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제주 신 비경 탐방] 해질녘 발그레, 홍조 띈 제주 수월봉 & 신창 풍차해안
[제주 신 비경 탐방] 해질녘 발그레, 홍조 띈 제주 수월봉 & 신창 풍차해안
  • 박지원, 전설 기자
  • 승인 2015.08.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전설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전설 기자

[여행스케치=제주] 제주도를 배경으로 촬영한 드라마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여자주인공이 일출을 놓치고 “첫 해를 못 보면 꽝”이라며 울상 짓는다. 남자주인공이 5분만 올라가면 해를 볼 수 있다며 섭지코지 등대로 안내한다. 만약 여기서 일출이 아닌 일몰이 보고 싶다고 했다면 바로 이곳, 해질녘 가장 아름다운 제주의 숨은 비경으로 데려갔으리라.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전설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전설 기자

세계가 인정한 비경 수월봉

제주의 서쪽 끝머리에 있는 한경면 고산리에 가면 제주에서 가장 넓은 들이 펼쳐진다. 이 들판 끝 해안가에 조그마한 봉우리가 하나 솟아 있다. 1만8천 년 전 ‘우르르 꽝!’ 천지개벽하는 소리와 함께 땅 밑에서 솟아 오른 수월봉이다. 1.5km에 이르는 해안절벽만이 병풍을 두르고 있는 수월봉은 격렬했던 화산활동을 보여주는 ‘화산학의 교과서’로 지난 2010년 10월에는 한라산, 성산일출봉, 만장굴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받은 바 있다. 일몰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소문이 나기도 전에 존재의 가치를 세계에 증명한 셈이다.

“저기 봐. 꼭 사람이 가슴에 손 얹고 누워 있는 거 같지? 저게 와도고 그 옆이 ‘낚시섬’으로 유명한 차귀도. 날이 맑은 날에는 빨간 용암에 검은 섬들이 둥둥 떠 있는 것 같아 보인대.”
해가 수월봉 서쪽 수평선으로 기우는 동안 도란도란 말소리 오간다. ‘셀카봉’을 길게 빼고 인증샷 남기기에 바쁜 커플, 황혼 산책에 나선 중년의 부부, 홀로 자전거를 타고 온 배낭 여행자.

모두가 한 방향으로 턱을 괴고 해바라기를 한다. 그 눈빛이 퍽 부끄러운지 하늘과 바다가 점점 발그레 물든다. 먼 바다에서 비춘 석양은 수만겹의 해안절벽 틈바귀로 쏟아진다. 가히 비경 중 비경이다. “어머 얘 좀 봐.” 소란이 일어 고개를 돌리니 일몰시간에 맞춰 바다로 나온 하늘소가 명당에 앉아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곤충이 무슨 풍경감상을 하겠냐마는, 사람의 눈에는 하늘소조차 일몰의 장관에 취해 사람 틈바구니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정도로 하늘과 바다와 그 사이 녹듯이 사라지는 태양의 풍경이 아름답다.

만약 걸으며 일몰의 장관을 담고 싶다면 수월봉 정상 절벽 밑 ‘엉알’이라 불리는 곳부터 지질 트레킹에 나서 봐도 좋겠다. 제주어로 벼랑·절벽 등을 뜻하는 ‘엉’과 아래쪽을 이르는 ‘알’이 합쳐진 벼랑 아래 길은 수월봉 지질트레일 중 ‘엉알길 코스’에 해당한다. 해경 파출소부터 해녀의 집까지 이어진 엉알길을 슬렁슬렁 걷다보면 수천 장의 기왓장을 차곡차곡 얹어 놓은 듯한 70m 두께의 지층을 눈으로 더듬으며 특별한 산책에 나설 수 있다. 지구의 나이테를 더듬으며 걸어 내려가면 그 끝은 참돔이 잘 낚이기로 유명한 차귀도가 나온다.

INFO. 수월봉
주소 제주도 제주시 한경면 고작로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전설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전설 기자

노을 내린 해안의 '끝판왕' 신창풍차해안
수월봉에서 엑셀을 밟으면 15분여 만에 닿는 ‘신창풍차해안’은 제주시가 선정한 ‘제주시 숨은 비경 31’ 가운데 하나다. 제주의 이름 높은 명소들에 가려져 아직까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좋다. 제주로 날아갈 일이 있다면 반드시 신창풍차해안을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한갓지게 산책삼아 걸으며 숨 막히는 풍광을 여유롭게 만끽할 수 있으니까.


신창풍차해안은 TV 드라마를 통해 민낯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말부터 2011년 초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시크릿가든’. 당시 이 드라마는 현빈과 하지원이 자행한 ‘카푸치노 키스’ 때문에 뭇 남성의 질타를 받았다. 물론 여성들은 예외였다. 키스 한방으로 현빈은 ‘칵테일 쉐이커’라도 된 것 마냥 여심을 마구 흔들어 재꼈으니 말이다. 이 드라마에서 현빈과 윤상현이 하지원을 두고 하이킹 내기를 펼친 곳이 바로 신창풍차해안이다.

얼마 전 종용한 드라마 ‘맨도롱 또똣’에서 강소라와 유연석이 반전의 눈물 포옹을 연출한 곳을 기억하는가? 시원하게 탁 트인 옥빛 바다를 배경으로 새하얀 등대가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브라운관에서는 눈치 챌 수 없지만 사실 이곳도 신창풍차해안이다.

신창풍차해안은 한경면 ‘신창성당’ 앞에서 ‘용수포구’까지 이어진 5km 길이의 해안도로를 통틀어 지칭한다. 한경면은 제주에서도 바람이 특히나 세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풍력발전기가 해안 곳곳에 세워져 있는데, 이게 참 장관이다. 이 정도로 신창풍차해안이 품고 있는 기막힌 풍경을 모두 설명했다고 여기면 오산이다. 이곳은 제주 내에 있는 어떤 해안도로보다 바다와 가까이 있다. 더불어 해안도로와 바다의 높이가 어지간히도 비스름해 ‘시추’나 ‘요크셔테리어’ 류와 같은 애견의 키만 아니라면 걷는 내내 바다가 시선을 파고든다.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전설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전설 기자

어디 이뿐이랴. 해 질 무렵 신창해안도로로 나가보는 것도 좋겠다. 바람이 불어오는 길을 따라 ‘S자’ 모양으로 매끄럽게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문세의 ‘붉은 노을’이 절로 흥얼거려지는 장관이 연출된다. 뭍사람을 만나니 수줍다는 듯 붉게 물들어가는 신창풍차해안의 하늘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고와 탄성이 절로 터진다. 어느 누가 어떤 카메라로 찍어도 작품이 될 풍광임은 말할 것도 없다.

INFO. 신창풍차해안
주소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일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