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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마을 탐방] 떡잎부터 다른 명품체험마을 미리보기 충남 예산 오감오촌권역마을
[마을 탐방] 떡잎부터 다른 명품체험마을 미리보기 충남 예산 오감오촌권역마을
  • 전설 기자
  • 승인 2013.12.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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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여행스케치=예산] 전국 각지에 무수히 많은 농촌체험마을이 등장했다. 놀 곳, 배울 곳, 잘 곳 많은 체험마을은 어디에서 이렇게 쏟아질까. 누가 ‘금 나와라 뚝딱, 체험마을 나와라 뚝딱!’ 도깨비방망이라도 휘두르나? 해답을 찾으러 아직은 한적한 농촌, 예산 오감오촌권역마을로 간다.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우리 시골에 왜 왔니, 왜 왔니
세상살이에 쫓겨 시골의 품으로,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아무렴, 하루 종일 구두 뒤축 닳도록 걷다 보면 맨발로 물장구치던 냇가나 비료포대 하나 깔고 눈썰매 타던 언덕바지가 그립고말고.

옛 시골 정취가 그리운 이에게 충남 예산 오가면 오촌리의 풍경은 그저 반갑기만 하다. 뒷짐 진 어르신이 수확을 끝낸 논 근처 둑길을 서성이고, 마을 어귀에 들깨를 털고 남은 포대가 수북이 쌓여 있다. 빗장 없이 활짝 열린 어느 집에 들어서니 이점례 할머니가 노랗게 익어가는 메주 열매 밑에서 콩을 고르고 계신다. “사진 좀 찍어도 되나요?” 여쭤보니 “사진 찍는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갖고 튈 것도 아닌디, 실컷 찍어. 추운디 사진 빨리 찍고 저 위로 가. 신작로 따라서 쭉 올라가면 거기 회관 새로 지어났어. 거가 따뜻햐.” 하신다.

왜 이렇게 춥게 입고 왔느냐고, 따뜻한 말로 챙겨주시는 할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새로 난 길을 따라 위로 걷는다. 좀처럼 외지 사람을 본적이 없는 동네 개들이 난리가 났다. 한 마리가 멍멍, 하니 응답이라도 하듯 온 마을 개들이 함께 짖는다. 꼬끼오, 닭 울음소리도 한데 섞인다. 길 가다 눈이 마주친 소떼는 사람 구경이 신기한지 우르르 몰려와 큰 눈을 데굴데굴 굴린다. 말은 없어도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묻고 있는 듯하다.

어쩜. 향기조차 옛날 내 기억속 시골과 똑같을까. 정겨운 정취, 맑은 시골 공기에 한껏 들떠 숨을 들이키다가 코를 찌르는 소똥 냄새에 흡, 숨을 참는다. 그렇게 눈길 뺏는 풍경에 가다서다 언덕길을 넘으니 반듯하니 새로 생긴 건물 ‘오감 오촌 커뮤니티 센터’가 보인다.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다 같이 놀자 농촌 한바퀴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을 깨운다고 해서 오감, 아지·신탄·상촌·녹야·화천(지금의 오촌1리, 2리) 다섯 마을이 모였다고 해서 오촌입니다. 합쳐서 ‘오감 오촌권역’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다섯 마을의 중심이 되는 곳이 바로 이 커뮤니티 센터지요. 건물 내부에 여행객들이 오셔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 체험을 할 공간을 꾸미고 있습니다.”

한국산업관계연구원 지역산업본부 장창국 연구원이 한가로운 농촌에 새로 건물이 들어선 이유를 설명해 준다. 농촌 살리기, 다시보기의 일환으로 추진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으로 마을 내 마을 어른들이 쉴 수 있는 양로원이 정비되고, 커뮤니티 센터가 들어섰단다.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오촌인 것은 알겠는데, 오감은 뭔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 작은 마을 어디에 사람의 오감을 만족시킬만한 체험거리가 있다는 건지. 의문투성이 외지인의 눈에 커뮤니티 센터 바로 앞쪽에 늘어선 옹기가 보인다. 쪼르르 달려가서 보니 넓은 공터 가장자리에 아담한 옹기가 담장 대신 둘러져 있다. 조금 더 안쪽에 들어서니 장독, 젓독, 항아리, 단지, 시루 등 종류도 모양도 크기도 각기 다른 옹기가 한가득이다. 간밤에 내린 눈이 장독대 위에 소복하게 쌓여 있는 풍경이 아름답다. 160년간 전통옹기를 빚어온 옹기명가 전통예산옹기의 입구다. 명장 98-23호 황충길 명장과 그의 아들 황진영씨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관과 공방을 운영한다. 오감 중 촉각을 깨우는 첫번째 열쇠가 바로 옹기렸다!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옹기체험은 흙가래 성형으로 모양을 잡고 물래를 돌려 빚고 옹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익히는데 꼬박 2시간이 걸립니다. 예전에 가족 단위 체험을 운영하다 중단했는데 적은 인원이 불시에 오니까 참 어렵더라고요. 현재는 30인 이상 단체 체험을 운영하면서 가족체험이 가능한 요일과 시간을 정해 함께 진행할 계획입니다. 물론 미리 초벌을 해둔 컵에 그림만 그리거나 그림판 흙을 붙이게 하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수도 있지만 이미 완성이 된 상태에서 손만 한번 스치는 것은 진정한 체험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작업실 한쪽에 가지런히 줄 서 있는 옹기.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옹기 명장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 2014년 1월 사진 / 전설 기자

