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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트레킹 여행] 파도와 윤슬이 곁을 내주는 길, 울산 대왕암길 트레킹
[트레킹 여행] 파도와 윤슬이 곁을 내주는 길, 울산 대왕암길 트레킹
  • 조아영 기자
  • 승인 2020.03.12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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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공원과 슬도 잇는 해안 산책로
솔 향기와 바다 풍경 만끽할 수 있어
울산 동구 '소리9경' 담은 소리체험관까지
사진 / 조아영 기자
울산 대왕암길은 바다와 독특한 암석을 조망하며 걷는 길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울산] 산업도시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기억되어온 울산은 때 묻지 않은 비경을 품은 도시이기도 하다. 번화한 도심을 벗어나 30분 남짓 달리면 바다를 향해 톡 불거진 대왕암공원에서부터 방어진 슬도까지 해안을 따라 트인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짙푸른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 위로 솟아오른 암석이 눈을 즐겁게 하는 대왕암길로 향한다.

대왕암공원 관리소에서 출발해 슬도등대까지 이어지는 대왕암길은 약 3.6km 거리의 코스다. 바다 풍경을 만끽하며 사진을 촬영하거나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서 잠시 걸음을 달래더라도 넉넉잡아 2시간가량이면 둘러볼 수 있다. 한 갈래 외길이 남쪽을 향해 쭉 뻗어 있고, 대부분 완만한 평지여서 누구나 편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솔 향기 따라, 바닷바람 따라 타박타박
일산동에 자리한 대왕암공원은 1만5000여 그루의 곰솔이 주를 이루는 거대한 공원이다. 간절곶과 더불어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으로 알려진 이곳은 2017~2018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며, 수많은 여행자는 물론 산책과 나들이를 즐기는 시민들에게도 늘 사랑받는다. 특히 4월이면 공원 진입로에 자라난 벚나무가 분홍빛 꽃망울을 틔워 더욱 화사한 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곰솔이 주를 이루는 대왕암공원 산책로.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대왕암공원 입구에 조성된 미르놀이터. 왕비가 호국용이 되어 잠겼다는 전설을 모티브 삼은 것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선녀 '민'이 벌을 받아 바위섬이 되었다고 전해지는 민섬. 사진 / 조아영 기자

대왕암공원 내부에는 총 4개의 길이 조성되어 있다. 수많은 이야기를 품은 전설바위길, 해안선을 따라 트인 바닷가길,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상사화(꽃무릇)가 피어나는 사계절길, 송림 사이로 이어진 송림길 등 저마다의 매력을 지닌 길이다. 슬도까지 이어지는 길을 나서지 않더라도 공원 구석구석을 누비며 자연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길을 나서기 전, 문화관광해설사의 집에 들러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 더욱 풍성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정표를 따라 산책로에 들어서면 빼곡하게 자라난 키 큰 곰솔이 여행객을 반겨준다. 평평하게 다져진 흙길을 걸으며 멀찍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는다.

10분쯤 걷다 보면 고운 백사장이 펼쳐진 일산해수욕장과 울산 제조업의 심장인 현대중공업, 선녀 ‘민’이 옥황상제의 벌을 받아 바위섬이 되었다는 ‘민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아담한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곁에는 하트모양으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어 여행객은 이곳에서 사진을 남기곤 한다. 

INFO 대왕암공원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문화관광해설서비스)
주소 울산 동구 일산동 산907

사진 / 조아영 기자
현재 등록문화재 제106호로 지정된 울산 울기등대 구 등탑.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1987년 구 등탑 곁에 세워진 신 등탑. 사진 / 조아영 기자

울산 최초의 등대와 옛 전설이 어린 대왕암
전망대를 벗어나 10분 남짓 걸음을 옮기면 2개의 하얀 등대를 마주할 수 있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제가 조성한 일명 ‘울기등대’와 촛대모양을 한 신 등탑이다. 양정윤 울산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이전에는 울산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이 등대의 이름을 따 대왕암공원을 ‘울기등대공원’이라 불리기도 했다”라며 “주변에 심은 소나무들이 등대보다 키가 높게 자라 제 역할을 할 수 없어 1987년 높은 신 등탑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등록문화재 106호로 지정된 구 등탑은 매일 밤 일몰에서 일출까지 약 1초 간격으로 빛을 내며 바다의 길을 터 주었다. 비록 바로 곁에 신 등탑을 건설하면서 제 기능을 잃었지만, 무성하게 우거진 송림과 더불어 이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신 등탑 곁에는 무신호기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거대한 고래턱뼈는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신비로운 자태를 지닌 대왕암은 걸어서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2개의 등대 곁 길가에는 짙은 회색빛을 띤 ‘고래턱뼈’가 자리한다. 군산 어청도 근해에서 포획한 참고래의 턱뼈로, 8년간 바닷속에서 기름을 뺀 후 1995년 대왕암공원 광장에 설치된 것이다. 길이는 약 5m이며, 두께가 40cm, 무게는 무려 500kg에 달한다. 키 큰 소나무들과 겨루어도 비등비등할 정도다. 고개를 젖혀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거대한 고래턱뼈의 규모는 절로 감탄을 부르게 한다. 

