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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색 잠자리 열전] 바다 앞 1미터, 파도까지 다섯 발자국 목포 외달도 한옥민박
[이색 잠자리 열전] 바다 앞 1미터, 파도까지 다섯 발자국 목포 외달도 한옥민박
  • 전설 기자
  • 승인 2015.09.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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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여행스케치=목포] 부스스 잠에서 깨 덧문을 연다. 툇마루에 앉아 디딤돌에 벗어둔 신발을 꿰어 신는다. 눈곱 떼며 한 걸음 두 걸음, 기지개켜며 세 걸음 네 걸음. 비몽사몽 다섯 걸음 째 옮기다가 앗 차거, 들이친 파도에 발이 젖는다. 몇 걸음 걸었을 뿐인데 어느새 갑자기 바다다.

목포 서쪽 바다에 작달만한 섬이 하나 떠 있다. 외롭게 떨어져 있는 달동네라 하여 ‘외달도’ 혹은 달리도의 바깥에 있다고 ‘밖다리’라고도 부른다. 이름 석 자부터 짠한 섬은 몸집도 길이도 짠하다. 해안선길이 4.1㎞, 최고 꼭짓점이 62m를 넘지 않아 1시간이면 걸어서 섬을 한 바퀴 돌고도 남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조트나 호텔 같은 대형 숙박업소는 들어설 자리가 없다. 섬의 20여 가구가 전복을 키우고 민박을 치며 바다 곁에서 살아갈 뿐이다.


“촌장민박 예약한 손님은 일로 오시오.” 조용한 섬에 생기가 도는 시간. 하루 4번 운항하는 신진페리 2호가 선착장에 여행객을 쏟아낸다. 손님 마중 나온 민박집 차량과 어디부터 둘러볼까 망설이는 여행객 사이를 유유히 빠져 나온다. 곧게 뻗은 길로 10분만 걸으면 바다를 발치에 두고 잠드는 한옥민박집이 나온다고 했다. 걸음걸음 가벼이 시골길을 가로지른다.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마당에는 널뛰기, 투호놀이가 있고 
그 앞으로 정자가 놓여 있다.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마당에 바다를 품은 외달도 그 집
한옥민박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철썩 철썩 쏴아아, 힘센 파도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바닷가에 집 한 채 지어놓고, 머릿속 복잡할 때마다 파도소리 들으러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정말 마당에 바다를 품은 집이 있을 줄이야. “파도 소리가 참 가깝죠. 시끄러워서 잠 못 주무시면 어쩌죠?” 마중 나온 박광수 대표와 아내 황선의 씨가 덧문이 활짝 열린 한옥으로 안내한다. 바다를 마주본 ‘비파정’, ‘삼학정’, ‘목련정’의 풍경이 단정하다. 하늘을 이고 있는 기와지붕은 그 자체로 훌륭한 피사체. 부부가 사철 기름 먹여 닦아놓은 툇마루는 반들반들 윤이 흐르고 창호지를 바른 세살문은 새것처럼 깨끗하다. 겉은 사극 속 한옥인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쪽은 먹고 자고 씻는데 필요한 모든 걸 갖춘 살림집이다. 여장을 풀고 서둘러 밖으로 나선다. 목 놓아 불러대는 파도 소리를 더 이상 모르는 척 할 수가 없다. 그런데, 발치에서 찰랑거릴 줄 알았던 바다가 멀다. 이래서야 바다 앞 1m가 아니라 10m잖아!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일상의 스트레스는 다 날리세요” 안내말도 상냥한 한옥민박 입간판.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외달도 등대부터 등표까지의 ‘미니’ 신비의 바닷길.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썰물이라 물이 빠진 거예요. 백사장 너머 갯벌 보이죠? 고둥이나 소라가 천지예요. 저도 몰랐는데 낙지도 잡혀요. 작년 가을에는 한옥민박 앞 갯벌로 낙지 잡으러 온 분을 만났거든요. 식사하시고 천천히 섬 한 바퀴 돌고 오면 저녁엔 축대 앞까지 물이 차 있을 겁니다.”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전복을 푸짐하게 넣어 노르스름하고 푸르스름한 전복죽.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썰물 때면 한옥민박 앞 해변에 통발이 데굴데굴. 그 안에 꽃게가 바글바글.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데크 산책로를 따라 외달도 비경을 한눈에 담다.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아하,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바다 앞에 마련된 밥상에 앉는다. 오늘의 점심은 ‘촌닭’ 볶음탕’. 박 대표의 ‘외달도 삼시 세끼’ 추천 메뉴 중 하나다. “손님들이 오시면 점심은 촌닭, 저녁은 돼지 목살 바비큐, 아침은 전복죽을 추천해요. 외달도까지 오셨는데 저희 섬에서 나는 맛난 음식 다 드시고 가야죠. 특히 전복죽은 정말 최고니까 꼭 먹어보세요. 회 좋아하시면 민박집 앞에서는 감성돔이나 우럭 낚시도 할 수 있죠.” 밥 먹는 것도 잊은 박 대표의 외달도 자랑이 한참 이어진다. 그 사이 쫄깃한 닭다리는 객의 차지가 된다.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신진페리 2호가 여행자를 외달도에 쏟아낼 때 조용한 섬에 생기가 돈다.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사랑 섬에 ‘삐드락’ 잔치 열렸네
바다를 기다리는 동안 외달도 한 바퀴를 걸어보기로 했다. 한옥민박 마당에서 바로 보이는 옛 선착장 자리부터 데크 산책로를 따라 외달도 등대~해수욕장~갯바위 지대~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시간이 남는다면 갯벌체험학습장을 거쳐 매봉산에 오르는 것도 좋으리라.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감성돔 새끼 ‘삐드락’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섬 둘레를 따라 조성한 데크 산책로는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어 숨이 차지 않는다. 곧은길을 따라 걷다가 왼편이나 오른편으로 난 계단을 따라가면 숨겨진 비경이 짠, 하고 나타난다. 그중 외달도 등대와 연결된 노란등표는 썰물 때는 신비의 바닷길로 연결 됐다가, 밀물 때는 바다 위에 둥실둥실 떠 있는 듯 보이는 명소 중 하나다. 등대 아래쪽으로는 ‘사랑의 자물쇠’ 조형물이 마련돼 있어 연인과의 작은 이벤트를 즐기기에도 좋다. 등대를 지나면 본격적인 ‘하트 잔치’가 시작된다. 누가 ‘사랑의 섬’ 아니랄까봐 길 위에는 하트 표지판, 해수욕장 모래사장에는 연인들의 하트 낙서, 언덕 위에는 하트 조형물, 온통 하트 천지다. 혼자 온 사람은 서러워 살겠나, 구시렁대는데 갯바위 방향이 소란스럽다. “민박집에서 낚싯대 빌려 줘가 아무 생각 없이 나왔는디, 삐드락(감성돔 새끼) 잔치 열어야 쓰겄네. 넣자마자 잡히는 게 물고기 자판기가 따로 없으요잉.” 말 마치기가 무섭게 감성돔이 또 한 마리 걸려 나온다. 오늘 밤 감성돔 잔치를 열 고항렬 씨 가족은 바다가 주는 선물로 배부른 저녁을 맞이하리라.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바다 앞 1m 거리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땅거미 내려앉은 한옥민박 마당에 숯불이 발갛게 타오른다. 서유진 씨 일행은 특별한 밤을 위해 육해공 바비큐 재료를 챙겨왔단다. 전복, 대하, 오징어, 소시지 익는 냄새가 바닷바람 타고 퍼진다. “빈손으로 오셔도 돼요. 주문을 하시면 고기, 채소, 찌개, 밥, 반찬이 나오는 ‘바비큐 세트’부터 돈가스, 생선구이, 라면 정식을 차려 드려요. 전복이나 횟감을 찾으시면 현지 맛집도 소개해드리죠.”  손님이 하루라도 편히 쉬고 가길 바라는 부부의 배려로 상다리가 휜다.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전설 기자