작업실 한쪽에 건조 중인 삽교초등학교 학생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제법 모양을 갖춘 컵, 사발, 항아리 사이에 흙으로 빚은 공룡-인지 오리인지 헷갈리는 동물-이 있다. 울퉁불퉁한 흙 고무신은 누구의 작품일까. “이런 것도 옹기가 돼요?” 물어보니 “당연하죠. 정성 들여 만든 건데요. 아이들에게 옹기도 빚고 흙장난도 하라고 흙을 많이 줍니다. 이것도 가마에 들어갔을 때 깨지지 않게 손을 본 뒤 같이 구워서 보내줘야죠”하고 답한다. 그 말을 들으니 어서 빨리 커다란 흙덩이 조몰락거리며 나만의 옹기 시리즈를 만들고 싶다. 오감 오촌권역 농촌체험마을은 언제쯤 완성될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김관희 추진위원장을 찾아 갔다.


오감오촌권역마을 김관희 추진위원장 인터뷰
-오감을 깨우는 마을인데 촉감(옹기)밖에 못 봤습니다. 남은 4가지 감각 체험은 무엇인가요?
후각은 향기 좋은 예산 사과, 미각은 맛좋은 예산 한우예유. 시각은 예당평야에서 보는 황금뜰인데 가을이면 618번지 일대가 황금으로 물들어서 경치가 아주 말도 못하게 좋아유. 청각은 사물놀이유. 우리 마을의 녹야 농악대가 전북도 추최 대회를 비롯해 상도 많이 받았슈. 지금 민족음악원에 이광수 원장 있잖유? 그분도 꼬마 때 여서 사물놀이 배워가지고 그리 큰 인물이 됐지유.

-옹기를 비롯한 관광자원이 풍부한데 체험마을로는 다소 늦은 출발이 아닌가 싶은데요.
우리 마을이 위치가 아주 깡촌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시도 아니고 딱 중간이유. 옹기, 사과, 한우가 유명하고 수도권에서 2시간이면 왔다갔다하니께 소득 수준이 높았지유. 마을 구성원들이 사업을 많이 하다 보니께 다들 자기 할일 하느라고 바빴시유.

-그럼 오감 오촌권역농촌체험 마을은 언제쯤 놀러올 수 있을까요.
급하면 안 돼유. 점차적으로 나아져야지유. 길게 5년 정도 보는디유 지금 그중 3년 지났구먼유. 1단계로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민복지 다지기부터 해서 경로당 보수하고 집 안에서 마을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무선 방송도 달았슈. 슬슬 1단계 마무리하는 단계니께 2단계로옹기체험, 블랙초크베리 수확 체험 등등 체험할 거를 많이 맹글어서 휴양마을로 가야지유.

-어떤 농촌체험마을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최종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사람이 편히 쉴 수 있는 휴양마을부터 만들구유, 나중에는 마을에 인성학교를 하나 세우고 싶어유. 전국에 인성학교가 30군데 있는디 돌아보니께 자신감이 생겨유. 우리 시골은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잖유. 우리 동네 노인양반들이 구수한 맛이 있어서 옛날 어려웠던 때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시고 정이 넘쳐서 문제 없슈. 예비 선생님이 천지유.

처음에는 ‘뭐 볼 게 있나’ 했던 시골마을이건만 마음껏 돌아보고 설명을 들어보니 이제야 알겠다. 느긋하고 한가로워 보이는 농촌마을도 가까이서 보니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하긴, 눈 깜짝할새 볼거리 늘고 잘 곳 생기는 곳이 어디 있으랴. ‘명품 농촌체험마을’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이 그 땅에 나고 자란 어른들이 짓고 가꾸고 만든 것이었으니. 전국의 농어촌체험마을이 이런 준비과정을 거쳐 탄생했으리라.

오감오촌권역마을은 예행연습에 하나로 2013년 여름 도농교류 한마당을 열고 전통예산옹기 만들기 체험과 블랙초크베리 농산물 수확체험을 진행했다. 두툼하고 묵직한 나만의 옹기와 평소에는 맛보기 힘든 블랙초크베리를 한아름 선물로 받은 체험객들의 얼굴에서 웃음 마를 순간이 없었다하니, 새해에는 또 어떤 만남의 장을 열지 궁금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모두 갖춘 모습으로 여행객들을 맞이할 1등 농촌체험마을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INFO.
주소 충청남도 예산군 오가면 황금뜰로 1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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