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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황금연휴 플랜] 열망을 실현하다 울릉도 상륙 작전
[황금연휴 플랜] 열망을 실현하다 울릉도 상륙 작전
  • 주성희 기자
  • 승인 2014.04.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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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여행스케치=울릉] 5월 하늘에서 후두둑 ‘빨간 날’이 떨어졌다. 넉넉한 휴일. 이건 그동안 먼 거리 때문에 마음속에만 담아둔 열망의 여행지로 떠나라는 신의 계시. 다시 말해 하늘이 도와야 가능하다는 울릉도 상륙작전을 실현할 적기라는 뜻이다. 

울릉도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받아준다고 했다. 부덕의 소치일까. 비, 풍랑으로 인한 결항, 맑은 날은 선박 만석 등으로 인해 입항일이 세 번이나 연기되자 스스로를 탓하며 하늘의 도움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네 번째 정한 날짜에 가까스로 상륙에 성공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하는 그곳에 가는 길은 벅찬 기대로 울렁, 뱃멀미로 울렁. 달리 울릉도가 아니었다. 바다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울릉도 여행은 파도가 잔잔해지는 5~6월이 적기다. 결항률이 낮고 여행하기 쾌적한 날씨가 이어져 이맘때 가족여행지로 첫손에 꼽힌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도동 약수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망향봉 정상의 독도전망대에 이른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울릉도의 신비가 열리는 관문, 도동 

울릉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동차나 버스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거나 울릉도를 일주하는 유일한 수단인 유람선을 타거나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성인봉을 오르거나 독도로 향하거나. 길은 갈려도 모두 울릉도의 관문 도동을 거쳐 간다. 도동은 군청과 경찰서를 비롯한 관공서와 여객선 터미널, 여행사, 렌터카 사무실, 호텔, 음식점, 특산품 판매장 등이 밀집한 울릉도의 노른자 땅으로 울릉도 인구와 경제력의 60~70%가량이 이곳에 몰려 있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울릉도의 관문, 도동항 풍경.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단맛이 강하지 않고 뒷맛이 특히 고소한 울릉도 호박엿.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울릉도 땅에 발을 내리자마자 또 다시 배를 타고 나가는 해상 관광은 내키지 않을 터. 이때  가장 유용한 여행법이 해안도로를 따라 울릉도를 전체적으로 둘러보는 육로 관광이다. 버스 투어를 신청하면 울릉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춘 운전기사가 가이드를 겸하며 역사와 지형, 생태적 특징, 주민 생활상 등 울릉도의 요모조모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도동에서 출발해 서편의 통구미, 태하, 현포, 천부를 거쳐 나리분지까지 돌아보는 A코스와 봉래폭포, 내수전일출전망대, 저동 촛대암 등 도동 동편을 구경하는 B코스로 나뉜다. 

“울릉도에 신호등이 있다 없다? 맞춰보이소. 뭐라케쌌노, 없다고? 있다! 2개나 된다. 빨간 불에 서고 파란 불에 간다. 육지랑 똑같다. 얕보지 마라. 섬 둘레는 56.5km, 해안도로는 44.2km, 그중 4.4km가 아직 공사 중이라 지금은 온 길을 되돌아 내리와야 카지만 2016년 10월에 완공되몬 행님 누보 편하게 일주할 수 있다. 좋나? 또 올끼가?”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나리분지선 4월 말이면 먹기 좋게 올라옵니다여. 1년에 딱 2번 끊어 묵지요. 데쳐 무쳐 묵어도 맛있고, 날로 고기 쌈 싸묵어도 맛있고."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통구미마을 해안가의 거북바위. 거북이가 마을을 향해 통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라 해서 통구미마을이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울릉도에서 가장 차진 입담을 자랑한다는 권 기사가 왕복 4시간 거리의 A코스를 돌며 울릉도 사정을 깨알같이 전한다. 통구미 거북바위, 한국 10대 비경으로 꼽힌 태하, 울릉도의 3대 비경 중 하나인 현포항 공암(코끼리바위), 송곳봉 등 절경마다 차가 멈춰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울릉도 아름다운 풍광을 두 눈과 카메라에 꼼꼼히 담는다.  

