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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대중교통 여행] 다시 한 번, 어른을 위한 수학여행 경북 경주
[대중교통 여행] 다시 한 번, 어른을 위한 수학여행 경북 경주
  • 전설 기자
  • 승인 2015.1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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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여행스케치=경주] 다시 경주로 떠나는 그대. 가만히 앉아있으면 목적지에 척척 데려다주던 ‘우리 학교 전세버스’가 없다고 서운해 말라. 경주시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해 경주역을 경유하는 시내버스 10번·11번이 첨성대부터 불국사까지 그때 그 시절 추억의 여행지를 빠짐없이 순환한다. 내친김에 버스를 갈아타고 문무왕이 잠들어 있는 동해로 ‘자유 수학여행’을 떠나볼까?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천마총 입구.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걸어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탐방

경주여행은 크게 경주시내권, 보문관광단지, 불국사와 석굴암 3권역으로 나뉜다. 크고 작은 여행지가 한데 모여 덩어리를 이루고 있어, 권역 당 적어도 4~5시간씩 할애해 여유롭게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중 경주시내권은 터미널과 기차역에서 도보 700m 거리에 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대릉원지구’와 ‘월성지구’가 포함 된 경주의 첫 번째 여행지다.

한낮의 대릉원은 와글와글 소란스럽다. 가만히 멈춰 서있으면 단체관광객을 이끌고 나타난 여러 명의 문화관광해설사가 마치 입담을 겨루듯 자신만의 해설을 쏟아낸다. 그 속에 일행인 양 슬쩍 끼어 파하하, 한바탕 웃고 나면 미처 몰랐던 역사가 머릿속에 쏙쏙. “여기가 신라의 왕과 귀족의 능묘가 밀집된 ‘대릉원’입니다. 쉽게 말해 신라 시대 공동묘지죠. 귀한 분들만 묻혔으니 묘지계의 ‘타워팰리스’ 쯤? 자, 이제부터 천마총을 둘러보러 갈 건데요. 혹시 여기 능, 묘, 총의 차이를 아는 분 있나요? 셋 다 무덤을 부르는 일컫는 말로 왕과 왕비의 무덤만 ‘능’을 붙이고 왕족이나 귀족의 무덤은 ‘묘’, 발굴은 했으나 누가 묻혀있는지 신원을 알 수 없을 땐 ‘총’이라 부르죠.” 조서형 해설사의 설명처럼 대릉원지구의 상징 ‘천마총’은 주인을 알 수 없는 무덤이다. 다만 발굴 당시 하늘을 나는 천마가 그려진 장니(말의 배가리개)가 출토돼 ‘천마총’이라 이름 붙었다. “천마총 내부의 모든 전시품은 전시를 위해 오리지널을 본떠 만든 ‘가리지날’입니다. 진품은 잠시 뒤에 둘러볼 국립경주박물관에 있어요.”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을 포함해 경주 곳곳에서 발굴된 3000여 점 유물을 만나볼 수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으로 가는 길에는 신라시대 우수성을 보여주는 첨성대, 경주에서 가장 오래된 숲 계림, 밤에 가장 아름다운 둥궁과 월지(안압지)를 지난다. 그 시절 놓친 배움의 터를 다시 찾아드는 재미에, 열일곱 교복을 입던 시절처럼 마음이 방방 뜬다.

INFO. 대릉원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200원, 어린이 6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황남동 202-6

국립경주박물관
주소 경북 경주시 일정로 186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간 떨리는 놀이기구로 가득한 동화 속 세상, 경주월드.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공부 끝, 호숫가 놀이공원단지로 출발
사람이 어떻게 공부만 하고 사나. 경주시내에서 못다 한 역사 공부를 마쳤다면, 경주의 모든 놀이공원이 모여 있는 보문관광단지로 향해야 할 때. 국내 유일 인버티드 롤러코스터 ‘파에톤’을 보유한 경주월드, 황룡사 9층 목탑을 형상화한 경주타워와 중도타워가 있는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 공원 등 보문호 둘레에 징검다리처럼 놓인 명소를 다 돌아보려면 하루가 모자라다. 그중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경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경주동궁원’. 서둘러 첨성대에서 약 300m 떨어진 월성동주민센터 정류장에서 시내버스 10번을 잡아탄다.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우는 건지 웃는 건지 헷갈리는 천왕문의 악귀.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낮에는 청초하고, 밤에는 요염한 동궁과 월지(안압지).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경주동궁원은 신라의 동?식물이었던 ‘동궁과 월지’를 재해석한 사계절 여행지로, 기와집을 본 뜬 유리 온실 ‘동궁식물원’과 새 전문 동물원 ‘버드파크’을 운영한다. 한겨울에도 따뜻한 남쪽나라처럼 훈훈한 식물원을 거닐면 바오밥, 커피나무, 오렌지 재스민, 올리브 나무가 이국의 정취를 더한다. 동굴폭포를 통과하는 높이 7m의 고가관람로는 사치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식물원 풍경과 통유리 너머 푸른 하늘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명당이다.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동궁식물원의 고가관람로. 하늘의 정원을 거닐다.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썬 코뉴어의 재롱에 흠뻑빠진 여행객들.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식물원을 둘러본 뒤 버드파크로 입장하는데 예고도 없이 앵무새가 어깨위로 내려앉는다. 아이 깜짝이야! “썬 코뉴어, 한글이름은 태양황금앵무예요. 빨강, 주황, 노랑 깃털이 정말 태양을 닮았죠? 이 녀석들이 워낙 애교가 많아서 처음 본 사람 어깨며 머리에 막 올라가요. 아직 두 살이 안 된 아조들이라 호기심도 강하거든요.” 버드파크 임채혁 차장의 설명을 듣는 동안 머리가 점점 무거워진다. 사람 머리를 둥지삼아 자리 잡은 앵무새가 한 마리에서 다섯 마리로 늘었다. 낯도 안 가리는지 손가락을 내밀면 냉큼 올라앉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기특한지. 부리로 손등을 살살 간질이는 앵무새의 재롱에 절로 미소가 피어오른다. 썬 코뉴어와 아쉬운 안녕을 고하고 동식물체험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몸집이 큰 유황앵무, 대본청, 큰부리새 등 어여쁜 새들이 차례로 마중을 나온다. 야외2관으로 가면 어린 타조와 자카스펭귄의 낮잠 시간도 엿볼 수 있으니 밑줄 쫙. 단, 철창에 가둬둔 새를 밖에서 보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이 커다란 새장으로 들어가는 동선이라 작은 새들이 놀라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INFO. 경주동궁원
입장료 어른 1만8000원, 청소년 1만6000원, 어린이 1만2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보문로 74-14

