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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여행 레시피] 통영의 섬과 바다, 비진도 산호길…한려해상의 바다백리길을 걸어요
[여행 레시피] 통영의 섬과 바다, 비진도 산호길…한려해상의 바다백리길을 걸어요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20.02.17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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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珍)에 비(比)할 만 한 섬, 통영 비진도
섬을 한 바퀴 돌아 걷는 '비진도 산호길'
미인도전망대서 조망하는 섬과 비취색 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경남 통영시 한산면에 자리한 비진도.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통영] 바람과 바다와 흙과 돌들이 일궈낸 경남 통영의 자연환경은 분주한 삶에 쉼표 하나를 찍듯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좋은 여행지가 되어준다. 통영의 봄은 먼바다에서부터 시작된다.

“한산도와 여수의 앞글자를 하나씩 떼 내어 이름 붙인 ‘한려해상’은 지리산, 경주, 계룡산에 이어 네 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이자 거제 지심도에서 여수 오동도까지 300리 뱃길을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국립공원이다. 한반도 남쪽 바다를 골고루 에두른 이 지역의 전체 면적은 약 536㎢, 그중 76%가 100개의 섬으로 이뤄진 바다이다.”

한반도 남쪽 바다를 두루 품은 한려해상국립공원 중에서 ‘바다백리길’이란 이름표를 단 건 경남 통영에 뿌리를 둔 여섯 개의 섬뿐이다. 통영의 섬, 그러니까 미륵도 달아길, 한산도 역사길, 연대도 지겟길, 비진도 산호길, 매물도 해품길, 소매물도 등대길이 생긴 건 2013년 가을. 부러 깎고 파고 덮은 인위적 길이 아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비진도에는 무수한 사연을 품은 산호길이 조성되어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오랜 세월 섬 주민들이 나무하러 다닌 길, 가족들 배불리 먹이기 위해 무거운 지게를 지고 넘나들던 길, 누군가는 뭍으로 떠난 자식들이 그리워 올랐을 길, 헤어진 연인이 애타게 보고파 서성댔을 길…. 육지의 작은 귀퉁이였던 시절부터 바다의 한쪽으로 밀려와 섬이 되기까지, 흩뿌려진 무수한 사연들이 소금기를 잔뜩 먹은 바람을 타고 넘실넘실 춤추던 길이 이 바다 위에 있다.

보배로운 섬, 비진도
통영시 한산면에 위치한 비진도는 예부터 산수가 수려하고 해산물이 넉넉해 ‘보배로운 동네’ 혹은 ‘보배(珍)에 비(比)할 만 한 섬’이란 뜻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통영 사투리로 물에서 툭 비어져 나온 곳, 즉 ‘비진 곳’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천연기념물 제63호로 지정된 팔손이나무자생지와 후박나무 자생지, 자연동백림 등도 비진도의 자랑거리다. 

비진도는 꼭 운동기구인 아령처럼 생겼다. 개미허리, 땅콩, 모래시계로 보일 때도 있다. 내항과 외항, 두 개의 섬이 550m 길이의 해변으로 연결돼 한 자리에서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인데, 서쪽은 간질간질한 고운 모래, 동쪽 해변은 동글동글한 몽돌로 이뤄진 특이한 바닷가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비진도 산호길을 가려면 외항마을에서 내려야 한다.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5회 배가 오간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산호길을 걸으며 마주하는 시원한 절경.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한 배는 따스한 남쪽 바다를 가르며 비진도 뱃길을 달린다. 40여 분 후에 닿는 곳이 안섬으로 불리는 북쪽의 내항마을이다. 비진도 산호길을 가려면 외항에서 내려야 하지만 내항에서 내려 2km쯤 걸어도 상관없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에 따라 걸음을 옮긴다. 여름철 피서지와 바다백리길 트레커는 말할 것도 없고 늦가을부터 음력 2월까진 감성돔이 잘 잡혀 낚시꾼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비진도는 손바닥 들여다보듯 빤한 곳이어서 가는 곳도 한정돼 있다. 차가 들어오기 힘든 곳이고, 차가 있다 해도 섬과 섬의 끝이 그리 길지 않아 펜션에서조차도 오토바이에 리어카를 연결해 예약 손님을 태우곤 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비진도의 작은 암자 비진암 주변은 통영 인근에서 가장 예쁜 동백꽃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섬으로 꼽힌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발치에 툭 떨어진 붉은 동백.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섬을 한 바퀴 돌아 걷는 비진도 산호길
해변 한쪽에 바다를 배경으로 둔 이정표가 섰다. 바다백리길은 이 이정표에서 선유봉(312m) 쪽으로 가야 한다. 시멘트 포장도로 위로 쭉 이어진 파란색 페인트 선이 초입까지 이어져 있다. ‘비진도 산호길’은 섬을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코스여서 어디로 가든 이 자리로 돌아오게 돼 있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선유봉 3.2km)으로 꺾어 들어서면 곧 어두컴컴한 동백 숲이 길을 막는다. 한 사진작가는 “통영 인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백꽃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으로 비진도를 꼽았다. 붉은 꽃터널을 지나면 바다를 마주한 비진암이 나오고, 이어서 침엽수와 활엽수가 조화롭게 섞인 어둑한 숲이 발끝에 닿는다.

