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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여행] 그곳에 가면 ‘종합명소세트’가 있다 충남 논산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여행] 그곳에 가면 ‘종합명소세트’가 있다 충남 논산
  • 박지원 기자
  • 승인 2015.09.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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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여행스케치=논산] 운전대를 잡았다가 금쪽같은 시간을 길바닥에 허비하기 일쑤라 다음엔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노라 다짐하는 여행자여. 막상 그러자니 네 바퀴 달린 탈것을 외면하기 힘들지 않은가? 그럼 주목! 자동차 열쇠를 버리고 집을 나서도 불편함이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충남 논산이다.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돌산전망대에서 조망한 강경읍.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강경 파헤치기 작전
“우리 열차는 잠시 후 강경역에 도착하겠습니다.” 드디어 대한민국 젓갈의 본고장인 강경에 닿는다. 소설 <은교>의 작가 박범신의 문학적 고향이기도 한 강경에 안착한 거다. 깍지 낀 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려 기지개도 켰으니, 슬슬 강경의 민낯을 들여다볼 ‘강경 파헤치기 작전’ 개시다. 이내 발걸음도 가볍게 ‘룰루랄라’ 걷기 시작해 찾은 곳은 황산대교 우측으로 길게 뻗은 강경포구 둑길. 길 위에 발을 얹고 있는 동안 좌측으로 시선이 고정된다. 금강의 수려한 경관이 걷는 재미를 한층 더 맛깔나게 버무려주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젓갈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강경젓갈전시관.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둑길 위를 타박타박 걷다 강경젓갈전시관을 마주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거저 지나랴. 안으로 들어가 젓갈에 관한 지식을 A부터 Z까지 습득하니 주변인들에게 ‘젓갈 좀 아는 해박한 남자’로 보이고픈 욕구가 치솟는다. 엷은 미소를 띠며 길 건너편에 자리한 돌산전망대로 향한다. 초입에는 박범신문학비가 우뚝 서 있다. 소설가 박범신은 강경에서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후 한동안 교사로 일한 강경 토박이다. 그의 문학비를 지나 전망대 꼭대기에 오른다. 금강은 물론 강경읍의 모습을 360도로 굽어볼 수 있어 두 눈이 호사롭다.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걷는 재미가 쏠쏠한 금강 변 둑길.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한 박자 쉬고 가게 만드는 옥녀봉 느티나무.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돌산전망대를 벗어나 다시 돌아온 둑길에서 맘에 드는 이성이라도 본 것 마냥 여전히 왼쪽 금강변에만 눈길을 주며 걷는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오른쪽 풍경의 역습을 받는다. 눈길뿐 아니라 발길까지 붙든 건 다름 아닌 몇 척의 폐선이다. 그 옛날 강경은 서해와 중부 내륙을 잇는 수륙교통의 요지였다. 자연스레 상인들로 넘쳐난 강경장은 평양장, 대구장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시장으로 손꼽혔다. 비록 금강하굿둑이 생기면서 쇠퇴했지만, 우리나라 상권을 쥐락펴락했던 강경의 옛 영화는 둑길 한편을 차지한 폐선들이 말없이 전하고 있다.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강경역사관으로 변신한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걸음을 내딛는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둑길의 끝은 옥녀봉으로 이어진다. 수령 300년을 훌쩍 넘은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반긴다. 나무아래 벤치에 앉으니 사방이 거칠 것 없이 훤하다. 평야와 금강이 조화를 이룬 배경은 그야말로 ‘눈맛’ 나는 풍취다. 눈이 호강했으니 이제 입의 차례. 김장철에 하루 100대가 넘는 관광버스가 오간다는 강경젓갈단지로 내달린다. 수많은 젓갈집과 함께 자리한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도 구경하고 아무 젓갈집이나 들어가 시식을 해본다. 아, 맛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슬고슬한 쌀밥 한 숟갈이 간절하다.

INFO. 강경젓갈전시관
휴관 일요일
주소 충남 논산시 강경읍 금백로 45

INFO.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강경역사관)
휴관 일요일
주소 충남 논산시 강경읍 계백로167번길 50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신비한 자태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은진미륵불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편견 깨뜨리기 작전
강경역을 출발한 기차가 이리저리 구부러진 철길 위를 쉼 없이 달려 도착한 논산역. 20대 시절 “지구 종말이나 오라”는 말을 남기고 논산훈련소로 입소한 빡빡머리 친구와 와본 이후 처음이다. 핏기도 마르지 않은 삼겹살을 앞 다퉈 먹곤 했던 그 나이 때 남자 녀석들에게 논산이란 ‘미간에 주름이 잡히게 만드는 곳’이었다. 그래서 논산이라고 하면 여행지와는 거리가 먼 곳이라고 여겼다. 논산훈련소라는 낱말에 압도돼 논산이 거느리고 있는 숱한 명소를 등한시하고 있었던 거다. 과거의 무지를 반성하며 논산역 코앞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 섰다. 강경 파헤치기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으니 이제는 ‘편견 깨뜨리기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작전의 시작은 논산 8경 가운데 으뜸인 관촉사다.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야트막한 계단 끝에 자리한 관촉사 삼성각.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한 바퀴만 돌려도 경전을 깨우친다는 윤장대.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낮고 조그만 반야산이 품고 있는 천년고찰 관촉사에 들어서자 거대한 석불 하나가 시신경을 자극한다. 은진미륵불이라 일컫는 보물 제218호 석조미륵보살입상이다. 온화하면서도 위엄 넘치는 미소로 사바세계를 내려다보고 있는 18m 높이의 은진미륵불을 보고 있노라니 감탄사를 제어하지 못한다. 누구든 이 석불을 보면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을 게다. 미륵불을 두고 관촉사가 거느리고 있는 가장 빼어난 보물이라고 찬탄하는 까닭을 말이다. 은진미륵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석등도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걸작이다. 관촉사의 구석구석을 엿본 후 내려가기 직전 윤장대 앞으로 다가선다. 한 바퀴 돌리면 경전을 읽은 것과 같은 공덕을 쌓을 수 있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볼거리가 풍성한 백제군사박물관.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살아 움직이는 듯한 계백장군 동상. 2015년 10월 사진 / 박지원 기자

관촉사를 뒤로 하고 백제군사박물관에 다다른다. 백제 최후의 황산벌전투와 백제문화를 4D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는 4D 입체영상관 등 즐길 거리가 차고 넘치는 공간이다. 여기서 가장 먼저 눈도장을 찍을 곳은 충혼공원. 백제의 마지막 장수인 계백장군을 만날 수 있다. 완만한 언덕길을 느릿느릿 올라가니 아니나 다를까. 용맹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동상이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는 계백장군이다. 어찌나 생동감이 넘치는지 우두커니 서서 한참을 바라본다. 그의 물러설 줄 모르는 불굴의 기상이 고스란히 전해오는 듯하다. 발길 내딛은 김에 계백장군의 위패와 영정이 안치된 충장사로 들어가 황산벌전투에서 통한의 최후를 맞이한 그의 넋을 기려본다.

INFO. 관촉사
입장료 어른 1500원, 어린이 800원
주소 충남 논산시 관촉로 1번길 254

INFO. 백제군사박물관
휴관 월요일
주소 충남 논산시 부적면 충곡로 3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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