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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6월호
[송세진의 제주 체험여행] 탁 터지는 소리에 커피 향이 솔솔, 제주에서 즐기는 커피 로스팅 체험 
[송세진의 제주 체험여행] 탁 터지는 소리에 커피 향이 솔솔, 제주에서 즐기는 커피 로스팅 체험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17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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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은 '카페 여행'
타오스페이스에서 즐기는 로스팅 체험
제주성지와 오현단까지 함께 둘러보기 좋아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제주 타오스페이스에서 즐길 수 있는 커피.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여행스케치=제주] 제주는 카페 여행의 성지가 되었다. 독특한 컨셉, 아름다운 풍광, 상쾌한 바닷바람과 어우러진 커피는 단지 맛이 아니라 좋은 추억이자 설렘이다. 이제 여행자들은 커피 맛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로스팅하여 ‘나만의 커피’를 만들어 가는 체험으로 카페 여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10년 전이다. 월정리 해안가에 커피집이 하나 생겼다. 지나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맘 편히 앉을 자리도 없어, 어쩌다 걸음에 지친 올레꾼들만 커피 한잔을 사곤 했다. 손님들이 커피를 사서 잠시 바다나 구경하시라고, 오래된 나무 의자 하나를 커피집 앞에 놓았다. 그것이 제주 해안가 카페의 시작쯤 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카페마다 약속이나 한 듯이 나무 의자 하나씩을 문밖에 내놓는다. 여행자들은 제주 여행을 기념하며 그곳에 앉아 사진 하나씩을 찍는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제주의 푸른 바다와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로스팅과 드립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 맛 체험.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제주 커피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점차 사람들은 카페 지도를 만들어 제주로 날아왔다. 멋진 풍광이나 독특한 볼거리, 제주에만 있는 시그니처 메뉴, 여행지에서만 느껴지는 감성 등 여행자가 찾는 카페의 수만큼 가져가는 추억도 다양하다. 공통점이 있다면 커피가 맛있다는 것. 

커피가 미식의 대상이 되는지는 논란거리가 되지 못한다. 사람들은 행복한 기분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청명한 바닷바람과 함께 마시고, 상쾌한 숲의 기운과 함께 마신다. 그러니 제주에서 마시는 커피는 공기 반, 커피 반 그리고 여기에 추억을 추가한다. 

그러한 이유로 제주 카페 여행은 새로운 장르가 되었다. 여행자들은 커피를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커피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제주가 주는 느긋한 템포와 커피의 향이 꽤 잘 어울린다. 천천히 음미하고, 커피를 만들면서 누군가는 커핑(커피를 만들고 즐기는 일)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커피 맛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일상을 깨트릴 때 경험한 일들은 보다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법이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타오스페이스에 마련된 도자기 핸디 로스터기.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커피 향 속에 여행의 기억을 밀봉한다
단 몇 분 동안 멍했다. 카페 주인장이 준 베이지색 커피콩은 점점 쪼그라들어 쭈글쭈글해졌다. 통통한 갈색 원두를 수천 번은 봤는데, 이렇게 못생긴 커피콩은 처음이다. 

두어 시간 동안 커피를 맛보고, 커피의 종류와 역사를 듣고, 그동안 마셔온 커피 이야기를 하며 허세 꽤나 부렸는데 정작 로스팅은 망쳐 버리는 것 아닌가? 체험 선생님이 알려준 대로 도자기 로스터기를 2분 예열하고, 여기에 커피콩을 넣고, 일정하게 흔들어주고 있는데 생각했던 갈색은커녕 점점 쪼그라들며 이대로 숯이 될 것만 같다. 

“이때가 커피콩이 제일 못생길 때예요. 이게 되긴 하는 건가? 가장 의심이 많이 들죠.”

마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선생님의 한 말씀이다. 망친 건 아니라는 뜻이니 약간의 위로가 된다.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흔들어 본다. 시계를 보니 겨우 6분가량이 흘렀다. 1시간은 지난 것 같은 인고의 시간이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귤 상자로 장식한 타오스페이스 내부.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로스터기에 커피콩을 넣어 직접 로스팅을 해볼 수 있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탁!”

“이제 터지기 시작했어요! 곧 연속적으로 터질 거예요.”

드디어 팝핑을 시작한 커피는 연달아 탁탁 소리를 내며 터진다. 거기에 고소함과 쌉쌀함이 섞인 향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환희의 순간에 완벽을 더한다. 여기서부터 약배전(연한 갈색으로 마일드한 맛) 또는 강배전(진한 갈색으로 강한 맛)이냐에 따라 어떤 온도에서 얼마나 더 볶을지를 정한다. 다 볶아진 커피는 바로 냉풍기로 옮겨 식혀주고, 커피 껍질을 날린다. 그렇게 강렬했던 10분간의 로스팅이 끝난다. 

