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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해돋이 여행①] 충북 단양 도담삼봉
[해돋이 여행①] 충북 단양 도담삼봉
  • 박지원 기자
  • 승인 2014.12.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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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과 해돋이가 선사한 황홀경
해넘이 명소로 양평 두물머리, 안동 월영교도 인기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도담상봉 일출 사진 / 박지원 기자

[여행스케치=단양] 해맞이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주목하시라. 가슴 벅찬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명소를 소개한다. 이름하야 도담삼봉. 예부터 풍류명현들이 극찬한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는 법. 도담삼봉에서 평생 잊지 못할 장엄한 일출을 만끽하며 한 해를 힘차게 시작할 기운을 얻자.

정도전도 사모한 세 봉우리
서울에서 출발해 2시간 30분가량을 달렸을 즈음 단양에 도착한다. 북단양 나들목에 접어들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겨울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도담삼봉을 마주할 생각에 들뜬 나머지 휴게소도 한번 안 들르고 부지런히도 달려왔건만. 이런 정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빗방울을 뿌리는 하늘이 매정하다. 그나마 내일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날씨 예보가 제법 위안이 된다.

도담삼봉 관광지 입구. 입장료는 없지만 주차료 2000원을 받는다. 사진 / 박지원 기자

도담삼봉은 단양팔경 가운데 으뜸이자 명승 제44호로 남한강 변 한가운데 솟은 세 개의 봉우리다. 당당한 풍채가 돋보이는 ‘남편봉’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아담한 모양새의 ‘처봉’이, 오른쪽에는 교태를 부리는 듯한 ‘첩봉’이 양옆을 지키고 있다. 도담삼봉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조선왕조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다. 알다시피 정도전의 호는 삼봉이다.

그는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고 이름붙일 만큼 도담삼봉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도담삼봉의 가운데 봉우리에 삼도정이라 일컫는 육각정자가 있는데, 이 정자를 만든 이도, 이곳에 올라 경치를 즐기며 풍월을 읊은 이도 바로 정도전이다.


도담삼봉은 강원도 정선의 삼봉산이 홍수 때 떠내려 와 지금의 도담삼봉이 됐다고 전한다. 여기에 정도전에 얽힌 또 하나의 일화가 있다. 당시 정선은 단양에 삼봉을 즐기는 대가로 세금을 낼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어린 정도전은 “우리가 삼봉을 떠내려 오라한 것도 아니요,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어 아무 소용이 없는 봉우리에 세금을 낼 이유가 없으니 원하면 도로 가져가시오.”라고 했다.

어린 정도전이 기지를 발휘한 덕에 단양은 정선에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도담삼봉을 두 눈에 담고자 한달음에 달려온 기자의 설렘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내리는 비가 원망스러운 심보도 조금은 이해되지 않을까.

도담삼봉 관광지 안에는 심봉 정도전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정도전 사진 / 박지원 기자
단양의 특산품인 흑마늘닭강정은 단양구경시장의 명물이다. 사진 / 박지원 기자

빗소리를 벗 삼아 단양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을 배회하다 단양구경시장 앞에 섰다. 배꼽시계도 울리고 음식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는 마당에 시장을 지나칠 명분이 없다. 이곳에 단양의 명물인 흑마늘닭강정이 있다니 맛봐야겠다. 원주닭집에 도착해 흑마늘닭강정을 주문하자 주인장이 노트를 건네며 전화번호를 적으란다. 20~30분 후에 연락하면 그때 오란다. 덕분에 시장 구석구석을 기웃거린 후 숙소에 들어가 목구멍을 따끔하게 만들 요량으로 맥주 몇 캔을 산다. 이윽고 숙소에 들어와 여장을 풀고 굶주린 속을 달랜다. 따뜻한 온돌방에 앉아 맥주를 들이켠 탓일까. 기분 좋은 피로감이 밀려온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는다지만 혹여나 일기예보를 배신하고 폭풍우가 몰아쳐도 어림없다. 비바람을 뚫고서라도 정도전의 일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담삼봉을 만날 테다. 그것도 해돋이부터 말이다.

처봉, 남편봉, 첩봉으로 이뤄진 도담삼봉의 풍취는 일품이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란다. 사진 / 박지원 기자

말갛게 씻고 솟은 해의 찬란함
요란한 알람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무조건반사적으로 창문을 연다. “기상청아 고맙다. 하늘도 고맙다.” 비가 오지 않음에 감사하며 혼잣말을 뱉는다. 그간 게으른 탓인지 해돋이 명소를 등한시한 까닭인지 몇 년 만에 해맞이에 나선다고 생각하니 설렌다.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도담삼봉과의 조우가 코앞이라고 느껴지니 발걸음이 한 박자 빨라진다. 달리는 차장 밖으로 어렴풋이 도담삼봉이 보이지만 잠시 차를 세우고 뚫어질 듯 빤히 볼 생각은 없다. 그저 곁눈질로 살짝살짝 보면서 벼르고 벼른다. “내 너를 한 치 앞에 두고 원 없이 봐주마.”


