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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비경 트레킹] 전남 화순 옹성산 일주 트레킹
[비경 트레킹] 전남 화순 옹성산 일주 트레킹
  • 박효진 기자
  • 승인 2014.1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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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사진 / 박효진 기자

[여행스케치=화순] 전남 화순에는 특이한 모습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띄는 산이 있다. 마치 항아리를 엎어 놓은 듯한 모습과 산등성이에 산성이 있어 옹성산(甕城山, 572m)이라는 이름이 붙은 산이다. 중생대 백악기말에 있었던 화산 활동의 영향으로 항아리 모양의 독특한 모습을 갖춰 지역 주민들이 항아리의 사투리인 ‘독아지’에서 이름을 따 ‘독아지산’이라고도 부르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이런 옹성산이 최근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을 알음알음 끌어 들이고 있다. 근래 남도여행의 핫이슈로 떠오른 동복호의 화순적벽이 이 옹성산의 서쪽 사면이고, 산등성이에서 너른 동복호와 남도의 산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산행객의 감탄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옹성산 일주 트레킹의 들머리는 옹성산 쌍두봉 아래 자리 잡은 제2주차장에서 시작하면 좋다. 이곳에는 차를 댈 수 있는 주차장과 임시 화장실이 있고, 이곳을 출발해 쌍두봉을 거쳐 능선을 따라 옹성산 정상에서 동복호를 본 후 하산 길에 항아리 모양의 옹암바위를 들르는 ‘O’자형 코스가 가장 편리하기 때문이다. 제1주차장에서 시작하는 산행 코스도 있지만 이 길은 군부대가 유격훈련장으로 쓰고 있는 더 험한 지형을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그리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산행을 나선다. 길을 따라 얼마 걷지 않았는데 쌍두봉 방향을 가리키는 첫 번째 이정표가 보인다. 초입부터 만만치 않은 산행길이다. 널찍하고 잘 정돈된 길이지만 경사가 급한 길을 따라 걸으니 숨이 조금씩 가빠지기 시작한다. 잘 정비된 소나무 숲길을 10분쯤 올랐을까? 내 앞을 막아서는 좁고 기다란 급경사의 계단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계단을 따라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계단을 디디니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골짜기의 매서운 찬바람이 온몸을 휘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등에서는 땀이 쉴 새 없이 솟아난다. 누군가가 운동하기 딱 좋은 산이라더니 과언이 아니다. 15분여 동안 천근만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계단을 다 올랐더니, 그 위로 계단보다 더 급한 경사면에 안전로프가 매여져 있다. 내 앞을 먼저 오르는 이를 바라보니 아침에는 네발이라는 그 말이 딱 들어맞는다. 다행히 로프로 올라야하는 구간이 그리 길지 않아 금방 쌍두봉 갈림길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옹성산 일주 트레킹 길은 낙엽을 밟고 걷는 재미가 있지만 눈이 내리면 조심해야 한다. 사진 / 박효진 기자
쌍두봉 갈림길 아래 계단길은 첫 번째 난관이다. 사진 / 박효진 기자
옹성산 정상 부근에서 바라본 동북호 전경. 멀리동북호 망향정이 보인다. 사진 / 박효진 기자
탐스럽게 붉은 찔레 열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 / 박효진 기자

 

쌍두봉 갈림길에 올라 잠시 숨을 돌리고 살펴보니 한쪽은 절벽, 한쪽은 낭떠러지 길이 좁게 펼쳐진다. 그 길을 따라 얼마쯤 걷다가 모퉁이를 돌아서니 지금까지 거쳤던 곳과는 확연히 분위기가 다른 곳으로 들어선다. 옹성산을 자주 찾는 산행객들이 비밀의 정원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곳은 참 신비한 곳이다. 옹성산 다른 지역의 식물은 한겨울답게 메마르고 탁한 빛을 뿜는데 반해 이곳의 나무와 풀은 한겨울에도 비록 옅지만 푸른색을 간직하고 있다. 산 정상에서는 보기 힘든 푸른 대나무까지 이곳에 빡빡하게 자라고 있으니 비밀의 정원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다.

