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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비경트레킹] 와~ 바다랑 살고 싶다 전남 완도 신지명사길
[비경트레킹] 와~ 바다랑 살고 싶다 전남 완도 신지명사길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5.04.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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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완도] 완도군 신지도에 있는 명사십리해수욕장과 잇닿아 있는 소나무숲길. 아스라이 펼쳐진 봄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노라면 그냥 그대로 이곳에 눌러앉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봄, 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완도군 신지도의 신지명사길을 다녀왔다. 

완도 앞바다에는 전복 양식장이 장관을 이룬다.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완도 앞바다에는 전복 양식장이 장관을 이룬다.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절벽과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작은 숲길

완도읍내에서 신지대교를 건너는데 반짝이는 바닷물에 눈이 부시다. 맑고 고운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바다!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눈 호강을 하며 신지대교를 건너자마자 좌측으로 작은 휴게소가 보인다. 오늘 걸을 신지명사길의 들머리인 신지대교휴게소다. 작은 휴게소 내에는 주차장과 화장실, 관광안내소 등이 있어 명사길의 들머리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여행객들은 주차장 뒤쪽으로 나 있는 나무계단을 오른다. 이곳이 신지명사길의 시작지점이기 때문이다.  

제철 해산물을 맛보는 것은 완도를 찾는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다.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제철 해산물을 맛보는 것은 완도를 찾는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다.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길에서 만난 진달래의 분홍색 꽃망울이 예쁘다.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길에서 만난 진달래의 분홍색 꽃망울이 예쁘다.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신지도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있어서 전국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섬이다. 그러나 그 섬에 얼마나 큰 산이 있으며, 얼마나 기다란 숲길이 있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아예 관심조차 없을 수 있다. 마침 해안선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하여 일행을 따라나선 발걸음이다. 신지도가 동서로 기다랗게 누워 있는 섬이니 걷는 길도 서쪽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 마감하게 되어 있다.

산길은 많이 가파르지 않고 쉽게 걸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산길은 많이 가파르지 않고 쉽게 걸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해안누리길은 소나무가 주종을 이룬 숲길이지만 아직 봄이라 솔잎 향기가 진하게 풍기지는 않는다. 숲길은 깊지 않다. 오른쪽으로 널따란 완도항이 팔을 벌리고, 저 멀리 다도해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다. 양지꽃이 노란 얼굴을 내밀고 기지개를 켜고, 보라색 화장을 곱게 한 제비꽃도 봄볕을 쬐고 있다. 깊은 산에만 꽃이 사는 것은 아니다. 아주 낮은 야산이지만 여기저기 들꽃들이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몸을 일으키고 있다.

꽃들은 활짝 피어서 아름다운 것이 있고, 꽃봉오리가 망울을 이루고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 있다. 진달래의 분홍색 꽃망울을 보라. 나는 산행을 할 때마다 진달래의 꽃망울을 보고 그냥 지나친 적이 거의 없다. 그 곱고 보드라운 감촉을 손끝으로 느껴본다. 그리고 살짝 입술을 갖다 대면 참으로 야릇한 감촉을 맛볼 수 있다. 

명사십리해수욕장 옆으로 나 있는 해안길.
명사십리해수욕장 옆으로 나 있는 해안길.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해안길 아래로 깎아지른 절벽
산길 아래로 절벽이 이어진다. 절벽 아래는 굵은 물길이 부딪치며 만들어낸 하얀 포말이 춤을 추고, 바다에는 수많은 양식장들이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다. 전복과 미역, 다시마, 광어 양식장일 터. 양식장에선 어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여행객에게 바다는 낭만이지만 어부에게 바다는 생존의 마당이다.

산길에서 이정표를 확인하는 여행객들. 이정표가 잘 만들어져 있다.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산길에서 이정표를 확인하는 여행객들. 이정표가 잘 만들어져 있다.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명사십리해수욕장은 전남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이다.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명사십리해수욕장은 전남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이다. 2015년 5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산길을 걷다보면 작은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700m쯤 가면 서봉각 등대가 나타난다. 산길에서 이런 이정표를 만날 때 사람들은 갈등을 한다. 어차피 되돌아올 길을 가야 하는가? 신지명사길에서는 등대까지 다녀오는 것이 옳다. 오가는 길이 장관이기 때문이다. 등대는 수십 년 전에 완도항을 드나든 뱃사람들의 길잡이였다. 지금은 그 역할을 다했지만 주변 경관은 그대로다. 한때 등대에는 등대지기와 전투경찰이 근무를 했다. 지금은 병력이 철수했고, 한때 그들이 근무했던 초소나 숙소 건물들만 흉물스레 남아 있다. 너무나 낡은 몰골이어서 자연스레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곧 철거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서봉각 등대를 둘러보고 되돌아와 다시 걷기를 얼마쯤 했을까. 저 멀리 명사십리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온다. 명사십리의 ‘명사’가 맑은 모래인지 우는 모래인지 따질 것은 없다. 깨끗한 모래가 십리나 널려 있어서 붙여준 이름이든, 모래가 우는 소리가 십리 밖에서도 들린다고 하여 붙여준 이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본 느낌이 중요하다. 총각시절에 이곳 모래사장 땡볕에서 ‘지겹도록 많은’ 아가씨들을 휘둘러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뭍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신지도 명사십리 해변을 따라 길을 걷는다. 

어디서부터 밀려왔는지 알 수 없는 파도가 작은 모래알을 보듬고 뒹군다. 꺼이꺼이 운다. 미친 듯이 노래를 부른다. 잔잔한 바다와 가느다란 파도 위로 하릴없는 갈매기 서너 마리가 날갯짓을 하고 있다. 

명사십리에는 횟집과 민박집이 즐비하다. 횟집 중에는 여름에만 장사를 하는 집도 있지만 사계절 영업을 하는 횟집도 여럿 있다. 민박집이나 펜션도 아주 많다. 그러나 여름철 성수기에 한철 장사를 하는 집들이 더 많다. 이곳에서 완도읍내까지는 자동차로 20분 남짓 걸린다. 완도읍내 수산시장이나 횟집거리에 훨씬 싱싱한 생선들이 많이 있음은 물론이다.
 
INFO. 신지명사길
코스: 신지대교휴게소-강독교차로-물하태마을-등대삼거리-서봉각등대-명사십리해변-신지면소재지
거리: 16km
소요 시간: 6시간
주소: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리 746-2(신지대교 휴게소)

TIP.
종착지인 신지면 소재지에서 시발점인 신지대교휴게소로 돌아가려면, 신지우체국 주변의 정류장에서 공영버스를 타고 강독리에서 내려 걸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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