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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색 잠자리 열전] 하룻밤 ‘비우는’ 낚시를 하다 여수 대경도 해상펜션
[이색 잠자리 열전] 하룻밤 ‘비우는’ 낚시를 하다 여수 대경도 해상펜션
  • 김다운 기자
  • 승인 2015.09.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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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여행스케치=여수] 바다를 만나러 여수에 갔다. 한낮의 새파란 하늘은 움직이기에 딱 알맞았고, 늦은 밤엔 찬란한 조명이 너울너울 감정의 파도를 일으켰다. 여기에 의자 하나 탁 펼치고 낚싯대를 드리우니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거다. 상상 이상으로 로맨틱했던 여수 대경도의 해상펜션 이야기.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섬에 골프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그 자리에 있던 오복마을은 집터를 옮겨야 했다. 새로 지은 오복마을(왼쪽) 건물과 낡은 외동마을(오른쪽)의 건물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뱃일만은 하지 마라
용산에서 여수까지 KTX로 3시간. 빠르지만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기에 국동항에서 대경도로 들어가는 배 안에서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출발한지도 모를 만큼 고요하게 움직이던 배가 출항한지 5분도 안 돼 대경도에 다왔단다. 땀조차 식히지 못하고 벗어놓은 짐을 도로 짊어 멘다.

“등짝 붙일 새도 없지? 여긴 육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 자장면 못 시켜 먹고 그런 게 불편할까, 태풍만 아니면 배 끊길 일도 없으니 사실상 육지나 다름없지.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수시로 배가 오가거든. 다리가 생겨도 언제든 생길 거라고들 말해. 그뿐인가. 잡히는 고기도 상당하니 옛날부터 형편이 괜찮았지. 우스갯소리로 저 장군도 바닷물이 마르면 말랐지 우리 섬에 돈은 안 마른다고 그랬어.”

소민호 어촌계장의 근사한 자랑처럼 대경도는 섬치곤 참 풍요롭다. 한려수도의 수려한 경치 속에 하모(‘물다’라는 뜻의 일본어 하무(ハム)에서 유래된 말)라 부르는 갯장어가 그득하고 이는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수출되어 적지 않은 돈을 벌게 해줬다. 지금도 근방에는 갯장어를 요리하는 집이 많아 ‘하모거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또 갯장어가 아니어도 새우, 감성돔 등 어종이 풍부해 배 부리는 사람은 한창 시절 돈 버는 일이 우스웠단다.

헌데 그런 풍요 속에서도 부모들은 자식에게 “뱃일만은 하지 마라”고 가르쳤다. 섬에 갇혀 있지 말고 뭍으로 나가 큰 세상을 보라는 뜻이었다. 등 떠밀린 젊은이들의 빈자리는 섬에 하나 있는 경호초등학교만 봐도 알 수 있다. 열 명 남짓 되는 선생님들보다 학생 수가 더 적으니 말이다. 부쩍 한적해진 섬은 여행객들에게는 고즈넉한 매력으로 다가왔고, 그렇게 대경도는 떠난 아이들 대신 이방인들이 낚싯대를 드리우는 풍경에 더 익숙해졌다.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해상펜션의 내부.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9년째 녹지 않는 남해의 이글루
대경도에는 해상펜션이 있다. 바지선 아래 인공 어초를 투하해 물고기의 서식지를 만들고, 바지선 위로는 사람이 머물 수 있도록 뚜껑을 덮은, 쉽게 말해 ‘바다 위의 집’이다. 좋은 물길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잠자리에서 바로 손맛을 즐기니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하루 이틀쯤은 재미나게 머물 수 있다. 특히 이곳의 해상펜션은 국내 최초 이글루 형태로 지어졌다. 아홉 평 크기의 하얗고 둥그런 건조물이 바다에 둥실 떠 있는 모양새가 시선을 잡아끈다. 해가 저물면 더 장관이다. 오색창연 조명으로 빛나는 돌산대교와 여수시내 야경이 펜션과 하나되어 어우러지는데, 낚시는 핑계고 풍경 보는 맛에 찾아오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문을 연 지는 벌써 9년째. 업계에서도 조상(?) 격인데 여수에 사는 사람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낚시란 게 원체 호불호가 갈리는 레저라서 그럴까. 나 역시도 취재에 앞서 “해상펜션 간다”며 여기저기 자랑을 늘어놨는데 반응은 하나같이 “그게 뭐야?”였다. 잠깐 명시하자면 우리나라에 해상펜션은 태안, 사천, 무안, 강진, 거제 등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다.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돌산대교를 마주한 채 낚싯대를 드리운다. 그리고 시작되는 기나긴 인내의 여정.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섬에 중대백로가 찾아왔다.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수시로 펜션을 오가는 소형 선박을 타고 방에 도착했다. 문을 빼꼼 열어 보니 화장실, 에어컨, TV, 침구류 등 휴식을 위한 것은 제법 다 갖춘 모양새. 주방에는 넉넉한 크기의 냉장고와 밥솥, 전자레인지 등이 있어 일반 펜션과 비교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살짝살짝 물살이 느껴지고, 해풍에 삭는 탓에 수시로 리모델링을 하고, 바다 오염을 막기 위한 자체 정화 시설이 있단 점만 빼면 말이다.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열길 물속도 첫술에 알 순 없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몸을 써 볼까. 먼저 고백부터 하자면 본인은 낚시가 처음이다. 낚시의 ‘ㄴ’자도 모르는 어리버리 초짜란 뜻이다. 그런데 오늘 이 초짜가 징그러워 손도 대지 못하는 미끼 한 움큼과 함께 바다 위에 섰다. 아, 이건 거의 조난 수준. 그래도 여장부 체면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낚싯대를 뽑아들고 이리 휙, 저리 휙, 팔을 휘두르는데 기술이 없으니 폼만 요란 벅적하다. 이를 비웃듯 바다 속엔 바늘만 쏙 빼놓고 모처럼의 포식을 즐기는 똑똑한 것들 천지다. 물에 빠진 것도 아닌데 허우적거리길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잔챙이조차 보이지 않는 해수면을 게슴츠레 응시하다 그마저도 지쳐 미리 준비해온 라면을 끓이기 시작한다. 하아.