바다를 따라 시원하게 뚫린 육로는 나리분지로 방향을 틀며 꼬불꼬불 이어진다. 나리분지는 성인봉 북쪽 칼데라 화구의 함몰로 이뤄진 화구원이다. 동서 1.5km. 남북 2km에 이르는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로 사방이 산에 포근히 둘러싸인 한적한 마을 풍경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독도전망대에 오르면 도동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비경의 끝, 도동~저동 해안산책로
육로 관광 B코스는 저동 일대 관광명소를 둘러본다.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은 울릉읍 저동리에 위치한 봉래폭포. 성인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원시림을 뚫고 힘차게 낙하하는 높이 25m의 3단 폭포다. 폭포를 향하는 길목에는 울창한 삼나무 숲속에서 시원한 자연 바람을 뿜어내는 풍혈이 있다. 연중 4℃의 찬바람이 바위틈에서 불어나와 여름 피서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울릉도 남부의 중요한 상수원인 봉래폭포. 우리나라 최고 적설지인 울릉도는 5월 초까지도 눈이 녹지 않는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저동항 북쪽 440m 산봉우리에 위치한 내수전일출전망대는 멋진 해맞이와 바다 조망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 동백나무와 마가목 등이 터널을 이룬 숲길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죽도와 관음도, 저동항 풍경이 막힘없이 펼쳐진다. 저동항 앞바다에는 촛대암이 우뚝 솟아 있다. 조업을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던 딸이 바다로 나갔다가 그 자리에 우뚝 서 바위가 됐다는 짠한 전설이 서려 있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뱅글뱅글 걸음 따라 빙글빙글 울릉도의 비경이 춤춘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촛대암을 끝으로 육로관광을 마무리하면 저동항 어판장의 펄떡이는 활어와 싱싱한 수산물을 맛볼 차례. 도동보다 싼 값에 자연산 회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신선해서 뿌득뿌득 잘 씹히지도 않는 홍해삼, 보드랍게 쫄깃한 한치회, 꼬들꼬들한 식감의 뿔소라, 즉석에서 삶아주는 야들야들한 문어숙회 등 자연산 해산물로 배를 두둑히 채운 뒤 도동까지 해안산책로를 따라 거닐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야들야들 문어, 꼬독꼬독 홍해삼, 꼬들꼬들 뿔소라 수북 담아 한 접시에 3만원.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해안산책로의 유일한 횟집 용궁. 예서 자연산 회 한 접시에 파도소리 장단 삼아 한자락 걸치면 용왕의 궁전이 부러울쏘냐.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저동 촛대암에서 행남등대를 거쳐 도동항까지 이어지는 해안산책로는 울릉도 여행의 백미. 바다와 찰싹 붙은 산책로는 에메랄드를 흩뿌려 놓은 듯 투명한 옥빛 바다와 다양한 지질구조를 품은 층층 단애, 기기묘묘한 바위와 해식동굴 등 울릉도의 다채로운 풍광을 걸음마다 풀어놓는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잇는 아치형 다리와 소라고둥처럼 뱅글뱅글 절벽을 타고 올라가는 계단을 지날 때는 탄성이 절로 터진다. 다리와 계단이 성글게 짜여 발아래로 출렁이는 푸른 물결을 고스란히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하좌우 시선을 어디로 돌려도 빼어난 비경으로 초점이 맞춰지는 울릉도의 해안산책로는 과연 우리나라에서 손꼽을만하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저동항 명물, 촛대바위. 촛대바위 오른쪽으로 도동 가는 해안산책로가 이어진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홍해삼 불쏘라저동활어판매장. 도동보다 저동의 회 값이 저렴한 편이다. 2014년 5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울릉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일정은 독도 관광이다. 독도는 5대가 덕을 쌓아야 들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울릉도보다 더 가기 어려운 곳이다. 착한 일을 더하라는 하늘의 뜻인지 전날 밤부터 숙소 창문이 부서지게 바람이 불더니만 결국 독도행 배가 결항됐다. 날이 밝자 독도를 가지 못한 사람들이 도동 약수공원 언덕 끝자락에 위치한 독도박물관과 망향봉 정상에 위치한 독도전망대로 몰린다. 거친 바람 때문에 박물관과 전망대를 잇는 케이블카마저 운행이 금지될 뻔했는데 다행히 점점 바람 세기가 약해져 사람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전망대에 오르면 항구 주변으로 관공서와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도동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독도는 아쉽게도 해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독도까지는 87.4km인데 맑은 날에는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단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내려 독도 무너질까봐 배가 안 뜬 기다. 착한 일 마이 하고 다음에 다시 와라.” 도동항에서 만난 울릉도 주민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 2020년 울릉읍 사동항 인근에 50인승 경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이 들어서면 도둑과 뱀과 공해가 없고, 바람과 향나무, 물, 돌, 미인이 많아 삼무오다(三無五多)의 섬으로 불리는 울릉도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모르겠다. 울릉도 삼무오다 무너질까봐 경비행기도 안 뜨려나.

INFO.

추천 일정 2박 3일
1일 울릉도 도착-육로 관광 A코스(사동-통구미-태하-현포-천부-나리분지)-도동항 야경
2일 도동-육로 관광 B코스(봉래폭포-내수전일출전망대-저동)-해안산책로
3일 도동-독도 관광-약수공원-독도박물관-독도전망대-귀가

예상 경비 39만5000원~
개별여행이 자유롭게 돌아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경비 절약에는 패키지여행이 낫다. 서울~묵호 셔틀버스비와 묵호~울릉 선박료, 대아울릉리조트 2박, 식사 5식, 육로 관광 AㆍB코스, 현지 가이드, 여행자보험이 포함해 39만5000원부터. 독도 관광(5만5000원), 유람선 해상 관광(2만3000원) 개별 신청 가능. 

추천 숙소 대아울릉리조트
주소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1길 43  

추천 별미
홍합밥&따개비밥, 오징어내장탕
도동항에 자리한 우성회식당에서 홍합밥, 따개비밥, 오징어내장탕 등 다양한 울릉도의 별미를 맛볼 수 있다. 간이 적당하고 깔끔한 음식 맛도 추천할 만하지만 창밖으로 도동항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풍미를 한층 돋운다. 

찾아가는 길
울릉도 여행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배편 예약이다. 묵호, 포항, 후포, 강릉에서 울릉도 가는 뱃길이 이어진다. 사전 예약은 필수며, 운임은 선박 크기와 좌석 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다. 묵호~울릉 3시간 소요(왕복 운임 9만9500원~), 포항~울릉 3시간 소요(왕복 운임 11만6100원~). 자동차 선적비는 30여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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