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진도] 우리나라에서 제주 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 진도(珍島). 진도는 그 이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보배로운 것이 많다. 수많은 역사유적과 진도아리랑, 북춤 등 문화유물이 보배섬을 주도해왔다. 그런데 군청 공무원들조차 별로 언급하지 않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여행객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관매도와 접도가 그들이다. 관매도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교통이 불편하지만 접도는 연륙교가 놓여 접근하기 쉽다. 그 접도에 어촌체험마을과 웰빙등산로를 만들어 등산객과 낚시꾼, 바다 체험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수산물이 많은 수품항과 아름다운 갯벌체험장
그러나 1987년 길이 240m, 교각 12개인 접도대교가 들어서면서 유배섬은 웰빙섬으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모두 3개 마을 가운데 하나인 접도리에 어촌체험마을이 생겼다. 체험마을 경진대회에서 최고상을 받았을 만큼 활성화되고 있는데 개막이, 갯벌, 선상펜션, 선상체험은 인기상품이다.
웰빙등산로가 시작되는 지점은 접도리에서 약 2km 떨어진 수품항이다. 수품항은 물에서 갖가지 수산물이 많이 나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겨울 한 철 물김 수확량이 300억 원, 멸치가 연간 100억 원, 전복이 연간 50억 원어치나 된다. 미역이나 다시마, 톳도 많이 수확하고, 숭어나 넙치, 도미 등 물고기도 많이 잡힌다. 지금은 수품항에 대형 바다낚시터를 조성하고, 방파제까지 데크를 설치해서 여행객들의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웰빙등산로는 수품항을 품에 안고 있는 남망산 일출전망대를 향해 열려 있다. 그 시작점은 수품항 데크가 시작되는 곳에 있다. 등대까지 다녀온 후 등산로를 오르는 게 좋겠다.
숲과 바다가 손잡고 이어진 웰빙등산로 비경
맞은편에서 말하면 들릴 정도로 가깝다고 하여 접도라 불리는 섬. 접도의 주산은 남망산(164m)이다.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남망산에도 여러 봉우리와 바위능선이 있고, 저마다 재미있는 이름을 달고 있다. 아기밴 바위, 쥐바위, 병풍바위, 말똥바위 등등.
예쁜 수품항을 뒤로하고 산길로 접어들면 가장 먼저 분홍색 며느리밥풀꽃이 여행객을 반긴다. 봄에는 동백과 진달래, 여름에는 원추리와 나리, 가을에는 며느리밥풀꽃과 구절초가 여행객을 반긴다. 소나무와 사철나무, 동백나무, 드문드문 후박나무도 눈에 띈다.
일출전망대에서 큰누님의 품안 같은 수품항과 만호만 건너편에 우뚝 솟아 있는 해남의 두륜산과 기다랗게 누워 있는 달마산, 그리고 보길도와 추자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손에 잡힐 듯 앉아 있다. 동행한 장재호 해설사는 한 시간만 앉아 있으면 제주도도 안개를 헤치고 나타날 거라고 장담한다.
일출바위를 내려서면 여미해안이다. 여미해안을 지나 말똥바위로 가는 동안 바다와 파도는 여행객의 길동무가 되어준다.
숲길에는 바람이 산다. 바람은 바다향기를 머금고 있다. 먼 남태평양에서 발원한 바람은 제주도와 완도를 거쳐 이곳까지 날아왔을 것이다. 그 바람과 벗하며 동행한 것은 파도이다. 숲길 사이로 바람과 파도가 어울려 놀거나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래며 철썩 철썩 울음을 토한다. 진도아리랑의 구성진 가락이 여행객의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온다.
숲길을 걸으면서 파란 바다와 하얀 파도를 감상하는 것은 확실히 호사다. 바다에서 보면 마치 말똥 덩어리 같다는 말똥바위 절벽에 앉아 바다를 감상한다. 파란 도화지 같은 바다에 하얀 그림을 그리며 지나가는 고갯배를 보라. 한가롭게 파란 하늘을 날고 있는 갈매기는 또 무슨 사연을 가지고 날갯짓을 하는지? 해안누리길이 아니면 어디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단 말인가.
동백나무숲에는 숯을 굽던 화구(아궁이)가 주인을 잃은 체 넝쿨식물에 덮여 있다. 습한 길을 걷는데 독사 한 마리가 여행객에게 인사를 건네며 숲속으로 사라진다. 뱀골이란다. 운이 좋으면 구렁이도 만날 수 있다는 습한 숲길에 한기가 흐른다. 독사 한 마리가 땀을 씻어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수만 년 잠든 듯 숨어 있는 비경 작은 여미해안
접도 웰빙등산로를 처음 걷는 사람들은 두 번 놀란다. 하나는 산 능선길이 겨우 해발 150m 정도인데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왜 이토록 아름다운 비경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는지 놀란다.
아름다운 기암절경 뿐만 아니다. 상록수림, 활엽수림, 난대식물이 혼재하는 아름다운 숲이 있고, 풍란을 비롯한 들꽃들과 각종 나비들이 어울려 산다.
그리고 작은 고개를 하나씩 넘을 때 마다 낭 기미, 갑판바위, 말똥바위 등 다양한 기암절벽을 만나게 된다. 갑판바위 아래 절벽은 직선으로 100m에 이리고, 말똥바위에서 보이는 솔섬바위쪽 해안은 천하에 절경이다. 거문도나 거제도, 여수 비렁길 해안을 바라볼 때 감흥과 견주어 손색이 없어 보인다. 워낙 깊은 섬 귀퉁이에 있어서 옛날 귀양살이 온 사람들은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세에 이르러서도 이런 절경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기이해 보인다. 아무래도 깊이 감춰두고 진도 사람들만 몰래 꺼내볼 심사였는지 모르겠다.
솔섬 바위가 있는 해안을 작은 작은 여미라 부른다. 작은 여미는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수십m 높이로 시루떡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한 바위 절벽, 진한 옥색과 진한 갈색, 회색 바위가 파도와 비바람에 씻겨 내린 흔적은 경이롭기만 하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찾는 사람도 없이 풍파에 시달렸는지... 1989년 말 MBC 드라마 <대도전>의 촬영무대가 여기였다. 고려말 의적 맹학의 무협 행각을 그린 액션 드라마를 통해 작은 여미가 세상에 첫선을 보였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결국 이곳은 접도해안을 찾은 낚시광들만 출입하는 요새가 되었다. 깎아지른 바위틈에서 수십 수백 년 동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솔섬바위는 대중의 손때가 묻지 않은 처녀지나 다름없다.
작은 여미에서 동백나무 숲이 장관을 이루는 동백계곡을 거쳐 여미사거리에 이른다. 이른 봄이면 동백꽃 터널을 걸을 수 있다 꼭 다시 찾아야겠다. 숲속의 여미사거리를 지나 병풍바위 길로 오르면 등산로이고, 해안선 길을 따라 걸으면 여미항에 이른다.
찾아가기
대중교통
출발지까지 : 진도버스터미널- 접도행 군내버스(하루 9회) 승차 - 접도 수품항 하차
승용차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영산호하구둑- 77번 국도 진도대교- 진도읍- 의신면 금갑 방향- 접도대교- 수품항
식사
작은 갤러리
진도읍 신호등회관
수품식당
해강수산
잠자리
바다위에 떠 있는 접도해상펜션과 접도어촌체험마을에서 운영하는 접도어촌체험마을종합펜션, 접도 웰빙펜션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