고래턱뼈에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면 멀찍이 바다 위로 솟아 오른 대왕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원과 대왕암을 잇는 대왕교가 놓이기 전까지는 뱃길로 오갔던 암석이다. 여행객들은 자연이 빚은 대왕암 풍경을 더욱 가까이에서 감상하기 위해 발걸음이 분주해진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는 호국용이 되겠다고 말한 문무왕의 수중릉이 경주에 자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 울산의 대왕암은 문무대왕비가 왕을 따라 호국용이 되어 잠든 곳이라고 여겨진다. 학계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아득히 먼 옛날의 전설이 서려 있는 만큼 현재에 이르러서도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울기등대와 대왕암, 슬도/방어진항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사진 / 조아영 기자

대왕교를 건너 데크길을 따라 대왕암을 딛자 드넓은 검푸른 바다가 발아래로 잔잔히 일렁인다. 대왕암의 전체적인 모습을 한눈에 조망하고 싶다면 좌측으로 난 오르막길로 향하는 것을 권한다. 이곳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사금을 채취했다 하여 ‘사금바위’라고도 불리는 사근방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INFO 울기항로표지관리소
주소
울산 동구 등대로 155

이름마저 예쁜 ‘슬도’로 가는 길
대왕암 일대를 누비며 옛 전설을 헤아려본 후에는 남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동해 바다를 벗 삼아 산책을 즐길 수 있는 해안 산책로에 닿기 위해서다. 대왕암공원 곳곳에 슬도, 방어진항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어 초행길이어도 어려움 없이 산책로에 진입할 수 있다.

공원에서 슬도로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 초입은 성인 무릎께에 닿음 직한 나지막한 돌담이 둘러 있어 정겨운 느낌을 더한다. 잘 다져진 흙길을 따라 걸으며 향긋한 솔향을 마음껏 마셔본다.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오직 푸르른 바다와 반짝이는 윤슬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잠시 벤치에 앉아 바다 풍경을 오롯이 즐기는 것은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작은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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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산책로에서 멀찍이 슬도등대가 바라보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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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산책로는 반짝이는 윤슬을 보며 솔향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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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몰아 포획했다고 전해지는 과개안 해변. 사진 / 조아영 기자

1960년대까지 동해의 포경선이 고래를 몰아 포획했다고 전해지는 ‘과개안(너븐개)’ 해변을 지나면 대왕암공원 오토캠핑장에 닿게 된다. 도심과 멀지 않은 자연 속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캐러밴 캠핑도 가능해 평일에도 수많은 가족 단위 여행객으로 붐빈다.

캠핑장 아래로 난 산책로에 접어들면 구불구불 이어지는 흙길과 자그마한 슬도등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에서부터 슬도까지의 거리는 약 1km. 암석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이들을 지나 15~20분가량 걸으면 ‘섬끝마을’에 닿을 수 있다. 뭍과 슬도 사이에 자리해 이름 지어진 이 마을의 담벼락에는 알록달록 화사한 벽화가 꾸며져 있어 사진을 남기기도 좋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영문으로 슬도를 표현한 조형물은 포토존으로도 인기를 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파스텔 톤 방파제 위로 조그마한 바다 생물 조형물이 부착된 모습. 사진 / 조아영 기자

작은 마을을 지나면 슬도로 이어지는 기다란 길이 나타난다.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거문고 소리가 난다 하여 ‘거문고 슬(瑟)’이 붙은 이 섬은 사암에 조개들이 붙어 있던 작은 바위섬이었으나 현재 공원화되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방파제마저 파스텔 톤으로 칠해져 있고, 게, 불가사리, 조개 등 아기자기한 바다 생물 조형물이 부착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섬을 잇는 슬도교 곁에는 반구대 암각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11m의 고래 조형물이 우뚝 서 있다.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에게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새끼 업은 고래’로, 섬과 마을 일대를 비호하는 듯하다. 고래 조형물 바로 뒤편에 자리한 슬도등대는 2012년 MBC 드라마 <메이퀸> 촬영지로 이름난 곳이다. 대왕암공원의 등대와 마찬가지로 새하얀 외관이 인상적인 등대는 슬도를 대표하는 풍경으로 거듭났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슬도교 곁에 세워진 ‘새끼 업은 고래’ 조형물.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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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소리체험관에서 울산 동구의 '소리9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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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관 2층에 자리한 소리카페의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한편, 슬도 인근에 자리한 소리체험관은 이곳을 찾은 이들이 한 번쯤 꼭 둘러보는 명소다. 슬도의 바위 구멍 사이로 드나드는 파도 소리인 ‘슬도명파’를 비롯해 동축사 새벽 종소리, 마골산 숲 바람 소리, 옥류천 계곡 물소리 등 울산 동구 ‘소리9경’을 테마로 삼은 공간이다. 전시관과 4D영상관, ARㆍVR체험존을 갖추고 있고, 소리9경을 감상하며 지역의 옛이야기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고래 모양 기기에 올라 울산대교와 대왕암공원 일대를 돌아보는 VR 체험이 특히 인기가 좋으며, 마그넷 등 울산의 풍경을 담은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다. 2층에 자리한 소리카페에서는 커피와 음료를 즐기며 슬도 일대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슬도를 바라보는 자리에 조성된 소리체험관. 사진 / 조아영 기자

INFO 소리체험관
입장료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8시(매월 두 번째, 네 번째 월요일 휴무, 카페는 오전 10시~오후 10시 운영)
주소 울산 동구 성끝길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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