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별로 서가 꾸며…'발견하는 재미' 선사
북 매니저가 직접 선별한 북 큐레이션 코너
[여행스케치=서울] 쉴 틈 없이 흘러가는 일상과는 달리 책방에서의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헌책으로 빼곡한 서가 사이를 누비며 마음에 꼭 드는 책을 만나고, 독립출판의 매력 속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서울책보고’에 다녀왔다.
잠실나루역 인근에 자리한 서울책보고에 들어서면 겹겹이 세워진 아치형 책장이 눈길을 잡아끈다.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속 몽환적인 배경으로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서가다. 거대한 책벌레가 꿈틀거리며 지나간 듯한 통로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약 13만 권에 이르는 헌책을 살펴볼 수 있다.
이한수 서울책보고 홍보팀장은 “서울시의 공간재생 프로젝트로 새롭게 단장한 서울책보고는 29개 헌책방의 책을 위탁ㆍ판매하는 복합문화공간”이라며 “원하는 책을 바로 찾아 떠나는 곳이 아닌 뜻밖의 책을 ‘발견’할 수 있도록 책방별로 서가를 꾸민 것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헌책을 통해 향유하는 시대와 순간
귀중한 물건을 간수해 두는 창고인 ‘보고(寶庫)’와 ‘책을 보다’라는 중의적 의미가 담긴 서울책보고는 비어있던 물류창고를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1970년대부터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지킨 동아서점,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책을 보유한 서적백화점 등 책방별로 분류된 책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원하는 책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서적을 찾는 데 꽤 시간이 걸리는 등 크고 작은 불편이 따르지만, 보물찾기하듯 공을 들여 구석구석 찾다 보면 같은 서적임에도 판형과 버전이 다른 책이 숨어있어 비교해보고 구매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헌책 서가가 과거의 시간을 품고 있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만든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자리한다. 특정 독립서점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독립출판물을 한자리에 전시해둔 공간이 그 주인공이다.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작가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독립출판물은 판형과 다루는 콘텐츠 또한 다채롭다.
손으로 직접 제본한 책, 제목을 달지 않은 책 등 개성이 묻어나는 서적은 새로운 감각을 깨우게 한다. 독립출판물 열람공간과 마주 보는 곳에는 명사의 기증도서 서가가 자리해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심영희 한양대 석좌교수 부부가 기증한 1만670권의 책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빈손으로 책방을 떠나기 아쉽다면 ‘북 큐레이션’ 코너에 들러보자. 서울책보고 북 매니저가 직접 큐레이션 한 랜덤박스가 놓여 있는 곳으로, 타인과의 좋은 대화를 위한 서적,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소설집 등 다양한 주제로 묶인 비밀스러운 상자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INFO 서울책보고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주말ㆍ공휴일은 10시부터 운영,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서울 송파구 오금로 1 서울책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