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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놀멍쉬멍 제주도 비밀코스⑨] 폐를 씻는 상쾌한 트레킹 삼의악오름에서 수목원까지
[놀멍쉬멍 제주도 비밀코스⑨] 폐를 씻는 상쾌한 트레킹 삼의악오름에서 수목원까지
  • 송세진 여행 칼럼리스트
  • 승인 201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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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여행스케치=제주] ‘올레 다 돌면 뭐하지?’ 가끔 듣는 초보 올레꾼들의 말이다. 걱정 뚝! 제주에는 300개가 넘는 오름과 숲이 있다. 신기하게도 그들의 개성이 기기묘묘하여 도무지 지겨워 지질 않는다. 이번 달에는 숨 쉬는 기쁨이 있는, 제주의 숲으로 간다.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삼의악오름을 오르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평화로운 광경.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다채로운 숲의 향연, 삼의악오름 

삼의악은 제주시의 산천단 근처 5.16도로변에 있다. 제주에서 조성한 ‘아라동역사문화탐방로’ 중 한 구간으로 ‘삼의악트레킹코스’가 있는데, 제주경찰학교 쪽으로 진입하여 삼의악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삼의악은 대외적으로 ‘삼의봉’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정상에서 샘이 솟아나와 ‘세미오름’, 오름의 모양이 조선시대 양반의 사모와 닮았다고 ‘사모악’, ‘삼의양오름’, 삼의양악’, ‘삼매양악’ 등의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다.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제주 석굴암 가는 길은 잘 조성돼 있지만 가팔라서 쉽지 않은 길이다.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명당으로 소문난 삼의악오름 정상에는 제주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1.6km 구간의 삼의악트레킹코스는 알짜배기 산행을 맛볼 수 있는 길이다. 삼나무숲, 밤나무숲, 참나무숲 등 울창한 나무숲을 걷다보면 답답한 속이 시원하게 뚫린다. 수국오솔길, 고사리 평원도 있어 계절마다 다양한 꽃과 식물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말 목장도 있고, 소 방목지도 있다. 운이 좋으면 산행 중에 노루도 만날 수도 있다. 삼의악에 오르면 남쪽으로는 한라산을 조망하고, 북쪽으로는 제주 시가지가 보인다. 제주대학, 제주공항, 제주항까지 제주시가 한눈에 들어오고 맑은 날에는 제주 앞바다의 조망이 해안가 2층집에서 보는 것처럼 깔끔하다.  

오름 정상에는 원형의 분화구가 있다. 제주의 오름에서만 볼 수 있는, 정상 부분이 부드럽게 파인 경사면이다. 물론 지금은 풀과 관목으로 덮여 있는데, 한가로운 초원의 언덕이 마냥 평화롭다. 오름 정상은 예로부터 명당으로 소문나 있어 검은 돌로 낮은 담장을 두른 제주 전통 무덤이 많다. 

삼의악오름의 계곡 쪽에도 진지동굴이 있다. 관음사 쪽에서 1.1km 지점에 유명한 도깨비도로가 있는데 이 일대에 삼의악 진지가 있다. 이 역시 일제가 건설한 것으로 주 통로를 중심으로 10여개의 공간을 만든 완성도 높은 동굴이다. 동굴을 만들기 위해 제주도민은 물론 육지의 사람들까지 강제 징용해 건설했다고 전해진다. 제주의 목 좋고 아름다운 곳에는 어찌 이렇게 약속이나 한 듯이 진지동굴이 있는 지… 제주 여행을 하면 할수록 이들이 겪었을 아픔을 되새기게 된다.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제주 석굴암 전경.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아흔아홉골 석굴암 가는 길
제주에도 석굴암이 있다. 한라산 아흔아홉골 중 금봉곡에 있는 석굴 암자이다. 이 아흔아홉골은 한라산의 계곡 밀집지대로 ‘구구곡(九九谷)’ 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름과는 느낌이 조금 다른, 오히려 육지의 산 속을 닮은 곳이다. 이곳에 가려면 제주시 충혼묘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석굴암 지질트레킹 코스로 진입한다. 입구의 안내판을 보면 석굴암까지가 1.5km이고 왕복 90분 코스라 되어 있다. 넓은 계단으로 시작되니 만만해 보이지만 몇 걸음 가지 않아 생각보다 쉽지 않은 코스라는 걸 알게 된다. 석굴암까지 데크와 목재계단이 이어져 길이 쉬운 반면 내내 가파른 편이다. ‘아흔아홉’이라는 이름의 무게대로 골짜기와 숲이 이어지고, 오르는 동안 깊은 숨을 토하게 된다.  

