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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③ 시간여행101] 재깍재깍 시곗바늘 돌려 만나는 군산의 옛 얼굴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③ 시간여행101] 재깍재깍 시곗바늘 돌려 만나는 군산의 옛 얼굴
  • 조아영 기자
  • 승인 2020.01.16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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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근대문화거리서 만나는 1930년대 흔적
옛 군산세관ㆍ뜬다리부두 등 과거 헤아려보게 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신흥동 일본식 가옥까지
사진 / 조아영 기자
근대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근대생활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군산] 수많은 여행자들로 붐비지만, 화려하게 낯을 바꾸거나 제 속도를 잃지 않는 도시. 일제의 혹독한 수탈을 온몸으로 겪어냈으나 아픈 역사와 흔적을 꼭 품은 채 결코 잊지 않는 마을. 시곗바늘을 돌리듯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며 군산에 남은 1930년대를 마주했다. 

군산의 옛 얼굴을 만나려면 원도심에 자리한 근대문화거리로 향해야 한다. 1899년 개항 후 일제가 한반도의 쌀을 수탈해 실어 날랐던 군산항 일대, 이곳에는 관공서와 회사 등 다양한 쓰임새를 지녔던 오래된 건물이 곳곳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진 시절을 켜켜이 들여다보기 위해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 들어섰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있으랴
근대문화거리에서 유독 눈에 띄는 외관을 지닌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은 2011년 문을 연 공간이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가 시선을 붙잡는다. 하나의 인용구처럼 널리 알려진 글귀지만, 오랜 시간 마음을 묵직하게 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문구.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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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에 쌀을 실어 날랐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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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미곡 시세 현황을 적어둔 군산미곡취인소의 칠판.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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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역을 재현한 공간에서 전시물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 / 조아영 기자

군산항의 역사를 다룬 해양물류역사관을 지나 3층으로 향하면 근대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근대생활관’에 닿게 된다. 고무신 가게, 군산극장, 임피역 등 1930년대 군산의 거리를 채웠던 시설을 마치 세트장처럼 한데 재현한 공간이다. 일제의 통제 속에서도 치열한 삶을 살며 저항했던 사람들의 면면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고무신 신어보기, 탁본 체험 등 다양한 체험 거리가 마련돼 있어 어린이들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옛 군산세관은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로 꼽힌다. 1993년 바로 곁에 신청사가 지어졌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과거 일제가 쌀 수탈을 위해 조성한 뜬다리 부두. 사진 / 조아영 기자

박물관 좌측에는 독특한 멋을 내는 옛 군산세관이 자리한다. 붉은 벽돌과 뾰족한 첨탑이 인상적인 이곳은 낮에는 세관으로, 밤에는 일본인들의 연회장으로 쓰였다. 임기수 군산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옛 군산세관 건물은 서울역, 한국은행과 더불어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로 꼽힌다”라며 “1990년대까지도 이 건물에서 업무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한다. 1993년 신청사가 지어지면서 현재는 군산항의 옛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다.

옛 군산세관에서 항구 방향으로 7분 남짓 걸으면 뜬다리 부두(부잔교)를 만날 수 있다. 일제가 언제든 선박을 정박할 수 있도록 밀물과 썰물에 맞춰 위아래로 움직이도록 조성한 시설물이다. 총 6기 중 절반인 3기가 현재까지 남아 있어 과거의 모습을 헤아려보게 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박물관 곁에 자리한 근대미술관은 구 일본18은행 건물을 개·보수한 공간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외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INFO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관람료
성인 3000원, 청소년ㆍ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박물관 통합권, 박물관과 근대미술관ㆍ건축관ㆍ위봉함 관람 가능)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9시(첫째, 셋째 주 월요일 휴관)
주소 전북 군산시 해망로 240

거리에 산재한 그 시절 흔적들
박물관에서 넉넉잡아 20분이면 붉은 담장을 두른 신흥동 일본식 가옥에 닿게 된다. 한반도에서 재산을 불린 포목상 히로쓰가 지어 올려 몇 해 전만 해도 ‘히로쓰 가옥’이라 불렸던 곳. 2009년 등록문화재 제183호로 지정되며 정식 명칭 또한 다듬어졌다.

내부에 들어서면 정돈된 정원과 2층짜리 일본식 주택이 나타난다. 영화 <타짜>, <장군의 아들> 등 다양한 작품 속 무대로 등장하면서 눈길을 끈 이곳은 사진 명소로도 이름나 여행자들이 꼭 찾는 공간이기도 하다. 건물 내부는 현재 보호를 위해 관람이 제한되며, 외부만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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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등록문화재 제183호로 지정된 신흥동 일본식 가옥.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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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작품 속 무대로 쓰였던 가옥은 현재 보호를 위해 내부 관람이 제한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주택에 딸린 정원을 벗어나 동국사로 향하는 길에는 또 다른 적산가옥 하나가 눈길을 잡아끈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에서 2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책방 마리서사는 아파트 단지 골목 사이 모나지 않게 스며있다. 책방 이름은 <세월이 가면> 등으로 잘 알려진 박인환 시인이 종로 낙원동에 차렸던 서점 이름을 고스란히 따온 것이다. 작가와의 만남 등 책과 관련된 행사도 진행해 서점과 문화 공간 역할을 겸하고 있다. 마음에 울림을 준 문장을 써 내려간 메모와 책 곁에 둔 코멘트를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동국사 대웅전을 바라보는 자리에 세워진 군산 평화의 소녀상.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대웅전을 살펴보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여행객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국내 유일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대웅전에서는 단청과 풍경을 찾아볼 수 없어 독특하게 느껴진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마리서사에서 10분가량 걸으면 동국사를 만날 수 있다. 1909년 일본 승려에 의해 창건된 동국사는 36년간 일인에 의해 운영되다 1945년 해방을 맞이해 우리 품에 돌아온 사찰이다. 국내 유일한 일본식 사찰인 만큼 대웅전 외벽 창문 등을 보면 일본색이 짙게 묻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느 절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단청과 풍경 또한 찾아볼 수 없어 더욱 독특하다. 대웅전을 바라보는 곳에는 일제의 만행을 기억하는 군산 평화의 소녀상이 서 있어 마음이 더욱 아릿해진다. 사찰 후문을 나서면 인근에 자리한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을 함께 둘러보며 우리 민족이 걸어온 발자취를 복기할 수 있다.

INFO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시간여행101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7권역 시간여행101로 선정된 4개 지역 중 군산은 근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매년 10월이면 군산시간여행축제를 개최해 수탈의 아픔 등 군산의 역사를 바로 알리고, 1930 장터, 3.5만세운동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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