비밀의 정원은 한 겨울에도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 사진 / 박효진 기자
옹성산 산등성이에서 바라본 남도의 산하가 부드러운 능선을 자랑한다. 사진 / 박효진 기자

 

비밀의 정원에서 잠시 쉬었다 다시 길을 나선다. 갑자기 시야가 탁 터지며 양 옆으로 천 길 절벽을 품은 널따란 너럭바위의 산등성이 길이 나타난다. 한쪽 절벽 끝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가까이로는 옹성산의 상징인 옹암바위의 신묘한 모습이, 멀리로는 부드러운 남도의 겨울 산하가 끝없이 펼쳐진다. 때마침 바람까지 불어오니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해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남도의 산하가 옹성산 산행 중 백미로 꼽힌다더니 정말 그렇다. 말없이 남도의 산하를 쳐다보길 몇 분여,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다시 일어난다. 

바위에 두 개의 문이 뚫린 쌍문바위는 옹성산의 또 다른 상징이다. 사진 / 박효진 기자
옹성산성의 흔적과 붉은 담쟁이 덩굴이 잘 어울린다. 사진 / 박효진 기자

고려시대 때 왜구의 침입을 대비해 쌓았다고 전해지는 옹성산성의 흔적이 너럭바위 끝에 보인다. 산성에 다가가 겹겹이 쌓인 역사의 흔적을 바라보다가 옹성산성 옆길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다시 길을 나선다.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옹성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과 옹암바위 쪽으로 내려가는 갈림길로 들어선다. 동복호의 비경을 한눈에 보려면 옹성산 정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옹성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초입 부분의 경사가 급하다. 숨이 가빠오지만 그것도 잠시, 초입을 넘어서니 역시나 쌍두봉 갈림길 방향을 오를 때처럼 분위기가 확 바뀌며 신비감을 더해준다. 옹성산길은 참 희한하다. 초입은 경사가 가팔라 힘이 들지만 초입만 넘어서면 마치 고향의 뒷동산을 걷는 것처럼 평온하고 안온한 길이 나타나 분위기가 확 바뀌기 때문이다. 


산죽(山竹) 사이로 낙엽이 수북이 덮인 길을 따라 걸으니 평온하고 고요하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사그락 거리는 소리, 바람이 부는 소리가 어우러져 한적한 고향의 길을 걷는 것처럼 기분이 한없이 편안해진다. 얼마쯤 걸었을까? 산 정상 부근의 길모퉁이를 돌아서니 동복호의 비경이 눈앞에 한가득 펼쳐진다. 내가 서있는 이곳 아래쪽의 절벽이 육당 최남선이 조선 10경으로 꼽고, 방랑시인 김삿갓이 경치에 반해 생의 마지막을 함께한 화순적벽이다. 그 화순적벽의 정상이 바로 내가 딛고 선 이 자리다. 이 자리에서 화순적벽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동복호의 비경과 남도의 산하가 화순적벽을 대신해 내 마음속 환희를 불러일으킨다. 

옹성산은 높이에 비해 초입의 산세가 험해 산에 오를 때와 내릴 때 힘들다. 그래서 눈이 내리거나 얼음이 얼면 최대한 조심해서 산행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산등성이에 오르면 쉬이 잊히지 않을 만큼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비경에 그 모든 고생을 잊게 해주는 길이 바로 이 길이다.  
  
info. 옹성산 일주길
1코스: 제2주차장-쌍두봉 계단-쌍두봉 갈림길-옹성산성-하산-옹암 삼거리-옹암바위-제2주차장
2코스: 제2주차장-쌍두봉 계단-쌍두봉 갈림길-옹성산성-옹성산 정상-하산-백련암 터-쌍문바위-옹암 삼거리-옹암바위-제2주차장
거리: 1코스 4km, 2코스 5.3km
소요시간: 1코스 2시간 20분, 2코스 3시간 30분
주소: 전라남도 화순군 동복면 안성리 294-2번지 (내비검색어 ‘옹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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