드디어 절벽에 걸치듯 작은 건물이 보인다. 이곳이 석굴암이다. 경주의 석굴암을 기대하고 왔다면 실망할 지도 모른다. 그 안에 대단한 불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화재나 보물도 없다. 1947년 창건된 석굴암은, 월암 스님이 천일기도를 드리기 위해 기도처를 찾다가 산새의 인도로 이곳에 자리 잡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처음부터 기도를 하기 위한 장소였기 때문인지 소위 ‘기도발’이 잘 받기로 유명하다 한다. 특히 수험생 자녀를 둔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제주 석굴암을 밝히는 초에서 간절한 마음이 전해진다.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이를 반증하듯 소박한 경내에는 수많은 초와 전통 방식으로 밝히는 콩기름 호롱불이 다녀간 사람들의 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제주 아흔아홉골의 석굴암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길을 오르고, 간절함을 담아 소원을 비는 곳이다. 불자가 아니어도 숲을 오르는 동안 허파를 깨끗이 씻고, 조용한 이곳에서 복잡했던 마음도 가라앉히면 되겠다. 이곳은 물이 귀하기 때문에 보시하는 마음으로 물을 지고 가도 좋고, 내려올 때는 스님께 가지고 내려갈 쓰레기가 없는지 여쭙는 것도 잊지 말자.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좋은 한라수목원 길.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가성비 좋은 한라수목원
한라수목원은 여행자에게 실용적인 곳이다. 제주 사람들이 애용하는 숲인데, 입장료도 없고, 제주공항에서도 가까워서 비행 전에 자투리 시간을 쓰기에도 좋다. 한라산으로 가는 1100도로 초입에 자리 잡았고, 대지면적 14만 9782m2에 110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한 제주 최고의 수목원이다. 이 수목원 안에는 광이오름이 있다.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한라수목원은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걷기 좋은 곳이다. 2015년 6월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큰 나무들 사이를 걸어 볼 수 있는 교목원, 키 작은 나무들의 관목원, 계절마다 꽃이 피는 화목원, 열대와 아열대식물, 희귀식물을 볼 수 있는 온실, 대나무 소리가 일품인 죽림원 등이 있고 이들 사이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특히 제주 식물인 백량금, 호자나무, 자금우, 제주조릿대, 먼나무 등을 자세히 안내해 놓아 생소하고 이색적으로 느꼈던 제주 풍경의 궁금증이 밝혀지는 곳이기도 하다.

조금 더 자세히 알고자 한다면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좋다. 한라수목원에서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주중 10회 해설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참가비는 무료이다. 또 자연생태체험학습관은 제주의 자연, 식물, 동물, 곤충 등이 모두 소개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도 좋다. 체력단련장에서는 운동하러 온 제주시 사람들을 언제나 볼 수 있으며 삼림욕장에서 시작해 정상까지 오르는 1.7km의 산책로가 있다. 
 
삼의악오름 가는 법 
내비게이션: ‘삼의봉’ 검색(제주시 아라1동 산24-2)

대중교통: 제주국제공항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한국병원 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다시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780번을 타고 종합사격 정류장에서 내린 후 삼의악 트레킹코스로 걸어서 이동하면 된다.
 
아흔아홉골 석굴암 가는 법 
내비게이션: ‘충혼묘지’ 검색(제주시 노형동 산19-2)
대중교통: 제주국제공항에서 500번 버스를 타고 월성마을 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다시 740번 버스를 타고 충혼묘지 정류장에서 내린 후 트레킹 코스로 걸어서 이동하면 된다.
 
한라수목원 가는 법 
내비게이션: ‘한라수목원’ 검색(제주시 연동 1000)
대중교통: 제주국제공항에서 90번 버스를 타고 한라수목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한라수목원
입장료, 주차비: 무료 
해설 프로그램: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 10시, 오후 2시에 진행, 수목원 주차장 음수대 앞에서 출발 
 
Tip. 삼의악오름과 아흔아홉골에는 마땅한 식당이 없으므로 물과 간식거리를 준비하는 게 좋다. 산에는 쓰레기통이 없으므로 반드시 수거해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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