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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정월 초사흗날, 산·마을·바다에서 굿 펼치는 위도 띠뱃놀이
정월 초사흗날, 산·마을·바다에서 굿 펼치는 위도 띠뱃놀이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0.01.28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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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1월 3일 열리는 부안 위도 띠뱃놀이, 국가무형문화재
마을의 안녕과 풍어 기원하는 띠뱃놀이, 지난 27일 부안군 위도에서 개최
모선타고 띠배 환송하는 마을 주민들, 흥과 열정 가득
지난 27일 전북 부안군 위도면 대리마을 일원에서 '2020 위도 띠뱃놀이' 공식 행사가 개최됐다. 모선에 딸린 띠배는 먼바다에 이르러서야 멀리 바다로 떠내려 간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부안] 매년 정월 초사흗날에 열리는 국가무형문화재 ‘2020 위도 띠뱃놀이’ 공개 행사가 지난 27일 전북 부안군 위도면 대리마을 일원에서 개최됐다.

‘2020 위도 띠뱃놀이’ 행사는 오전 8시 띠뱃놀이 전수관 앞마당에서 풍물패의 마당굿으로 시작됐다. 30여 분간 띠뱃놀이 전수관에서 마당굿을 펼친 풍물패와 화주, 무녀, 뱃기의 행렬들이 마을을 빠져나와 수호신을 모신 원당을 향한다. 

굿의 공간이 산, 마을, 바다로 이어지는 위도 때뱃놀이
대리마을 뒤편 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원당으로 가는 길 곳곳에는 뱃기가 세워져 풍물패들의 길을 인도한다. 우뚝 솟은 바위에 자리한 원당은 매서운 풍랑에서 견딜 수 있게 돌담이 둘러싸여 있다. 

띠뱃놀이 전수관 앞마당에서 펼쳐진 풍물패의 마당굿. 사진 / 조용식 기자
마당굿이 끝난 후, 동편당산제와 원당오르기, 그리고 재물차림을 위해 이동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우뚝 솟은 바위에 자리한 원당에서 만조의 시기에 맞춰 내려온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제관과 무녀가 제물을 차리는 동안 풍물패는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뜻으로 끊임없이 풍악을 울린다. 화주가 신에게 축원을 드리는 글인 축문(독축)을 읽은 후, 무녀의 굿이 시작된다. 

무녀는 성주굿, 산신굿, 손님굿, 지신굿, 원당·본당 서낭굿, 애기씨 서낭굿, 장군 서낭굿, 깃굿, 문지기굿의 순서로 굿을 진행하는데, 이 굿은 바닷물이 선착장 부근으로 차오를 때까지 계속된다.

원당에 오른 화주, 무녀, 풍물패가 무당굿에 앞서 흥을 돋우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원당에 모신 신들에게 무당굿을 하는 무녀. 사진 / 조용식 기자
밀물이 밀려오자 만조에 띠배를 띄우기 위해 원당굿을 지낸 화주와 무녀, 풍물패가 내려오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고선우 위도 면장은 “띠배를 바다로 보내기 위해서는 물이 들어오는 만조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화주, 무녀, 풍물패들은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원당에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원당굿은 보통 3시간 정도 진행된다”고 말했다.

12시 40분이 되자 원당굿을 마친 화주, 무녀, 풍물패들의 행렬이 마을로 내려온다. 강한 비바람에도 흥을 돋우는 풍물패의 소리는 멈추질 않는다. 마을에 들어선 화주와 풍물패는 점심과 함께 휴식을 취한 뒤 마을 동편, 당산과 바닷가, 마을 뒤편 산자락을 돌아오는 주산 돌기를 시작한다. 

띠풀로 만든 띠배에 제웅을 태워 용왕굿을 하다
원당굿과 주산 돌기가 진행되는 동안 마을 앞 부두에서는 위도 띠뱃놀이 보존회 회원들과 마을 주민들이 띠배와 제웅(짚으로 만든 사람 형상의 허수아비) 만드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띠풀로 만들어진 띠배는 사람 2~3명이 들어갈 정도로 작은 모형의 배다. 이 배에 5개의 제웅을 태워 바다로 띄워 보내게 된다.

원당굿이 열리는 동안 마을 주민과 띠뱃놀이 보존회 회원들이 띠풀로 띠배를 만들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원당굿이 열리는 동안 마을 주민과 띠뱃놀이 보존회 회원들이 띠풀로 띠배를 만들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완성된 띠배가 마을 앞 부두에 놓여져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비바람이 궂은 날씨 때문에 천막에서 용왕굿이 열리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띠배의 형체가 완성되면, 2개의 돛대를 매다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완성된 띠배는 용왕굿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함께한 후 띠배 띄우기로 이동하게 된다.

