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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드라이브 마니아] 강원 삼척 낭만가도 드라이브여행
[드라이브 마니아] 강원 삼척 낭만가도 드라이브여행
  • 박효진 기자
  • 승인 2015.04.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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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여행스케치=삼척] 여행스케치 기자들은 매달 취재를 위해 구석구석 전국 팔도를 달린다. 한번 나서면 1000km가 넘는 먼 길을 가야하지만 운전을 즐긴다면 이마저도 즐거움이 된다. 그러다 절경을 낀 길을 만나기라도하면 운전은 어느 순간 유희로 바뀐다. 오늘은 운전마저도 유희가 되는 강원도 삼척의 낭만가도를 달리며 자동차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해보자.

한때 자동차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달려보기를 원하는 도로가 있었다. 굽이굽이 자리 잡은 해안도로를 따라 푸른 바다를 안는 듯한 기분으로 천천히 해안 절경을 감상하며 운전하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그 길. 그 길은 자동차여행을 즐기는 여행자에게 이상향이요, 축제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 길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그 길은 더 빠르게, 더 넓게 변하며 해안 절경과 운전하는 즐거움을 하나둘 빼앗아 가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그 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을 자랑했던 삼척-울진 구간도 새로 건설된 쭉쭉 뻗은 고속화도로에 그 이름을 내주고 잊힌 듯했다. 그랬던 그 길이 옛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해 ‘낭만가도’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바로 옛 7번 국도에 관한 얘기다.

장호항 둔대바위성 정자 입구에는 어미 고래와 새키고래의 조형물이 있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장호항 둔대바위성 정자 입구에는 어미 고래와 새키고래의 조형물이 있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낭만가도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다

낭만가도는 강원도 동해안의 고성에서 속초, 양양, 강릉, 동해를 거쳐 삼척까지 늘어선 강원도 내 포구와 포구 사이를 옛 7번 국도와 지방도로를 연결해 조성한 관광도로다. 낭만가도는 동해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해안선과 그 해변에 자리 잡은 기암괴석은 물론 주변에 들려볼만한 관광지도 많아 자동차여행객이 즐겨 찾는 도로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옛 7번 국도 삼척 구간의 초곡항에서부터 신남항까지, 낭만가도의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약 12km 구간의 길을 찬찬히 달리며 구석구석 둘러볼 참이다. 사실 낭만가도를 달릴 때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보다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것이 해안을 바라보는 운전자와 동승자의 시선을 더 즐겁게 해주고, 아침 해 뜨는 시간에 맞추면 차창 밖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일출의 환상적인 풍경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언제, 어떻게 달려도 강원도의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즐길 수 있는데 시간과 코스가 뭐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삼척 시내를 빠져나온 차량이 자동차전용도로로 새롭게 태어난 7번 국도로 올라선다. 과연 7번 국도가 달라지긴 많이 달라져 있다. 삼척 시내에서는 그나마 해변 근처로 꾸불꾸불 나있던 길이 전용도로로 올라서니 해변과 멀찍이 떨어져서 쭉쭉 뻗어 있다. 고속도로 저리가라 할 정도로 길이 잘 닦여 있으니 이 길을 달리는 차들이 엄청나게 속력을 올려댄다. 그들과 나란히 속도를 맞춰서 달리길 15분여쯤, 궁촌교차로에서 차량을 내려 구불구불한 낭만가도로 접어든다. 

낭만가도로 접어드니 마음이 편해지면서 옛 추억이 떠오른다. 사실 20여 년 전 혈기왕성하던 시절, 갓 면허증을 따고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몰라도 왕초보가 겁도 없이 운전대를 잡고 친구들과 함께 이 길을 신나게 달린 적이 있었다. 당시 왕복 2차선의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었지만 해안선을 따라 달리며 친구들 모두 목청껏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던 추억이 아직 남아 있다. 길은 그대로건만 그 시절 친구들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다 보니 차는 어느덧 초곡항 조금 못 미쳐 자리한 삼척해양레일바이크 초곡휴게소 주변을 지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문암해변의 풍경이 멋지다기에 잠시 차를 세우고 휴게소에 들어선다. 휴게소에서 문암해변 쪽 동해바다를 바라보니 듣던 대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기기묘묘한 갯바위가 늘어선 문암해변에 거센 포말을 일으키며 파도가 부딪혀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문암해변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 몇 장을 건지고 다시 초곡항 쪽으로 차를 몰아간다.

초곡항 초입 언덕에 올라서니 초곡항 마을 쪽에 뭔가 특이한 상징물이 보인다. 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기다. 이런 곳에 웬 오륜기인가 하는 생각으로 초곡항으로 내려가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황영조 기념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초곡항, 즉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초곡리는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다. 초곡항을 조금만 둘러보면 쉽게 황영조의 생가를 찾을 수 있다. 황영조의 생가에 올림픽기가 선명하게 장식돼 있어 지나치려야 지나칠 수 없으니 말이다. 

