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놀멍쉬멍 제주도 비밀코스⑧] 송악산에서 군산오름까지 사계해안 완전정복
[놀멍쉬멍 제주도 비밀코스⑧] 송악산에서 군산오름까지 사계해안 완전정복
  • 송세진 여행 칼럼리스트
  • 승인 2015.04.13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5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2015년 5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여행스케치=제주] 사계해안도로의 랜드마크는 형제섬이다. 제주 남쪽 바다 특유의 짙푸른 물빛 위로 고래 꼬리 같은 돌섬이 보인다. 날씨에 따라 가깝게도 멀게도 보이고, 각도에 따라 모습도 조금씩 다르다. 이번 여행에서는 형제섬을 중심으로 컴퍼스를 그려본다. 

 

송악산 둘레길에 있는 일제 동굴진지. 2015년 5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송악산 둘레길에 있는 일제 동굴진지. 2015년 5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송악산둘레길에서 보는 형제섬, 산방산 
제주에는 산이지만 바다를 보는 길이 있다. 바로 송악산둘레길이다. 송악산은 높이 104m의 낮은 산이지만 정상에 오르는 길이 편안하지 않다. 미끄러운 화산쇄설물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둘레길은 걷기에도 편하고 볼거리도 많다. 왼쪽으로는 사계해안도로와 형제섬, 산방산, 한라산이 보인다. 전망대 1에서 전망대 3까지 걷는 동안에는 가파도와 최남단 섬인 마라도까지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송악산에서 모슬포로 이어지는 최남단해안로와 알뜨르비행장 등의 올레 10코스, 그리고 대정읍 해안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길을 걷다 보면 방목하는 말을 볼 수 있다. 자유롭게 산을 누비고 다니는 데다 매일 보는 경치가 이 정도니 제주말 중에서도 행복한 녀석들이겠다. 표지판은 입구에서 왼쪽 길로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돌아오도록 되어 있지만 어느 방향이나 관계없다. 

부남코지에서 보면 해안절벽의 모습이 잘 보인다. 특히 이곳은 송악산의 다른 이름인 ‘절울이오름’의 유래가 된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쪽에서 들리는 파도소리가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절’은 물결이라는 뜻의 제주방언으로,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우는 곳’ 이라는 의미이다. 절벽 표면의 구불구불한 가로줄 무늬가 파도와 만나 더 큰 울림을 만들고 있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부남코지는 낚시꾼들이 최고로 꼽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송악산은 아픔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은 진지동굴을 만들어 이용했는데 이런 동굴이 송악산에 60여 개소나 된다. 이 중에서 절벽 아래쪽의 동굴은 소형선박을 숨겨두던 곳이다. 이 배로 연합군 함대를 폭파하는, 이른바 ‘자살폭파공격’을 하려고 했고 ‘一’자형, ‘H’자형, ‘ㄷ’자형 등 다양한 모양의 동굴을 17곳이나 만들었다. 이 위험한 공사는 당연히 제주도민을 동원했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외세의 부침이 많았던 송악산에 이제 중국인의 자본이 들어왔다고 한다. 어떤 시설물이 생길 지, 지금처럼 보전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지금 보는 풍경을 언제까지 즐길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산빙산에서 본 형제섬과 송악산. 2015년 5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산빙산에서 본 형제섬과 송악산. 2015년 5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산방산에서 보는 용머리, 형제섬, 송악산
산방산은 백록담을 닮았다. 한라산 꼭대기가 똑 떨어져 나와 산방산이 되고, 빈 공간에 물이 차서 백록담이 되었다는 전설이 그럴듯해 보인다. 높이 395m의 산방산은 종모양의 절벽산이다. 바닷쪽 200m 높이에 암굴이 있는데, 여기까지 오르는 길은 시종일관 가파른 오르막이다. 위로가 되는 곳은 용머리해안을 볼 수 있는 산방산전망대로 잠시 쉬어가며 바다를 감상하기 좋다. 산방산 아래쪽 바다를 왜 용머리라고 할까? 이곳에서 봐야 알 수 있다. 꿈틀꿈틀 용의 등줄기에서 뻗어나가 바다 끝에는 용의 뒤통수가 있다. 이 지점에서 시선을 조금 멀리 보면 형제섬이 보인다. 용머리 해안에 비하면 작고 귀여운 돌섬이다. 이 모습이 마치 용 한마리가 작은 짐승을 노리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송악산이 툭 튀어나와 있다. 멀리서 봐도 해안으로 떨어지는 수직 절벽이 선명하다. 

