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평창] 추운 날씨에 사람들의 어깨는 잔뜩 움츠려 있지만, 앵무새학교 교장님의 말 한마디에 색동옷을 입은 앵무새들은 연신 푸닥거리며 날갯짓을 해댄다. 날갯짓 한 번에 박수 세 번씩, 아이들의 어깨에서도 즐거움의 날개가 새록새록 돋아난다.
평창의 <버드하우스>는 국내에서 최초로 앵무새들의 진기명기 쇼를 선보인 곳이다. 버드하우스의 왕민식 교장이 10여 년의 노력 끝에 앵무새를 길들이고 처음으로 쇼를 선보였다.
앵무새 학교의 1교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30여 명의 꼬마 관람객들이 입장하기 시작한다. 병아리들이 앵무새 공연하는 걸 구경하러 오는 재미있는 상황이다. 교장 선생님이 신호를 보내자 교실 뒤편에서 하얀 날개를 펼친 앵무새 한 마리가 앞으로 날아든다.
‘와~’하는 탄성과 함께 아이들의 몸이 들썩들썩한다. “와~ 새다 새!!!” 외치는 탄성 사이로 이런 소리도 들린다. “와~ 닭이 난다 날아!!!”
“어린이 친구들을 향해 인사!”
교장 선생님의 지시에 앵무새가 날개를 펄럭거리며 꾸벅 인사를 한다. 그 모습이 신기해 또 한번 탄성이 터진다. “자 이제부터 1교시 국어 수업을 시작할 거예요.” 선생님의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관객석은 숨을 죽인다.
1, 2, 3, 4 숫자가 적힌 종이를 놔두고 “3-1은?”하고 묻자 갑순이가 숫자 2가 적힌 카드를 뽑아낸다. “와와와와~”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5분전보다 3배는 더 커진 것 같다. 이어 글자 읽기, 퀴즈 정답 맞추기 등 갖가지 묘기들이 펼쳐진다.
2교시는 체육 수업. 이번에는 화려한 색깔의 깃털을 자랑하는 앵돌이가 나선다. 작은 미니 자전거를 내려놓자 앵돌이가 순식간에 올라서는 페달을 힘차게 돌린다. 흔하지 않은 구경거리다. 이어 덩크슛 넣기, 철봉 등 몇 가지 진기명기들이 더 펼쳐진다.
앵무새 학교의 왕민식 교장이 앵무새와 인연을 맺은 시간은 20여 년. 뭔가 이색적인 동물 공연을 생각하다가 싱가폴, 독일 등에서 ‘새’로 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 ‘앵무새’ 공연을 생각하게 되었단다.
“새는 애정과 열정이 없으면 훈련시킬 수 없어요. 잘못한다고 날아다니는 새를 때릴 수도 없잖아요.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사랑을 쏟고 우정을 쌓으면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통해요. 그때부터는 어떤 신호만 보내도 알아서 행동하죠.”
현재 앵무새 학교의 앵무새는 모두 30~40마리 정도인데 이곳에서는 앵무새를 모두 ‘학생’이라고 부른다. 공연하는 새들도 ‘학생’, 관람객들도 모두 ‘학생’이니 공연이 펼쳐지는 순간은 한마당 학예회 자리를 떠올리게 한다.
1·2·3교시가 모두 끝난 후 앵무새들에게 직접 먹이를 손으로 주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처음 앵무새를 본 아이들은 무서워하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살짝살짝 만져보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 순한 앵무새들이라 이내 아이들은 서로 모이를 주겠다고 아우성이다.
“왜 내 모이는 안 먹어~.”
자기 손에 있는 해바라기씨만 먹지 않는다고 투정부리는 4살짜리 이선이의 손을 가만히 쳐다본다.
‘아이고~ 이 아가씨야 해바라기 껍질을 들고 먹으라고 하면 어떡하니?’
추운 겨울, 앵무새 학교 안에서는 앵무새와 사람의 훈훈한 사랑과 우정이 싹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