆍ찜질방 패키지, 대온천장만 이용 시 성인 1만원, 초등학생 이하 8000원 적용 ※동계 패키지 상품 이용 시 입장시간에 따라 2000원 할인)
운영시간 노천온천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온천ㆍ찜질 오전 7시~오후 9시(주말은 10시까지)
주소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로 261

INFO 화엄사
주소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539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