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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slow travel] 성인봉에서 나리분지까지
[slow travel] 성인봉에서 나리분지까지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6.08.15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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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여행객의 10%만 찾는 성인봉 트레킹
울릉도 성인봉 정상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나리분지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울릉도] 신록의 푸르름과 넓은 평야를 자랑하는 울릉도 나리분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펼쳐진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는 구름을 사이에 두고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울릉도 성인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나리분지는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울릉도는 일 년에 3개월 정도는 입도가 어려운 곳이에요. 그런 울릉도를 찾는 여행객의 10%만이 성인봉에 오른답니다.”

울릉도를 찾는 여행객 중 10%만이 성인봉 정상을 찾는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해발 986.7m의 성인봉을 오르는 것이 힘든 것일까? 이소민 울릉도 문화관광해설사는 “그렇지 않다. 다만, 짧은 일정에 볼 것이 많은 울릉도를 여행하다 보니 성인봉까지 오르는 반나절의 시간과 흐르는 땀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간편한 복장에 샌들을 신고 성인봉을 내려오는 여행자를 보며, 울릉도 트레킹 코스를 성인봉에서 나리분지를 거쳐 알봉 둘레길까지로 결정했다. 예상 소요 시간은 4시간 30분.

“울릉도에 왔으면, 성인봉은 올라가야지”

등산로 입구에서 산 생수(1000원) 2통을 배낭에 넣고 ‘성인봉 가는 길’ 안내판에 섰다. 바람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여름용 샌들이 여전히 고민스러웠다.

함께 한 일행은 “울릉도에 왔으면, 성인봉을 올라가야지. 그래야 울릉도를 다녀왔다고 할 수 있다”며 걸음을 재촉한다.

KBS코스는 성인봉까지 4.1km이며, 성인봉을 거쳐 나리분지까지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119 구조지점 8번 안내소. 성인봉까지 2.6km 남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끼며, 잠시 걸음을 멈춘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며, 가볍게 휴식을 취해본다. 5분 정도 걸으니 따가운 햇빛을 무성한 나뭇잎들이 가려준다.

바람도 솔솔 불어오고, 그늘막도 생기니 걷는 걸음이 가벼워진다. 그것도 잠시 서서히 오르막이 지그재그를 그리며 길을 놓는다.

일행은 계속 걷는다. 아니 오르고 또 오르는 느낌이다. 119 구조지점(6번) 안내판에는 성인봉까지 3.8km가 남았다고 표시되어 있다. 다시 오르막길과 나무 계단을 밟으며 길을 걸었다.

지금 이 순간은 트레킹이 아니라 등산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오르막길을 올라 평탄한 길을 만난 것은 출발한 지 20여 분이 지나고서다. 

성인봉 출렁다리. 마치 땅 위에 깔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걸어가면서 다리를 흔들면 출렁거린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성인봉 오르는 길에 자주 눈에 들어오는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성인봉을 향해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고사리군락. 사진 / 조용식 기자

가벼운 내리막과 오르막 그리고 평탄한 둘레길을 지나면서 가쁜 숨을 쉬었던 심장도 진정세로 돌아섰다. 천연 피톤치드가 주는 기쁨과 즐거움은 표정까지도 밝게 했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산바람에 등가에 흐르던 땀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생수통 절반을 비우고 다시 길을 걸었다. 둘레길의 모습과 함께 119 구조지점(8번)이 보였다. 성인봉까지는 2.6km로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에 올라서니 출렁다리가 나온다. 나무숲에 가려 마치 길 위에 출렁다리가 세워져 있는 느낌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산악회의 안내띠가 매달려 있다. 노랑, 빨강, 파랑의 띠들이 살랑거리며 정겹게 반기는 모습이다. 

'성인봉 정상 전망대', 북쪽으로 20m 아래 있어

안으로 들어 올수록 계곡 사이로 무성하게 자란 고사리 군락은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벤치가 있는 119 구조지점(9번)이 보인다. 다시 쉬어 가라는 모양이다. 잠시 벤치에 앉아 달콤한 생수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성인봉까지는 1.6km.