경주월드

입장료 어른 2만원, 청소년 1만6000원, 어린이 1만4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보문로 544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불국사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만나는 작은 연못, 반야연지.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다시 찾는 수학여행의 꽃, 불국사
불국사를 찾아가기 전, 꼭 들러야 할 맛있는 여행지가 있다. 정태경 시인이 “맨 얼굴의 인사다 / 마음 오므린 밑간조차도 들어있지 않은 / 경주 불국사 들어가는 소소한 산과 들”이라고 예찬한 약선요리 전문점 ‘산드레’다. 분접마을 입구에 자리한 산드레는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초근목피로 오장육부가 건강해지는 한상을 차린다. 요리 하나 하나가 공방의 공예품처럼 정갈한데 그 재료와 조리법을 알고 나면 탄성은 더 커진다. 샛노란 단호박죽과 산야초 샐러드로 입맛을 돋우면 수제 마요네즈로 맛을 낸 맥문동 샐러드, 한방약재 두충으로 만든 물회, 구기자 들깨찜, 버섯 탕수, 천연 발효액을 넣은 떡갈비 등등 맛있는 보약이 끝도 없다. 코스 요리에 이어 준비되는 식사로 곤드레 밥과 된장찌개까지 맛보고 홍화꽃 식혜와 울금화전으로 입가심하면 어느새 여독이 스르륵 풀리며 다시 밖으로 나설 힘이 솟는다. 그럼 이제 수학여행의 하이라이트를 찾아가 볼까. 시내버스 10번을 타고 불국사를 향해 오라이!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대웅전 앞마당의 다보탑. 석가탑은 현재 해체 보수 공사 중이다.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음식 하나하나 공예품처럼 아름다운 ‘산드레’의 백복령 상차림. 2015년 12월 사진 / 전설 기자

불국사는 부처의 나라 불국(佛國)을 재현한 절이다. 가장 유명하고 자주 즐겨 찾는 절이지만, 사실 한국의 절은 알고 봐야 더욱 재미있는 법. 무작정 돌기에 앞서 전체 조감도를 보며 관람 포인트를 짚어보자. 예를 들면 천왕문의 사천왕이 밟고 선 네 마리 악귀, 대석단 석축의 그랭이기법, 자하문의 귀면상, 다보탑의 코 없는 돌사자, 대웅전 동쪽 귀공포에 홀로 물고기를 물고 있는 용, 극락전 현판 뒤에 숨은 복돼지…. 마치 게임을 하듯, 부처의 나라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동안 ‘공부’라고 생각했던 사찰기행에 점점 재미가 붙는다.

불국사를 둘러본 뒤에는 석굴암까지 탐사를 이어가도 좋다. 불국사 입구에 굽잇길을 7.5km 정도 오르면 토함산 정상의 석굴암 입구에 닿는다. 비탈진 산길을 걸을 자신이 있다면 오전 10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석굴암 셔틀버스를 이용하자. 비록 일제강점기에 완전히 해체되면서 문헌 속 웅장하고 신비한 원형은 잃었지만, 주실 한 가운데에 가부좌를 튼 본존불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물고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INFO. 산드레
주소 경북 경주시 보불로 299-5

불국사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불국로 385

석굴암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1500원
주소 경북 경주시 불국로 873-243

경주 수학여행 일정 한눈에 보기

경주시외·고속버스터미널 & 경주역 - 대릉원(천마총) - 첨성대 - 동궁과 월지(안압지) - 신라 게스트하우스 - 국립경주박물관 - 월성주민센터 버스정류장 - 경주동궁원 - 경주월드 - 산드레 - 불국사 - 석굴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문무대왕릉

팁1(대릉원) 대릉원 후문 방향에는 국내 최초로 유적 발굴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람할 수 있는 ‘경주 쪽샘지구 유적발굴관(054-748-2663)’이 있다.

팁2(문무대왕릉) 불국사에서 동해안의 ‘문무대왕릉’으로 가려면 다시 보문단지방향의 경주 세계문화엑스포공원 정류장으로 나와 좌석버스 150번을 타고 봉길1리에 하차한다.

Tip 신라 게스트하우스
볼 곳 많고 들를 곳 많은 경주여행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출발에 앞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200m 거리에 있는 ‘신라 게스트하우스’를 숙소로 잡자. 라커룸에 짐을 맡기고 자전거나 스쿠터를 일반 대여소의 절반 가격에 빌려 탈 수 있다. 카페 운영. 조식 가능.
주소 경북 경주시 강변로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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