사계해안도로에서 보이는 풍경. 2015년 5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사계해안도로에서 보이는 풍경. 2015년 5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다시 용머리해안 쪽 바닷가를 살펴본다. 앞에 보이는 커다란 배 한 척은 한국에 표류했던 네덜란드 사람, 하멜전시관이다. 이로부터 송악산까지 이어지는 해안선은 아름답기로 이름난 사계해안이다. 1만 5000년 전의 사람 발자국 화석이 이 바닷가에서 발견돼 지질학적으로도 중요한 장소이다. 해안 길을 걷는 올레, 자동차 드라이브, 지질 트레킹 등 목적에 따라 길을 내어 주는 곳이기도 하다. 
 

군산오름에서 보이는 해안마을과 바다. 2015년 5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군산오름에서 보이는 해안마을과 바다. 2015년 5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군산오름에서 보는 산방산, 형제섬, 송악산
군산오름은 게으른 여행자에게 최고다. 트레킹은 물론 정상 가까이까지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놓고 정상까지는 5분. 그런데 볼거리는 미안할 정도로 풍부하다. 오른쪽으로 한라산, 왼쪽으로 산방산, 형제섬, 송악산이 다 보인다. 화순해수욕장을 비롯한 바다, 뒤로 보이는 서귀포, 앞으로 보이는 해안마을까지 볼거리가 많아 눈이 바쁘다. 사람들은 ‘군산오름에 오르면 제주도의 4분의 1을 볼 수 있다.’라고 한다. 일몰 시간에 오면 역광으로 드러나는 해안선의 실루엣도 일품이고, 이어서 떨어지는 해도 감동이다. 

송악산 둘레길 부남코지. 2015년 5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송악산 둘레길 부남코지. 2015년 5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군산오름의 다른 이름은 굴메오름이다. 이곳은 전통적인 제주의 명당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냈고, 돌아가신 분들의 안식처로 상예공동묘지가 있다. 한편 이곳에도 일본군 동굴진지가 있다. 조망이 좋으니 일본군 역시 이곳에 터를 잡았을 것이다. 트레킹 중에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ㄱ’자 모양의 동굴을 만나게 되는데, 이 굴은 일본군의 관측소나 대피소로 쓰였다고 한다. 울퉁불퉁한 동굴 표면은 강제 노동에 동원된 제주 사람들이 손으로 직접 파 들어간 흔적이다. 보기만 해도 손끝이 저릿저릿 한 것이, 쉽게 오르고 편하게 둘러볼 수 있는 군산오름과는 슬픈 대조를 이룬다. 제주 어디나 아름다운 만큼 서글픈 사연을 발견한다. 그래서 제주는 풍경에 먼저 반했다가 조금씩 더 진하게 정들어 가는 곳이다. 

송악산둘레길 가는 법 
내비게이션: ‘송악산’ 검색(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131)

대중교통: 제주국제공항에서 755번 버스를 타고 토요시장입구 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다시 하모2리 정류장에서 951번 버스를 타고 산이수동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송악산까지 500m 걸어서 이동. 
문의 064-762-2190(제주올레)
 
입장료 산방산암벽식물지대 입장료: 어른 1000원 / 청소년, 어린이 500원 
산방산, 용머리해안 통합관람: 어른 2500원 / 청소년, 어린이 1500원 
 
음식 형제도식당
형제섬이 보이는 사계해안도로에 있다. 상을 가로지르는 엄청난 길이의 갈치구이와 갈치조림이 인기 메뉴이다. 통갈치구이와 조림은 각각 3만5000원~6만5000원, 옥돔조림 1인(무한리필) 기준으로 3만원이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87-5
문의 064-792-3401
 
숙소 루시드봉봉 게스트하우스
제주의 전통가옥, 돌집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이다. 소규모이지만 깔끔하고 세심한 인테리어로 여성 게스트에게 인기가 높다. 가격은 도미토리 2만원, 2인실은 5만원이고 조식은 2000원을 추가하면 된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2641-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