팔각정은 잠시 쉬면서 울릉도의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팔각정에서 바라본 울릉도 저동항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성인봉을 오르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119 구조지점' 번호로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면 된다. 119 구조지점은 성인봉을 오가는 여행자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등산길에 만난 여행객이 조금 돌아가면 길이 편안하다고 알려준다. 덕분에 평탄한 둘레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팔각정이 보였다.

9번 지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지만, 전망이 좋은 곳이니 잠시 쉬어가야 할 지점이다. 저동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살짝 오르막이 있긴 하지만, 팔각정에서의 휴식이 있던 터라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다시 만나는 119 구조지점(10번). 벤치와 함께 비상구급함이 있어 필요할 경우 전화를 걸어 비밀번호로 된 잠금장치를 풀어 사용할 수 있다. 성인봉까지는 1.1km.

‘성인봉(聖人峯)’ 정상. 해발 986.7m의 성인봉 정상 표지석에서 기념촬영을 했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성인봉 정상의 하이라이트는 북쪽으로 20m 아래에 있는 ‘성인봉 정상 전망대’이다. 성인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나리분지를 배경으로 사진과 영상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성인봉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나리분지와 울릉도 전경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성인봉 정상을 아이들과 함께 오른 곽용준·최헤영 가족이 멋지게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성인봉 정상에서 나리분지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119 구조지점(14번)이 보이는 곳 왼편에 울릉도 성인수 약수터가 있다. 성인봉에서 나리분지까지는 1750여 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숫자로는 감이 잘 오지 않겠지만, 산을 좀 탔다는 사람들도 다음 날 아침 종아리가 당긴다고 한다. 나무의 뿌리가 산길 위로 드러나 있어 자칫 내리막길에서 넘어지거나 미끄러질 수 있으니 주의하며 되도록 천천히 내려오자.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길에 성인봉의 희귀한 고목을 만나게 된다. 안은 텅 비어있는 고목은 주위의 도움으로 세워져 있지만, 아직도 가지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다. 고목은 여전히 뿌리를 뻗어 영양분을 나뭇가지에 주고 있다.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희귀한 고목. 사진 / 조용식 기자
성인봉 정상에서 나리분지로 이어지는 계단은 무려 1750여 계단에 이른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알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치. 가운데 낙타 등처럼 생긴 곳이 알봉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다시 고즈넉한 길로 이어지다 119 구조지점(15번)을 지나 알봉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성인봉 전망대보다는 조금 낮은 곳에서 나리분지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알봉은 나리분지의 북서쪽에 있는 작은 이중 화산으로 정상에는 분화구 흔적이 남아있다.

알봉 전망대에서 신령수 계곡까지 이어지는 계단. 언 듯 보아도 끝이 없는 계단의 행렬이다. 습윤지역에 가파른 계단은 미끄럼에 주의해야 한다. 등반 시 미끄러우므로 신발을 신지 말라는 안내문도 세워져 있다. 

신령수 계곡을 내려와서는 잠시 운치 있는 돌계단을 만난다. 이제부터는 성인봉 원시림으로 이어진다. 가파른 계단으로 고생했던 발의 피로를 풀면서 걷기 좋은 길이다. 성인봉 원시림에는 너도밤나무, 왕고로쇠, 섬단풍 등의 군락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성인봉 원시림에서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길에는 울릉도의 식물과 지질, 암석에 대한 안내판이 촘촘히 세워져 있다. 관심이 가는 곳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읽어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알봉 둘레길에서 탐방로 입구까지 2.3km 구간은 가벼운 산책길을 걷는 느낌이다. 

이소민 울릉도 문화관광해설사는 “울릉도에는 9개의 울릉생태길이 있다”며 “과거부터 울릉도 주민들이 걷던 옛길을 재정비하여 울릉도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고 소개한다. 그중 성인봉과 나리분지, 알봉 둘레길은 울릉도 중앙을 관통하는 코스다.

이소민 울릉도 문화관광해설사

고등 학생 때부터 산악회 활동을 시작한 이소민 문화관광해설사는 울릉도 토박이다. 그는 히말라야, 알프스, 알래스카, 네팔 등을 등반한 베테랑급 여성 산악인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릉도를 가슴에 품고 있다. 현재 울릉도·독도 코디네이터로 문화해설, 지질공원해설, 산림교육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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