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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가족여행] 엄마와 아이만 찾은 조금은 쓸쓸한 자월도 달빛 밝은 섬, 함께였다면 진심이 보였을까 
[가족여행] 엄마와 아이만 찾은 조금은 쓸쓸한 자월도 달빛 밝은 섬, 함께였다면 진심이 보였을까 
  • 이수인 기자
  • 승인 2006.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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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6년 6월. 사진 / 이수인 기자
가족끼리 떠난 자월도 여행. 2006년 6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여행스케치=인천]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한 전날 부부싸움을 했단다. 결국 엄마 정숙씨만이 아이들을 데리고 서해바다로 떠나왔다. 비 내린 다음날 맑게 갠 하늘은 바다와 같은 빛깔로 맞닿아 있는데 두 사람의 마음의 거리는 아직 멀다.

아차! 간발의 차이로 자월도행 첫배를 놓쳤다. “엄마, 그럼 우리 이제 집에 가는 거야?” 처음으로 배를 타게 되었다며 좋아라 했던 민규가 실망한 눈치다. 그런 동생을 약 올리려는 듯 민정이가 “나는 옛날 옛날에 배 타봤는데, 그지 엄마?” 한다. 

일요일 아침, 잠에서 덜 깬 아이들을 흔들어 급하게 달려온 인천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 그동안 야근에다 철야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가는 회사일로 아이들 얼굴조차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미안한 마음에 오늘 하루는 제대로 엄마 노릇 해보려 했건만 이렇게 되고 말았다. 

다음 배를 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바다 바람이나 흠뻑 쐬자며 시화방조제로 핸들을 돌렸다.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바다가 다른 쪽에는 시화호가 드넓게 펼쳐진다. 

아이들이 갯벌을 향해 돌멩이를 던진다. 2006년 6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자동차를 실은 대부해운 카페리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간다. 2006년 6월. 사진 / 이수인 기자

긴 방조제 끝에 도달하자 아담한 기념공원이 하나 있다. 아이들에게도 도시공간은 답답했던지 갯바람이 부는 공원에 도착하자, ‘나 잡아봐라~’도 아니고 뭐가 그리 신나는지 온 공원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선착장에서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앉자 칼국수 몇 가닥 후루룩 받아먹은 아이들은 부리나케 식당 뒤편 갯벌 모래사장으로 뛰어나간다. 선착장 안에 차를 두고 왔으니 한 잔씩만 하자면서 술도 한 병 시켰다. 

두어 번 잔이 오가자 일주일 전부터 계획했던 가족여행에 왜 아빠만 빠졌는지 이야기한다. 전날 사소한(?)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국 마음 상한 애들 아빠가 한마디로 삐졌단다. 갈등 없이 사는 부부가 어디 있겠냐마는 바쁜 일정을 쪼개어 떠나온 여행인데, 웬만하면 풀고 같이 오지 그랬냐고 하자 심드렁한 표정이다.  

배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해안선을 오가는 4륜 오토바이를 타보겠다며 아이들이 성화다. 떼쓰는 아이들을 간신히 설득해 선착장으로 향하는데 그새 어린 아들은 엄마 등에 찰싹 업혔다. 앞장서서 걷던 민정이가 어린이집에서 배웠다며 선창하자, 세 모자가 종달새처럼 입을 모아 노래한다. 

바닷가에서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 2006년 6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어제 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 손에는 크레파스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음음!” 

하늘 아래 행복한 곳은 
나의 사랑 나의 아이들이 있는 곳입니다. 

한 가슴에 안고 
온 천지를 돌며 춤추어도 좋을 
나의 아이들. 

이토록 살아보아도 
살기 어려운 세상을 
평생을 이루어야 할 꿈이라도 깨어 
사랑을 주겠습니다. 

- 용혜원의 <가족>중에서 

뱃길을 달려 한 시간 만에 도착한 자월도 달바위 선착장. 아침·점심으로 두 번 배가 운행하는데, 이제야 점심배를 타고 들어왔으니 뭍으로 나가는 마지막 배 시간을 맞추려면 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고작 한 시간 반 정도. 푸르름이 짙게 배인 아담한 마을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섬을 모두 둘러보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갯바위 위에서의 한가로운 점심식사. 2006년 6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선착장 앞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2006년 6월. 사진 / 이수인 기자

한적한 도로가에 차를 세우자 신이 난 아이들이 백사장으로 달려간다. 썰물이 빠져나간 해변은 아이들이 놀기에 안성맞춤이다.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는데, ‘백만돌이 건전지’도 아니고 아침부터 오후까지 지칠 줄을 모른다.

해변을 뛰어다니던 두 아이가 백사장 한쪽에 쪼그리고 앉았다. 이제 막 한글을 떼기 시작한 민정이가 모래 위에 자신의 이름을 쓰더니 그 옆에다 아빠, 엄마 그리고 동생의 이름을 한자 한자 쓰고 있다. 민규는 알 수 없는 혼자만의 그림세계에 빠져있다. 축축한 모래 위에 철퍼덕 주저앉아 아이들이 손등 위에 모래집을 쌓는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세상이 많이 변했다지만 자연 속에 던져진 아이들이 노는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웃음이 난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2006년 6월. 사진 / 이수인 기자
호젓하게 해변을 거니는 엄마와 아이들. 2006년 6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집에 혼자 남아있는 아빠는 아직도 마음이 풀리지 않았는지 하루 종일 전화 한 통 없다. 저녁 먹으러 나오라고 먼저 전화해보라고 말을 건네 봤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엄마는 통 말이 없다. 이렇게 떠나와서도 상한 마음이 풀리지 않는 걸 보니 크게 삐지긴 이 쪽도 마찬가지인 듯.

큰 애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데, 부부는 이만큼을 함께 살아도 서로의 속을 알 수 없는가 보다. ‘달빛 밝은 섬’이라는 자월도에 부부가 함께 왔다면 혹시 서로의 진심이 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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