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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1박2일 여행] 덤으로 깨우친 앎(知)의 즐거움 전북 진안&장수
[1박2일 여행] 덤으로 깨우친 앎(知)의 즐거움 전북 진안&장수
  • 박지원 기자
  • 승인 2015.06.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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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7월 사진/ 박지원 기자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여행스케치=진안] “사돈의 팔촌을 찾아봐도 정승 하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오지로 여기는 진안이지만 숱한 명소를 거느리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장수는 또 어떤가. 산이 깊고 험해 접근하기 어려운 고장이라지만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여행지가 수북한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호남의 지붕이라 일컫는 진안과 장수를 향해 가볍게 발걸음을 떼자.

첫날은 전북 진안에서 시작하고 끝맺는 여정이다. 가장 먼저 발자국을 찍을 곳은 운일암반일암이다. 발이라도 담글라치면 운장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맑디맑은 냉천수가 뼛속까지 파고드니 삼복더위 따위는 안드로메다행 열차에 탑승한다. 슬슬 공복감이 밀려오면 ‘운일암일번지’로 내달려 ‘날개 달린 작은 소’라고 불리는 오리를 맛보자. 영양 만점 오리 요리로 미각에 즐거움을 선사했다면 ‘용담호사진문화관’으로 향하자.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철수’ 씨가 용담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의 일상사를 찍어 남긴 흑백사진이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용담호사진문화관을 둘러본 후에는 진안 팔경 가운데 으뜸인 마이산으로 가보자. 산책 삼아 걷고 싶다면 남부주차장에서 탑사를 찍고 돌아오면 된다. 살짝 숨이 가쁜 등산을 원한다면 ‘남부주차장-고금당-전망대-성황당-봉두봉-탑사-남부주차장’ 코스를 택하면 되는데, 2시간이면 족하다. 여장을 풀 자리는 섬진강 발원지이자 피톤치드 가득한 ‘데미샘자연휴양림’이다.

둘째 날은 전북 장수에서 설렘 가득한 일정을 시작한다. 첫 번째 행선지는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장수승마체험장’이다. 시설도 일품인데, 타 승마장보다 가격까지 저렴하니 장수 여행에서 허투루 지나쳐선 안 될 스폿이다. 승마 말고도 체험거리가 풍성해 연중 여행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 끼 식사로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산서보리밥’이다. 각종 요리 경연대회에서 상을 휩쓴 주인장이 내준 보리밥은 자다가도 생각날 정도로 별미다. 가득 찬 배를 어루만지며 백용성 조사 죽림정사로 걸음을 옮긴다. 그가 조국 광복에 앞장선 근세 불교의 선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누구나 존경을 표하고 만다. 다음 목적지는 장수논개생가마을에 위치한 논개생가. 이곳에서 왜장을 안고 강으로 뛰어든 논개의 숨결을 느끼자. 마지막으로 들릴 곳은 논개사당과 두산제다. 논개사당에서 논개의 순국을 추모하고 두산제를 거닐며 장수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다.

첫째 날, 진안의 명소 찾기 놀이

2015년 7월 사진/ 박지원 기자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AM 10:00 운일암반일암

무리 지어 노니는 버들치, 집채만 한 기암괴석, 쏴 하고 쏟아지는 물소리, 계곡 물에 발만 담가도 밀려오는 오싹함…. 여기에 만족하지 말자. 한여름의 계곡은 모름지기 가마솥더위를 한 방에 무찌르고자 찾는 장소다.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몸을 던지자. 짧은 비명을 내뱉으며 온몸의 솜털이 바짝 곧추서는 순간 무더위란 녀석은 “Bye”라며 작별을 고한다.
입장료 어른 8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 2000원. 모든 요금은 여름에만 징수
주소 전북 진안군 주천면 동상주천로 1926

2015년 7월 사진/ 박지원 기자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12:00 운일암일번지
옛말에 “오리고기는 남이 먹고 있으면 뺏어서라도 먹어라”란 말이 있다. 오리고기의 뛰어난 맛과 효능 덕분에 생긴 말이다. 뙤약볕이 내리쫴 심신이 지치는 이때 운일암일번지의 오리백숙으로 원기를 돋우고 사라진 입맛도 되찾자. 감칠맛 나는 국물 맛도,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육질도 일품이다. 전라도 말로 ‘허벌나게’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가격 오리백숙 5만원, 닭백숙?닭볶음탕 4만5000원
주소 전북 진안군 주천면 삼거길 11

