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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독자여행기 ⑨] 47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금단의 섬, 저도 여행기
[독자여행기 ⑨] 47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금단의 섬, 저도 여행기
  • 강인숙 독자
  • 승인 2020.02.28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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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휴양지'로 쓰이던 섬, 저도
아름다운 풍경 만끽하며 소중한 순간에 감동
사진 / 강인숙 독자
평화로운 거제시 저도 산책로를 걷는 풍경. 사진 / 강인숙 독자

[여행스케치=거제] 청해대 별장이 있는 거제시 저도, 대통령 휴양지로 향하던 날 우리는 일탈의 자유를 만끽하며 새벽 고속도로를 달렸다. 47년이란 긴 세월 동안 금단의 섬이 간직했을 자연 그대로의 멋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

여객선에 오르자 바깥풍경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금방 작은 섬 저도에 도착했다. 첫눈에 들어온 것은 별장 입구 양옆에 호위병처럼 단정하게 서 있는 두 그루의 향나무였다. 그 멋진 향나무의 모습이 마치 잘 조각된 미술 작품처럼 보였다.

사진 / 강인숙 독자
나무가 마치 잘 다듬어진 미술 작품처럼 보인다. 사진 / 강인숙 독자

계단 옆 애기동백나무는 잎도 작지만, 꽃도 흰빛에 작고 여린 모습이다. 왼쪽으로는 거가대교,  다른 편은 우람한 소나무가 모여 있다. 몇백 년이 되었을 것 같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굵직한 큰 둥치의 소나무는 큰 덩치에 비해 어린잎과 귀여운 솔방울을 보인다. 떨어진 솔방울에서 저도 바다의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오르막길이 끝나고 편안하게 걷게 될 무렵 수명이 382년이 되었다는 이 섬에서 가장 큰 소나무가 듬직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옛날에는 이 섬에도 주민들이 살았을 터인데 삶 속에서 꼭 필요한 그 어떤 용도로도 쓰이지 않고 지금까지 이곳을 지켜왔다는 것에 신성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곳부터는 서서히 내리막길인데 길옆에는 졸참나무 후박나무 등 대부분의 나뭇잎이 작은 것이 특징이다. 플라타너스 나뭇잎도 우리 동네 잎에 비해서 반도 안 될 정도로 작다. 세찬 바닷바람이 부는 섬에서 견디며 적응하기에는 이 작은 모양이 최선이었는지 모른다.  

섬진강 모래를 가져와서 만들었다는 모래사장은 고향을 떠나 살면서 어지간히 고생한 듯 은빛 하나 없이 후줄근한 모습이 초라하기까지 했다. 개발이란 자연스러우면서 그 지역의 특성이나 지형을 고려하여 건강하게 살려야 됨을 절실하게 느꼈다. 

사진 / 강인숙 독자
저도의 해변은 섬진강 모래를 가져와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 / 강인숙 독자
사진 / 강인숙 독자
저도 산책로 안내지도. 사진 / 강인숙 독자
사진 / 강인숙 독자
구 일본군 포진지 앞에서 사진을 남기는 모습. 사진 / 강인숙 독자

곧바로 별장 입구로 돌아와서 배가 출발할 시간을 기다리면서 잔디밭 가장자리에서 쉬게 하였다. 비로소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파란색 그 자체였다.

그 배경에 솔잎이며 솔방울이 맘에 들어 휴대폰을 눌러댔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도 앉았다, 누웠다 서로 다른 포즈 취하며 여기저기서 찰칵찰칵 흥겹다. 멀리 보이는 넓은 잔디밭 한편에 위엄 있게 우뚝 선 벚나무 두 그루가 가까이 가보기에는 너무 멀리 있었고 대단해 보이면서도 왜 그리 외로워 보이는지….

다시 배에 올라서 돌아올 때는 우리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여객선 바닥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꿀잠을 잘 만큼 피곤했지만 단지 호사스러운 휴식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새로운 것들을 접한 감동으로 지금의 소중한 삶이 가득 차오름을 느꼈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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