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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2월호
[도시 산책] 아날로그 대전 원도심 여행 “영화 '변호인'에도 대전이 나왔다고?”
[도시 산책] 아날로그 대전 원도심 여행 “영화 '변호인'에도 대전이 나왔다고?”
  • 송수영 기자
  • 승인 2014.01.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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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4년 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여행스케치=대전] ‘대전 여행’이라 하면 왠지 퍼뜩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대한민국 최고, 최대 과학도시 대전의 안쪽엔 그러나 이렇게 오래 되고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숨어 있었다.           

‘대전’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재미있게도 그 대답에 따라 연령대가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연로하신 분들에겐 대전역, 대전부르스, 가락국수 등이 압도적이다.  ‘엑스포’ ‘과학’‘KAIST’를 먼저 떠올리는 이라면 요즘 최고의 화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열광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이보다 젊거나 SNS에 열심인 사람들에겐 대전의 명물 빵집 ‘성미당’이 우선이다. 한 도시의 이미지가 이렇게 얼마 되지 않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변화를 겪는 곳도 흔치 않을 것이나 결정적으로 관광지로서 보자면 대전은 행정과 과학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너무 오랫동안 굳어져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말하자면 연구원들이 들락거리는 곳이거나 혹은 교통의 요지로써 지나쳐가는 곳이 바로 대전이다. 


그래서 이번 대전의 원도심 여행은 의외의 반전이자 새로운 발견이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대전의 속살은 놀라우리만치 아날로그였다. 

2014년 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도지사실 안쪽엔 조선 후기 학자인 윤증 가문으로부터 기증받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2014년 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그 중심에 충청남도청사가 있다. 2012년 12월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사를 하면서 더 이상 대전은 충청남도 도청 소재지가 아니다. 이후 도청사는 대전 근현대사전시관으로 탈바꿈하여 일반에 개방되고 있다. 

2014년 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1932년에 지은 도청. 붉은 벽돌의 외관은 장식이 없이 매우 모던한 형태다. 2014년 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시청, 또는 도청사는 지역과 지역민을 대표하는 얼굴인 만큼 상징성과 역사성이 적지 않은 바, 더욱이 충청남도청사는 1932년에 만들어져 근대 관공서 건물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그 원형을 간직한 몇 안되는 근대 건축물로 손꼽힌다는 점에서 의의가 남다르다. 현재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지어진 지 80여 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건물 외관의 붉은 벽돌이 흐트러짐 없이 견고하다. 설계를 담당한 이와쓰키 센지(岩槻善之)는 서울시청의 전신인 경성부청, 서울대학교 전신인 경성제국대학과 경성재판소(옛 대법원) 설계에도 참여하였던 인물. 그래서인지 건물이 꽤나 눈에 익다. 부지를 제공한 인물은 공주 출신의 친일 자산가 김갑순이었다.

2014년 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지금은 더 이상 가지 않는 벽시계가 세월을 말해준다. 2014년 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건물이 지어진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리하여 이곳 건물도 전체적으로 밋밋하고 평평한 평면을 보이는데요. 그런 가운데 좌우대칭 형태의 중심성이 강조되는 특징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전체적 마감 장식, 몰딩이 현관 등 중앙에만 집중되어 있죠.” 대전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안준호 씨의 설명이다. 

외관은 비교적 단순하고 직선적인 느낌을 강조한데 비해 내부 현관은 고풍스러운 조명과 둥근 아치형의 기둥, 여기에 장식성이 두드러지는 몰딩까지 한껏 치장을 했다. 여기에 2층으로 이어지는 대리석 계단 위에 달려있는 커다란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져 내려와 관공서와는 어울리지 않게 왠지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1층에는 충청남도청과 대전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이 있으므로 미리 들러 구체적인 내용들을 확인해보자. 공주에서 대전으로 도청소재지를 옮기게 된 연혁이며, 도청사 건축에 관한 세부 정보, 이제는 볼 수 없는 ‘대전부르스’ LP에 이르기까지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정보들이 모여 있다. 

2014년 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아흔 살 내력의 철제 금고. 2014년 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층에는 누구나 궁금해 하는 도지사실이 있다. 그러나 도지사실이라고 해서 화려하고 넓을 줄 알았더니 꽤 소박하고 자그마하다.  TV 드라마 속 ‘실장님’의 방이 더 근사하겠다 싶다. 주인이 이사 간 방에는 안희정 현 충남도지사의 명패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다만 도지사 방에는 일제강점기 공주청사에서부터 사용하였다는 철제 금고가 있어 눈길을 끈다. 192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자그마치 무게가 1톤이나 된단다. 때문에 1932년 공주에서 대전으로 청사를 이전할 때 엄청 골치를 썩였던 모양이다. 당시엔 소형 트럭밖에 없었던 관계로 공주에 두고 가자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으나 결국 트럭 2대를 동원하여 금고를 무사히 이송하는데 성공하였다고. 그 공을 인정받아 이송 임무를 맡았던 기사는 당시 쌀 2가마 값에 해당하는 20원을 상여금으로 받았단다. 과거에는 귀중한 돈과 서류를 넣어두었다는데, 여기저기 긁히고 떨어져 테이프를 붙여놓는 등 알뜰한 세월의 흔적이 여실하다. 그럼에도 총탄에 끄떡없을 듯 위세만큼은 짱짱하다.  

도지사실에는 특별히 베란다가 붙어있다. 가끔 바깥 공기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때 이용하였다고. 과연 베란다에 서니 이곳을 중심으로 대전역까지 시원하게 대로가 쭉 뻗어있어 시야가 멀리 트인다. 

이 일대는 과거 엄청난 번화가였으나 도안신도시 등이 개발되면서 오늘날엔 오히려 시간이 멈춰버린 듯 정체되어 버렸단다. 1980년대 시대상을 그린 영화 ‘변호인’의 배경으로 이곳 도청사와 골목이 비춰진 것도 그런 연유다. 

2014년 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골목 안쪽 한 상점에서 만든 재미있는 오브제. 2014년 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4년 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최근 구도심 대흥동 일대에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골목골목 재미있는 변화가 감지된다. 2014년 2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사람들이 빠져나간 원도심엔 요사이 값싼 임대료를 찾아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충청남도청 앞 대로변을 내려와 중앙로역 2번, 또는 3번 출구의 대종로 골목길에서 이런 징후를 엿볼 수 있다. 

INFO
관람료 무료 
관람시간 10:00~18:00(11~2월), 10:00~19:00(3~10월) 매주 월요일 명절 당일 휴관
주소 대전시 중구 중앙로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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