칠흑 같은 밤바다를 바라보며 통통한 전복 구이에 돼지 목살을 곁들여 소주 한 모금. 술이 안취한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일까. 눈 지그시 감고 파도 소리를 듣고 있다가 문득 깨친다. 똑 같은 줄 알았던 파도 소리가 때마다 조금씩 변한다는 것을. 소곤거리듯 찰싹 거리다가도 파하하 웃음 터트리듯 요란스럽게 철썩 철썩 몰려 온다. 여행지의 잠자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리라. 어떤 곳에서 자느냐에 따라, 아주 사소한 순간까지 여행이 되니까. 살뜰한 정성으로 배부른 늦밤. 철썩 철썩,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스르륵 잠이 몰려온다. 외달도 여행은 잠든 후까지 이어질 것만 같다.

INFO. 외달도 한옥민박
숙박료 6~30만원(게스트하우스 3~4만원)

주소 전남 목포시 외달도길 28

용궁민박
귓가에 들리는 파도소리에 잠들 수 있는 또 다른 바닷가 민박집. 마루 앞 1m 거리에 사근진해수욕장이 펼쳐진다. “강원도 경포에 우리 집보다 바다가 가까운 집이 있다면 전액 환불해 드립니다”는 소개말부터 인상적.
숙박료 3~18만원
주소 강원도 강릉시 해안로604번길 17

일출민박
황홀한 일출을 창문 앞에 펼쳐 놓는다. 백사장까지 불과 10m 거리라 마치 바다 위에 누운 듯 생생한 파도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웅장하고 황홀한 일출의 장관을 테라스에서 바라볼 수 있어 해넘이·해맞이 시즌에 맞춰 머무르려면 적어도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숙박료 4~10만원
주소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금강산로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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