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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여행길 냠냠] “배떼기 채운다꼬 빼떼기죽 아이라” 통영 뻬때기죽
[여행길 냠냠] “배떼기 채운다꼬 빼떼기죽 아이라” 통영 뻬때기죽
  • 전설 기자
  • 승인 2015.05.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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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여행스케치=통영] 나의 살던 고향에서는 ‘삐데기’라 불렀다. 희미한 어린 시절 기억을 뒤져보면 이렇다. 겨울 서리 맞기 전 고구마를 캐서 나박나박 썰어 볕 좋은 자리에 말린다. 이튿날쯤 되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고구마 조각이 쪼그라들며 비틀어지는데 이게 바로 동네아이들이 과자대신 겨울 한철 입에 달고 살던 ‘고구마 삐데기’다. 오래전 까먹은 그 맛을 통영 중앙시장 한복판에서 다시 만났다. 까실까실한 말린 고구마 한 줌 대신 푸짐한 죽 한사발로 말이다.

통영에서는 말린 고구마를 빼떼기라 한다. 여기에 팥, 강낭콩, 조를 함께 넣고 죽을 쒀 춥고 배고픈 계절 든든한 한끼로 먹었다. 양갱을 한소끔 끓여다 놓은 듯 되직한 빼떼기죽을 한술 뜬다. 첫술부터 푸근하다. 대개 유년시절 추억의 맛이 그렇듯 포근포근한 단맛이다. 게 눈 감추듯 죽 한사발 뚝딱 해치우고 시큼한 동치미로 입가심을 한다. 입안은 개운하고 속은 든든하다. 여기서 열 걸음만 걸으면 동피랑 마을 입구. ‘배떼기’ 채웠으니 다시 길 나서볼까.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6월 사진 / 전설 기자

info 전통맛죽집
빼떼기죽 4000원, 녹두죽 3000원
주소 경남 통영시 중앙시장1길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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