원당굿과 마찬가지로 화주의 독축이 있고 난 뒤에 무녀의 굿이 펼쳐진다. 이때에는 마을의 면장, 보존회장, 이장 등이 용왕신에게 한 해 동안 마을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며 술을 올리고, 띠배에 노잣돈을 바친다. 

용왕굿이 끝나면 무녀는 버선발로 나와 용왕굿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 관광객 등에게 액을 쫓고 건강과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의미로 제수로 사용됐던 막걸리를 한 잔씩 건네준다.

위도 띠뱃놀이 보존회 관계자에 따르면 “용왕굿이 펼쳐질 때면 마을 여성들이 대거 참여하며 흥을 돋우며 함께 즐긴다”며 “오늘은 비바람이 불고, 여객선 운항이 없어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 못해 조금은 조촐한 분위기”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모선타고 띠배 환송하는 마을 주민들, 만조에 띠배 띄워 보내기
‘2020 위도 띠뱃놀이’의 하이라이트는 띠배 띄우기다. 띠배 안에는 마을의 모든 재액을 상징하는 5개의 제웅과 용왕굿에 사용된 곡물이 함께 들어 있다. 마을 앞 선착장에는 띠배를 끌고 갈 모선에 띠배를 줄로 연결한 후, 모선의 시동과 함께 마을 주민들이 띠배를 바다로 밀어 넣는다.

용왕굿이 끝난 후 모선에 매달린 띠배를 바다에 띄워 보내는 마을 주민들. 사진 / 조용식 기자
띠배는 마을 어귀를 한 바퀴 돈 후, 먼바다를 향해 모선에 이끌려 가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모선에는 풍물패와 마을주민들이 띠배를 환송하기 위해 탑승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모선을 따라 끌려가는 띠배를 향해 무녀는 무사히 먼바다로 떠내려가기를 바라는 기도를 올리고, 선착장 주변의 마을 사람들은 박수로 치며 띠배를 떠나보낸다. 과거에는 띠배를 환송하거나 띠배를 띄운 모선이 마을로 돌아올 때 마을 부녀자들이 색색의 한복을 입고 부둣가에 서서 소고춤을 추거나 풍물을 쳤다고 한다. 

모선에는 풍물패와 민요, 소리를 메길 앞소리꾼,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탄다. 이들은 띠배가 먼바다까지 잘 떠내려가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직접 전하기 위해서다. 모선은 마을 어귀를 한 바퀴 돌고는 석금방파제를 지나 먼바다로 항해를 시작한다.

마을 선착장을 떠난 지 20여 분이 지나자 모선에서는 띠배를 환송하러 나온 풍물패의 흥겨운 가락과 노랫소리가 더 크게 들여왔고, 모선에 이끌려 왔던 띠배의 끈을 해체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때 시간은 오후 4시 10분. 바로 만조가 최고조로 이루는 시기이다.

점점 마을에서 멀어져가는 띠배. 사진 / 조용식 기자
먼바다에 이르러 띠배는 파도에 이끌려 멀리 사라져 간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마을의 모든 재액을 상징하는 5개의 제웅과 곡물이 실린 띠배는 이내 모선과 거리가 멀어지고, 파도에 휩쓸려 점점 멀어져 갔다. 멀리 떠내려가는 띠배를 바라보며 2020년 정월 초사흘,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2020 위도 띠뱃놀이’가 무사히 끝날 수 있게 노력한 마을 주민들에게 풍어가 이루어지고 마을의 안녕이 깃들기를 기원해 본다.  

INFO 위도 띠뱃놀이
띠뱃놀이란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매년 초사흗날(음력 1월 3일)에 열리는 마을굿으로 원래의 이름은 '원당제'이나 용왕굿 행사 때 띠를 만든 배를 바다에 띄워 보내기 때문에 '띠뱃놀이'라고 부른다.

마을 주민들과 띠뱃놀이 보존회 회원들이 현장에서 직접 만든 띠배. 사진 / 조용식 기자
위도 때뱃놀이 공개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격포항에 걸려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위도 때뱃놀이 공개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격포항에 걸려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기간 음력 정월 초사흗날 2020년 1월 27일
장소 전북 부안군 위도면 대리마을 일원
교통편 위도 여객선은 하루 4회 격포와 위도를 운항하며, 계절에 따라 운항 횟수와 시간 변동이 있다. 1월의 경우 하루 2회 운항. 여객선 운임(편도 기준)은 성인 8300원, 승용차 운임 2만5000원이다.
문의 격포항 063-581-0023, 위도항 063-581-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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