“이 동네 감생이(감성돔)가 엄청 걸려. 저기 소경도에서부터 잡히기 시작해서 9월 중순이면 여기에 넘어오는 거야. 아, 근데 요새 웃긴 사람이 있어. 선창 입구에서 감생이를 놓쳤다는데 그날부터 몇날며칠 씨름을 하지 뭐야. 고 놓친 놈을 다시 잡을 거라는데 고기가 가만히 있나. 차라리 통 미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리라지. 그렇게 아무렇게나 막 잡을 수 있으면 낚시꾼이란 말은 괜히 있게. 낚시는 그런 게 아냐.”

낚시란 낚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임을 소민호 어촌계장의 말에서 배운다. 꼭 잡고야 말겠다고 표독을 부리면 바다는 무엇 하나 내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욕심 또한 물빛에 투명하게 다 비춰졌을까. 오늘은 그만 해야겠다고 마음을 접는데 잠잠하던 초릿대가 그제야 흔들흔들, 반가운 손님이 왔음을 알린다.

INFO. 외동어촌체험마을
숙박료 12~14만원
주소 전남 여수시 대경도4길 41-1

INFO.이색 체험 펜션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라고체험펜션
펜션과 함께 운영하는 카페에서 커피 핸드드립 체험을 진행한다. 공방에서는 뚝딱뚝딱 목공예를 즐기고, 앵무새와 도마뱀 등 동물과의 교감 시간도 있다. 이밖에도 카누 타기, 농산물 수확 등 시간 가는 것도 모를 만큼 즐길 거리가 많은 곳.
숙박료 10~30만원(캠핑 7만원)
주소 경기 양평군 양평읍 원덕흑천길161번길 71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산타힐펜션
공기 좋은 강원도 산골짜기 고소한 향기 솔솔 풍기는 산타힐펜션에서는 매일 저녁 5시부터 6시까지 쿠키, 피자, 케이크 등을 만드는 베이킹 클래스가 열린다. 자기가 만든 것은 포장해 가져가는데 당연히 만든 즉시 따끈따끈할 때 먹는 게 가장 맛있으니 일행과 함께 베이킹 파티를 즐겨보자.
숙박료 8~16만원
주소 강원 양양군 강현면 복골길 126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김다운 기자

숲속의요정
평창에 자리한 어린이테마펜션으로 수년 전부터 <VJ특공대> 등 다수의 매체에 소개돼 왔다. 7가지 테마의 키즈룸, 키즈공원, 키즈카페, 에어바운스 등이 있고 불꽃놀이, 마술공연 등 화려한 행사가 열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눈여겨 볼만한 곳.
숙박료 9만9000~69만9000원
주소 강원 평창군 봉평면 팔송로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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