2015년 7월 사진/ 박지원 기자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01:30 용담호사진문화관
물속에 두고 온 고향이 꿈엔들 잊힐까. 떠나는 이의 슬픔, 마지막 졸업식 등 용담댐 건설로 사라진 마을의 모습을 온전히 담은 흑백사진이 시선을 붙든다. 이주민이 남긴 문패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전시하고 있다. 타향살이하는 이주민은 물속의 고향을 만분지일이라도 볼 수 있고, 수몰과 관련 없는 여행자는 고향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 뜻깊은 곳이다.
주소 전북 진안군 정천면 진용로 1911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03:00 마이산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마이산은 프랑스 ‘미슐랭 그린가이드’로부터 만점을 받은 경승지다. 암마이봉 남쪽 기슭에 둥지를 튼 탑사에는 100여 개의 돌탑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이게 참 끝내준다. 태풍이 불면 웬만한 나무는 뿌리째 뽑히지만, 접착제도 바르지 않고 쌓아 올린 돌탑은 태풍에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는다니 말이다.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료 2000원.
주소 전북 진안군 진안읍 마이산로 246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06:00 데미샘자연휴양림
애써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들려오는 이름 모를 산새의 지저귐이 정겹고,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향긋한 나무 향내가 코끝에 닿는다. 그래서 음치일지라도 김광석 혹은 제이레빗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절로 흥얼거려진다. 숙소 안에는 취사도구와 식기세트를 모두 갖추고 있으니 수건을 포함한 세면도구만 챙겨 가면 된다. 예약은 www.데미샘.kr에서 가능하다.

요금 숲속의 집 4만9000원부터(성수기 7만원부터), 데미샘휴양관 2만8000원부터(성수기 4만원부터)
주소 전북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1길 172

둘째 날, 장수의 이야기 찾기 놀이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AM 10:00 장수승마체험장
당나귀나 조랑말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는 ‘희귀 말 전시장’, 장수읍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15m 높이의 ‘트로이목마’, 10km의 승마 길을 걸을 수 있는 ‘승마로드’ 등 구태여 승마가 아니라도 즐길 거리가 넘친다. 기자처럼 혼자 까불다 낙마한 적이 있거나, 말한테 까불다 뒷발에 구타당한 경험이 있어 말이 몸서리치게 싫다면(?) 일행만 승마 체험장으로 보내자.
요금 어른 2만5000원, 어린이 1만2000원(30분 체험)
주소 전북 장수군 장수읍 승마로 74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12:00 산서보리밥
보리밥을 주문하면 열 가지가 넘는 찬이 상을 점령한다. 한자리를 차지한 까만 가루가 궁금해 무엇이냐 묻자 주인장은 ‘가죽’이라 답한다. “누구 가죽이요?” 누가 들어도 재미없을 농을 치자 주인장은 가죽나물(참죽나무 순)을 말려 빻은 거라고 화답한다. 이 가죽까지 넣어 쓱싹하고 비빈 보리밥의 맛은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다. 생각하니 또 침이 고인다.
가격 보리밥 7000원, 백반?묵국수 6000원, 돼지주물럭?추어탕 8000원,
주소 전북 장수군 산서면 보산로 1865-12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01:30 백용성 조사 죽림정사
장수에서 태어난 백용성 조사는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불교계를 대표로 활약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서 1년 6개월의 옥고를 치른 인물이다. 그가 일본 법원 재판정에서 “조선 사람이 조선 독립을 하겠다는 무엇이 잘못인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외친 일화는 독립투사들의 의지를 다시금 불태우는 계기가 됐다. 
주소 전북 장수군 번암면 죽림2길 31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03:00 논개생가
논개가 기녀가 아니었단 사실을 알고 있는 자가 얼마나 있을까? 기자도 논개생가를 방문하고서야 알았다. 논개는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에서 사망한 지아비의 복수를 위해 기녀로 가장한 것일 뿐이다. 여행할 때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은 참으로 유익하다. 멋진 풍광을 만끽하고, 덤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바로잡아 유식한 티도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주소 전북 장수군 장수읍 한누리로 393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7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04:30 논개사당&두산제
임진왜란 때 열 손가락 마디마디에 반지를 낀 채 일본군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여기서 뜬금없는 퀴즈 하나! 논개의 성은 뭘까? 정답은 ‘주’씨다. 논개사당에 가면 논개의 ‘개’가 가진 의미도 깨달을 수 있다. 의롭게 생을 마감한 주논개를 기린 후에는 두산제 수변 데크에서 걷는 맛을 음미하는 것도 잊지 말자.
주소 전북 장수군 장계면 의암로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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