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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2주 만에 황토집 짓기 프로젝트
2주 만에 황토집 짓기 프로젝트
  • 박지원 기자
  • 승인 2016.03.06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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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 흙처럼 아쉬람
황토집 20여 채가 자리한 흙처럼 아쉬람. 사진 / 박지원 기자

[여행스케치=강원] 흙처럼 아쉬람은 황토집 짓는 법을 가르치는 ‘대안건축학교’다. 이른바 어른을 위한 학교로 정평이 난 덕분에 그동안 이곳을 졸업한 사람만 2500여 명에 달한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모이는 걸까? 그리고 왜 사람들을 황토집 짓기에 열광하는 걸까?

이론 교육 중인 고제순 원장. 사진 / 박지원 기자

철학박사가 황토집 짓기 선생 되다
원주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 달리면 회촌문화역사마을에 닿는다. 백운산 서쪽 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40여 가구가 오손도손 모여 사는 작은 산촌이다. 겉보기에는 여느 산골 마을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하다.

하지만 일 년 열두 달 열리는 다채로운 민속 축제로 항상 들썩이는 곳이다. 게다가 박경리문학제에 맞춰 낭독대회를 여는 등 연중 문학 관련 행사를 개최하는 박경리토지문화관을 품고 있다.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된 매지농악의 근거지이자 이를 배울 수 있는 매지농악전수관이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황토집 짓기 실습장. 사진 / 박지원 기자

회촌마을의 자랑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마을 명소를 이야기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있다. 바로 ‘흙처럼 아쉬람’이다. ‘수행자가 거처하는 작은 움막’을 의미하는 인도 말 ‘아쉬람’만 놓고 보면 조용한 펜션쯤으로 여길 수 있다. 사실 숙박업소의 역할도 수행하지만, 황토집 짓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안건축학교’로서의 성격이 더 크다.

“황토집에서 사니 몸에 유익한 변화가 일어났지요.” 고제순 흙처럼 아쉬람 원장은 과거 오스트리아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그러던 중 건강이 악화됐고, 문득 식(食)·주(住)·의(衣)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그 길로 모든 것을 버리고 식·주·의를 공부했다. 시간이 지나 손수 황토집을 짓고 살 수 있게 됐고, 머지않아 약봉지를 달고 살던 그가 병원 발길을 끊게 됐다. 이처럼 놀라운 경험을 한 그는 황토집을 널리 전파하기로 맘먹었다. 그가 철학박사에서 돌연 집 짓는 목수로 변신한 결정적 이유다.

이론 교육 중인 고제순 원장. 사진 / 박지원 기자

건강 위해 황토집 짓는 이들 많아
흙처럼 아쉬람은 ‘흙처럼 스테이’, ‘행복짓기’ 연수, ‘황토집짓기’ 연수를 진행한다. 흙처럼 스테이는 백운산 중턱에 지은 황토집에서 고달픈 삶을 어루만지는 숙박 체험이다.

단체와 기업을 대상으로 참된 휴식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행복짓기 연수는 황토구들방 또는 찜질방 체험, 흙집카페에서 여유롭게 다도 즐기기, 백운산 숲 산책 등 알찬 체험 거리로 구성됐다.

황토집 내부 모습. 사진 / 박지원 기자

‘황토집짓기’ 연수는 흙처럼 아쉬람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초보자도 손수 자신의 집을 지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손쉬운 공법을 교육한다. 한마디로 건축가 없는 민중건축이나 다름없다. 아울러 흙, 돌, 나무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바탕으로 생태적인 집짓기를 가르친다.

연수는 통상적으로 기초하기, 구들 놓기, 원형 벽체 쌓기, 서까래 걸기, 천장 평고대 설치, 숯과 흙 깔기, 지붕 너와 얹기, 전기옥내배선 등으로 이뤄진다. 뭔가 굉장히 어려워 보이지만 12박 13일 과정만 마치면 누구나 원하는 황토집을 지을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생긴다.

“신혼여행 대신 황토집짓기 연수에 참가한 부부가 생각납니다. 장모님을 위해 황토집을 짓고 싶다고 찾아왔지요. 연수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황토집을 지어 장모님께 선물했다고 하더군요.”

고제순 원장의 건강을 되찾아 준 황토집 만드는 과정. 사진 / 박지원 기자

황토집짓기 연수에 참여하는 이들은 각양각색이지만 대다수가 건강한 삶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오늘날 현대인이 살아가는 집을 보라. 사방팔방이 인체에 해로운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있지 않은가.

황토집을 짓게 될 날이 올지도 막연하고, 언제가 될지 모를 노릇이지만 자신을 위해, 사랑하는 부모, 배우자, 자식을 위해 흙집 짓는 기술을 배워놓는 건 어떨까.

Info  흙처럼 아쉬람
황토집짓기 초급(2박 3일) 30만원, 종합(12박 13일) 130만원(국비생 70~80만원대), 숙박 제공,
식비 1식 6000원 외 무료 제공.
행복짓기 1박 2일 15만원, 2박 3일 25만원, 3박 4일 33만원, 숙식 제공.
흙처럼 스테이 주중 8~25만원(주말 10~28만원)
주소 강원 원주시 흥업면 매지회촌길 183
문의  www.mudashr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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