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영화 드라마처럼 즐기는 바캉스] 드라마 '풀 하우스'와 '슬픈 연가'의 배경지 신도, 시도, 모도 문턱 없는 섬
[영화 드라마처럼 즐기는 바캉스] 드라마 '풀 하우스'와 '슬픈 연가'의 배경지 신도, 시도, 모도 문턱 없는 섬
  • 김상미 객원기자
  • 승인 2007.07.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7년 7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갈매기를 유혹하는 새우깡. 2007년 7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신도] 내게는 큰 바다가 다녀간 하루가 있다. 초등학교 때 <섬개구리 만세>라는 영화를 본 후 꿈속에서 배를 타고 표류하다 도착한 섬마을과 망망한 바다가 있다. 그래서인지 어려서부터 늘 섬을 찾아가는 꿈을 꾸며 살았다. 덜컹거리는 세월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열병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고, 마음과 소통이 잘 안 될 때 섬을 찾아간다. 바다라는 다리를 건너며 갈매기가 세상을 향해 제 몸을 던지듯 바다에 나를 던져 넣는 것도 여행의 의미가 된다. 

어떤 시인은 바다가 푸른 것은 풀어놓은 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생을 지고 온 모래사장은 오늘도 새로운 집을 짓고, 제 무게를 남긴 바닷새의 발자국은 어둡고, 밤새 별들이 다녀간 발자국은 눈물 같기도 하다. 내 무게를 내려놓을 때마다 발밑에서 풍금소리가 들린다. 햇살에 선한 눈을 뜨고 함부로 발 디디지 말라고 말하는 갯벌의 나직한 음성을 들으며 수기해변을 걸었다. 문득 꿈속에서 보았던 섬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 7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신도에서 만난 소 가족. 2007년 7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옛날에는 바다에 인생을 부려놓고 사는 사람들에게나 바닷길을 내주었는데 섬은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도 아는 모양이다. 드라마 <풀 하우스>와 <슬픈연가> 세트장이 들어서면서 국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일본 아줌마 팬들의 열정이 섬을 달구더니 이제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여성 팬들의 발길이 잦다. 조용하던 섬이 소란스러워져서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다는 섬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섬의 역사를 뒤적여보았다.

 “원래 시도의 이름은 ‘살섬’입니다.” “마니산에서 시도에 과녁을 맞추고 활 쏘기 연습을 했다는 데서 유래되었지요. 마을에는 구전을 따라 신석기시대 석촉을 기념한 화살탑도 세워놓았어요.” 그런 연유일까 밤이 되면 강화도와 영종도 인천공항의 화려한 불빛은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미완의 불안을 만들어내며 색다른 느낌을 준다. 

2007년 7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ㅅ소처럼 일한 어머니. 2007년 7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2007년 7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수기해변을 혼자 지키는 <풀하우스> 세트장. 2007년 7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연도교로 연결된 신도, 시도, 모도는 섬 곳곳에 은근한 매력을 숨겨두고 있어서 자전거 바퀴로 섬 길을 깎아내는 것도 좋다. 섬에서는 느림과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줄 아는 것이 필수. 마을버스를 타거나 시도농협 앞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인근 장봉도까지 알차게 둘러보는 여행은 어떨까.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섬을 돌아보며 나만의 섬을 골라 보는 것도 좋다.(펜션에서는 자전거를 공짜로 빌려준다) 

첫발을 디딘 섬 신도에서는 논길, 해안길, 산길을 경험하게 된다. 구봉산 정상 구봉정에 들러 보는 것은 어떨까. 한 시간가량 삼림욕을 하며 걷는 것은 보약이 될 듯하다. 쉽게 볼 수 없는 토종의 섬소사나무 군락지에서 콧노래로 비목을 흥얼거려보았다. 바람이 지나갔던가, 나뭇잎이 박수를 쳤던가, 숲 향기로 취해 있었던 듯하다.

2007년 7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두고 온 갯벌. 2007년 7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풀 하우스> 앞 수기해변은 아이들과 갯벌체험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수영을 하다 지치면 해안가 소나무 숲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신선이 놀다간 바닷가 정자에 앉아 갯고랑을 어슬렁거리는 갈매기와 안주를 나눠 먹어보자. 운 좋으면, 수평선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카메라에 담아 올 수도 있다. 
모도는 배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띄엄’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배의 밑이라는 뜻을 지닌 ‘배미꾸미 조각공원’에는 이일호 씨 조각 작품들이 바다를 배경 삼아 전시되어 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에서 보았던 조각품들이 어렴풋한 기억을 빠져나와 시간을 확인해 보는 느낌이다. 

섬을 둘러보고 배 떠나는 시간이 남아 있다면 신도로 통하는 연도교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다. 떨어지는 낙조 위로 두고 가는 시도의 해안선 포장마차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다리까지 배웅을 나와 꼭 다시 오라고 매달리는 연인 같다. 사방이 어두워질수록 눈을 크게 뜨는 하늘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백로의 춤사위가 선명하여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돌아갈 곳은 콘크리트 지붕 아래지만 새들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