숲을 빠져나오자마자 짭조름한 바람이 얼굴 위로 내려앉는다. 바다다. 거침없이 너울대는 파도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길을 잇는다. 용머리바위로도 불리는 이곳의 이름은 ‘슬핑이치’ 또는 ‘갈치바위’이다. 이름 끝에 붙은 ‘치’는 해안선에 툭 불거진 단애, 즉 수직이나 급경사의 암석사면을 말한다. 산에서의 ‘치’는 고갯마루다. 그것이 산이든 바다이든 ‘치’는 쉬어가기 좋은 장소다. ‘갈치바위’라고 이름 붙은 까닭은 태풍이 불 때마다 파도를 따라 날아온 갈치 떼가 이 일대 소나무에 걸린 데서 유래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비진도 산호길은 원점회귀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벼랑길이 끝날 때쯤 노루여전망대가 나온다. 수평선 쪽의 섬은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대략 왼쪽부터 연화도, 우도, 욕지도, 외부지도, 두미도, 추도, 연대도, 미륵도 순이다. 옛날엔 선유봉 일대에 노루가 많이 서식했고, 주민들이 산 위에서 노루를 쫓아 벼랑 아래로 떨어지게 해 잡기도 했단다.

또는 이곳 해안 절벽 아래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노루를 지나가는 배가 종종 건져 올린 일이 있어 ‘노루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여’는 바다에 잠긴 조그만 바위섬을 말한다. 한자로는 노루 장자와 여울 탄자를 써서 ‘장탄(獐灘)’이라고 부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산이 높아질수록 바다는 숲에 가려 아득해진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선유봉에서 선착장으로
노루여전망대에서 선유봉까지의 거리는 약 1km로 가파른 오르막이다. 숨이 차오를 때쯤 등산로 곳곳에 핀 보라색, 분홍색, 하얀색의 노루귀와 날렵한 산자고, 현호색 등이 보인다. 매화와 동백, 미리 핀 진달래까지 섬은 온통 봄꽃 천지다. 키 작은 노루귀는 3월의 비진도가 주는 선물이다. 산이 높아질수록 바다는 숲에 가려 보이지 않고, 바다를 가린 숲엔 노루인지, 파도를 타고 넘어온 갈치인지 ‘푸드덕’ 무언가가 숲을 스치는 소리가 난다.

전망대를 출발한 지 30분 후쯤 섬의 가장 높은 곳 선유봉에 닿는다. 날씨만 좋다면 거제에서부터 코앞의 매물도까지 두루두루 보이겠지만 하늘은 도통 갤 기미가 없다. 간단히 허기를 달래고 산을 내려선다. 경사가 급한 곳이어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주변 섬을 비롯해 비취색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내려서는 길에도 눈은 쉴 틈이 없다. 하늘로 올라간 선녀가 홀로 남은 어머니의 식사가 걱정돼 땅으로 내려보낸 밥공기 모양 흔들바위, 바다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굳어버린 망부석(여인바위), 또 망바위전망대와 미인도전망대도 있는데, 그중 최고는 단연코 미인도전망대다.

비진도 주변의 너울대는 섬과 기다란 해변 좌우로 찰랑대는 비취색 바다, 표류 중인 선장이 풍란의 냄새를 맡고 길을 찾았다는 꽃등대(춘복도) 등 미인도전망대에 서면 지금 밟고 선 비진도의 나머지 부분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인다. 우와, 참았던 감탄사가 쏟아진다. 산호길, 길 이름도 예쁜 비진도는 미세먼지 속에서도 보배처럼 곱디곱게 반짝이고 있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아령 또는 땅콩을 닮은 섬의 모양새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원데이 비진도 여행 레시피
①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비진도 외항으로 가는 배는 2월 기준 오전 6시 5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하루 5회 운항한다. 섬에서 통영으로 나오는 마지막 배는 오후 5시 15분이지만 정확한 시간은 출발 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뱃길은 약 40분쯤 걸린다.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한다.
② 외항에서 출발해 원점으로 돌아오는 비진도 산호길은 선착장 기준 약 5.5km이며 넉넉히 3시간이면 충분하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시계 반대 방향)으로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는 게 무난하다. 갈림길 초입에서 선유봉까지는 무던한 오르막으로 3.2km이다.
③ 선유봉에서 외항마을로 내려서는 길은 1.7km로 짧은 대신 가파르다. 초등학생도 완주할 만큼 어렵지 않지만, 안전을 위해 등산화를 착용하는 게 좋다. 외항에서 통영으로 돌아왔다면 여객선터미널 앞의 서호시장에서 시락국이나 충무김밥으로 여독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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