초곡항은 전형적인 작은 시골 어촌마을이다. 파도가 조금 거센 탓인지 출항한 배가 거의 없고 여기저기서 그물을 손질하거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어민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평화로운 오후를 느긋하게 즐기는 포구와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며, 마을 곳곳에서 생선을 널어 말리는 모습과 초곡항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초로의 어부 사진 몇 장을 건지고 다음 목적지인 용화해변과 장호항 쪽으로 차를 몰아간다.

장호항전망대에서 용화해변과 장호항의 비경이 한눈에 접한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장호항전망대에서 용화해변과 장호항의 비경이 한눈에 접한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비경 해안이 시선을 사로잡는 한국의 나폴리

용화해변과 장호항 쪽으로 차를 몰아가는 길은 도심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운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바다와 멀어졌다 다시 가까워지는 낭만가도를 따라 굽이굽이 굽은 길이 나타나고,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통에 잠시라도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가 없는 구간이다. 

차창을 내리고 기분 좋은 청량감으로 용화해변 초입의 언덕을 막 올라서는데, 갑자기 사위가 뻥 뚫리며 용화해변과 장호항을 한눈에 잇는 장관이 펼쳐진다. 낭만가도의 백미로 꼽히는 장호항전망대다. 장호항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용화해변과 장호항을 잇는 해안선은 아름다운 풍경이 많은 동해안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지나치랴. 장호항전망대에 차를 세우고 아찔한 해안절벽 쪽으로 다가가보니 마치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서 용화해변과 장호항의 비경이 한눈에 잡힌다. 동해안의 아름다운 풍경과 파란 하늘, 푸른 바다가 함께 어우러지니 장관이 따로 없다. 특히 부드럽게 구부러진 해안선을 따라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가 해변으로 거세게 밀려드는 모습에서 자연의 웅장함이 느껴져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탄성만 내지르다 다시 길을 재촉한다.  

용화해변에 잠시 들러 아무도 디딘 이 없는 깨끗한 해변에 발자국을 남기고 다시 차를 장호항으로 몰아간다. 용화해변과 가까이 자리한 장호항은 미항(美港)으로 소문난 이탈리아 나폴리와 해안선이 꼭 닮아있어 한국의 나폴리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예쁜 해안선 외에도 항구 주변에 기묘하게 생긴 갯바위와 작은 바위섬이 여럿 있어 평일에도 이곳을 찾는 연인과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어슬렁거리며 장호항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시 차를 몰고 길을 나선다. 

장호항을 빠져나와 다시 낭만가도에 올라 이제 좀 달리나 싶더니 불과 5분도 못 가서 작은 항구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갈남항이다. 포구 앞에 자리를 잡은 아름다운 섬 월미도로 유명한 갈남항은 주변의 장호항에 묻힌 감이 있지만 한적한 포구를 찾는 여행지로는 적격인 곳이다. 갈남항에서 작은 항구의 평화로운 오후를 즐기다 이제 마지막 목적지인 신남항 방향으로 차를 몰아간다. 

신남항은 삼척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해신당(海神堂) 공원으로 유명한 포구다. 예로부터 이 마을에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옛날 이 마을에 살던 애랑이라는 처녀가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애바위에서 미역을 뜯다가 풍랑이 거세져 바다에 빠져 죽었는데, 그 뒤로 고기가 잡히지 않고 마을에 우환이 뒤따랐다. 마을 사람들이 전전긍긍해하자 애랑이 꿈속에 나타나 처녀로 죽은 자신을 양기(陽氣)로 달래달라고 하자, 마을 사람들이 나무로 남근(男根) 모형을 깎아 죽은 애랑을 달래며 해신당을 지어 그녀를 기리게 된다. 이것이 이 마을에 전해지는 그 유명한 해신당 설화다.

황영조의 생가. 오륜기로 치장되어 있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황영조의 생가. 오륜기로 치장되어 있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흥정하는 재미가 있는 행신당공원 앞의 난전에서 아주머니가 맛보기용 도루묵을 굽고 있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흥정하는 재미가 있는 행신당공원 앞의 난전에서 아주머니가 맛보기용 도루묵을 굽고 있다.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해신당 공원에 가면 공원 관람을 마치고 내려오는 관광객들의 재미난 표정을 볼 수 있다. 마치 흉측한 것을 보기라도 하듯 입을 가리고 깔깔대는 우리네 어머니들과 짐짓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헛기침만 연발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에서 해신당 공원에 전시된 남근의 흉측함(?)을 에둘러 알 수 있을 정도다. 관광객을 위해 주차장 앞에 펼쳐진 건어물 난전을 기웃거리다, 관광객 틈에 섞여 도루묵 구이도 맛보고 건가자미를 집어 들고 흥정을 벌이다 결국 못 이긴 척하며 가자미를 집어 들고 만다.

월미도를 배경으로 한 낭만가도 안내판.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월미도를 배경으로 한 낭만가도 안내판. 2015년 5월 사진 / 박효진 기자

봄의 향기가 가득한 5월, 옛 7번 국도의 정취가 오롯이 살아있는 낭만가도를 찾아 옛 추억을 떠올리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찬 활력도 얻어 보는 여행은 어떨까. 지금 이 순간에도 동해의 아름다운 비경이 당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INFO.
초곡항
주소: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초곡리 20-46

장호항
주소: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장호리 3-1

신남항
주소: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갈남리 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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