전체 체험 시간이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지만, 로스팅 하는 10분이 가장 길게 느껴진다. 그러나 막상 커피콩이 터지기 시작하면 눈, 코, 입, 귀가 다 열리며 감각이 요동치는데 이 시간은 순간처럼 지나가 버린다. 정적일 것만 같았던 커피 클래스는 기승전결이 완벽한 극본처럼 절정을 찍고 끝을 맞이한다. 

“축하합니다, 첫 커피를 만드셨어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여행 중에도 마시기 좋게 드립백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첫 작품, 첫 커피는 밀봉하여 가져갈 것이다. 향기는 그대로 봉투에 담겨져 일상에서 다시 꺼낼 때 이날의 추억이 소환될 것이다. 제주의 공기도 조금, 여행의 기억도 약간 보태진 커피가 완성되었다. 

타오스페이스 커피 로스팅 체험  
커피 로스팅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곳은 ‘타오스페이스’ 카페이다. 타오는 바다도 아니고, 산도 아닌 제주도 구시가지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특별히 좋은 전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독특한 세팅도 없는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하나둘씩 찾기 시작했다.

주인장이 직접 만든 가구와 비품,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사 모은 빈티지한 소품, 진한 커피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낯선 여행지이지만 이곳만큼은 어제 다녀온 우리 동네 카페 같기도 하고, 주인장은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어주는 동네 삼촌 같다. 

체험을 원한다면 시간의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마음껏 커피를 이야기하고 궁금증을 해결하고, 원하는 만큼 머물다 가도 좋다. 짜인 계획대로 시간 안에 프로그램을 마치는 대규모 ‘체험’이 아니라, 넉넉하고 편안한 ‘여행’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타오스페이스의 바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살펴보고 시음해볼 수 있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제주 시내 표구거리에 자리한 타오스페이스 간판.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INFO 타오스페이스
메뉴
커피 4000원선, 차 5000원선, 딱새우라면 5000원  
체험비 커피 체험 1인 4만원(커피 시음, 교육, 로스팅, 원두 포함), 
운영시간 매일 오후 1시~9시(출장 시 휴무)
주소 제주 제주시 중앙로 21길 18 

함께 여행하기 좋은 제주성지와 오현단 
타오스페이스는 제주 시내 ‘표구거리’에 있다. 제주성안길로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제주시의 주요 도로였다. 표구거리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는 이곳에 표구사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 제사 방식과 무속신앙이 비교적 잘 보전되고 있는 제주인 만큼 병풍을 비롯한 옛 그림 작품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있고, 그 때문에 이곳에 자리한 10여 곳의 표구사 또한 건재하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제주성지 정류장에서 표구거리 타오스페이스에 갈 수 있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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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구거리와 나란히 이어지는 제주성벽.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제주성지의 누각인 제이각. 옛 제주성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표구거리와 나란히 이어지는 높은 돌담은 제주성벽이다. 언제부터 이곳에 성을 쌓았는지는 분명하지 않고 조선시대인 1411년(태종 11) 기록에 제주성을 정비하도록 했다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축조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성벽은 한때 제주항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허물어지기도 했지만 옛 축성법대로 복원하는 노력으로 지금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1971년 제주특별자치도 지정 기념물 제3호로 지정되었다.

제주성지에서 올라볼 수 있는 제이각은 1599년(선조 32)에 왜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제주읍성 남문 동측에 건립한 것으로 누각에 올라 옛 제주성의 안쪽과 바깥쪽을 조망할 수 있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제주성벽에 자리한 오현단.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오현의 위패를 상징하는 조두석.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제이각에서 제주성 안쪽으로 보이는 비탈에는 ‘오현단’이 있다. 이곳은 옛 귤림서원 자리에 만든 재단으로 제주에 이바지한 다섯 명의 인물을 배향했다. ‘오현(五賢)’은 김정, 송인수, 김상헌, 정온, 송시열로 그들의 위패를 상징하는 다섯 개의 조두석이 소박한 모습으로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오현단은 1678년 충암묘가 시초였고, 1667년 지금의 오현단으로 옮겨졌는데, 이후 관리자나 유배자 등이 제주에 입항할 때면 가장 먼저 예를 올린 매우 중요한 장소였다. 오현단은 시내 한가운데 숨은 듯 자리 잡아 방문자가 뜸하다. 잠시 성벽 안으로 발을 들여 본다면 오래된 나무와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자연 지형을 그대로 이용한 재단과 사당의 배치가 독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시 산책하기 좋은 제주만의 특징을 가진 유적이다. 

INFO 제주성지ㆍ오현단
주소
제주 제주시 오현길 61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제주 살이 5년차에 접어든 여행 칼럼니스트. 마케팅 기획 업무를 비롯해 여행 칼럼을 쓰고, 글쓰기, 책 만들기 강의를 한다. 저서로는 제주를 돌아보는 31가지 방법을 콘셉트 별로 소개한 <리얼트립제주>(북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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