주차장에 차를 대고 선착장 쪽으로 난 길을 따라 1분여를 내려갔을까. 붉은 빛이 감돌기 시작한 여명 아래 놓인 도담삼봉의 풍취는 잔잔한 강물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거드는 덕에 그야말로 액자 속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어디 그뿐이랴. 이 모든 풍광이 마치 거울과도 같은 고요한 수면 위에 선명하게 찍히니 어느 것이 실제이고 어느 것이 허상인지 모를 데칼코마니가 따로 없다. 얼마나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을까.

붉은 기운을 머금고 있던 여명도 이제 해돋이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경이롭다고 해야 할까. 장엄하다고 해야 할까. 붉은 빛줄기를 시작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태양을 보고 있노라니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시 한 구절이 뇌리를 스친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박두진은 그의 시 <해>를 통해 해가 뜨기를 기다리며 고운 날을 누리겠다는 염원을 내비쳤다. 그의 바람처럼 솟구치는 태양을 하염없이 바라보니 새해에 대한 가슴 벅찬 설렘과 지난해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한다. 꼭두새벽부터 칼바람을 맞으며 바지런을 떤 보람이 있다.

단양8경 중 2경인 석문은 자연이 만든 걸작이다. 사진 / 박지원 기자
단원김홍도는 '도담삼봉도'를 통해 도담삼봉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사진 / 박지원 기자

해돋이의 감흥을 온전하게 간직하고 단양팔경 중 2경이자 명승 제45호로 지정된 석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도담삼봉에서 상류 쪽으로 조금 걷다보니 전망대로 향하는 계단으로 접어든다. 숨이 조금 찰 정도로 10분 남짓 올라가 오솔길을 따라가니 너른 품을 활짝 연 석문이 맞이한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바위에 조그맣게 뚫린 구멍이겠거니 했는데, 높이가 수십 척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크기다. 직접 맞닥뜨리니 자연의 솜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무지개를 닮은 석문 너머로 자리 잡은 남한강과 건너편 마을의 풍경도 일품이다.


석문을 뒤로 하고 다시 도담삼봉으로 내달린다. 여명과 해돋이와는 다른, 또 어떤 감격을 선사해줄지 궁금하다. 다시 마주친 도담삼봉은 오묘하고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며 남한강의 옥빛 물결을 비단삼아 두르고 앉았다. 이처럼 그윽한 운치를 자아내는데 풍류명현들이 가만히 둘리 없었을 터.

단양 군수였던 퇴계 이황은 시로 노래했고, 조선 최고의 묵객인 단원 김홍도는 화폭에 담았으며, 추사 김정희도 “품격과 운치가 신선 그 자체”라고 극찬했다. 옛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승경을 보고 느끼는 감회는 별반 다를 게 없는 듯하다.

Info 도담삼봉
요금 입장료 무료, 주차료 2000원
주소 충청북도 단양군 매포읍 삼봉로 644-13


이 밖의 강에서 즐기는 해넘이 명소

1. 양평 두물머리

두물머리 사진 / 박지원 기자

두물머리의 아름다운 풍경은 시대를 초월한다. 조선시대 이건필의 두강승유도와 겸재 정선의 독백탄으로 남겨져 있으니 말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물이 합쳐진 곳으로 한강의 시작이기도 한 두물머리는 무엇보다 해돋이 명소로 유명하다.

감동과 희망이 피어오르는 두물머리 해돋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여기에 이른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까지 거들면 그야말로 일품이다. 황포돛배와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어우러진 풍광도 연중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주소 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697

2. 안동 월영교

월영교 사진 / 박지원 기자
월영교 사진 / 박지원 기자

430여 년 전 경북 안동에 실존한 이응태 부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스며있는 곳. 이응대의 처는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난 남편을 위해 머리카락과 삼을 섞어 미투리를 만들었는데, 월영교는 이 미투리를 모티프로 지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책 인도교로 다리 한가운데는 월영정이 위치하고 있다. 월영교는 숨은 해돋이 명소이기도 하다. 고운 색깔을 띤 여명의 빛이 걷히고 서서히 떠오르는 붉은 해의 웅장한 자태는 경이로움까지 선사한다. 월영교는 형형색색의 조명과 달이 어우러진 야경도 선보인다.
주소 경북 안동시 상아동, 성곡동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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