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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송세진의 제주 체험여행] 책방에서 한 땀 한 땀 엮는 여행의 추억, 보헤미안 감성 위빙 팔찌 만들기
[송세진의 제주 체험여행] 책방에서 한 땀 한 땀 엮는 여행의 추억, 보헤미안 감성 위빙 팔찌 만들기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20.03.16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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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원시적이며 오래된 직조 방법, 베틀 짜기
기억상점의 위빙 팔찌 만들기 체험
삼성혈에서 살펴보는 제주 탄생신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기억상점 책방의 위빙 체험 공간.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여행스케치=제주] 제주시 이도일동에 자리한 기억상점 책방에서는 베틀로 팔찌나 월행잉을 만든다. 왜 책방에서 위빙(weaving) 체험을 하지? 그런데 은근히 잘 어울린다. 씨실과 날실을 엮으며 도란도란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작은 소품이 완성된다. 여행의 기억 속에 그날의 시간과 함께 보헤미안 감성 팔찌 하나를 보탠다. 

제주에는 작은 서점들이 많다. 인터넷 서점에 비하면 책이 다양하지도, 할인 혜택도 없지만 주인장이 엄선해놓은 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여행의 감성이 더해져 ‘기념품’으로 책을 사가는 여행자가 많아졌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행의 추억까지 담아가면 어떨까? 작은 책방 주인의 고민에서 위빙 체험이 시작되었다. 

책방에서 베틀 짜기를
터키의 매짓 카펫, 미얀마 카렌족의 직물 짜는 모습, 서산의 모시 짜기 등은 기억상점 주인장이 여행 중에 만난 ‘베틀의 추억’이었다. 조금씩 형태는 다르지만 씨실과 날실을 엮어 직물을 만드는 모습은 별생각 없이 ‘멍’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터키의 카펫 만드는 모습.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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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카렌족의 베틀 짜는 소녀.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견우와 직녀의 전설에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등장하는 베틀 짜기는 가장 원시적이며 오래된 직조 방법이다. 역사와 전설에 관심 많은 책방 주인은 이렇게 독자와 가까워지기로 했다. 위빙 체험을 하며 우리만의 북 토킹을 해 보자. 기억상점 책방에서 위빙 체험을 하는 이유다.

체험에 앞서 실 고르기는 가장 즐거운 작업이다. 세로실을 포함해 3~4가지 색을 고른다. 세로실은 날실 또는 경사라 하는데, 가늘고 탄탄한 면사 중에 택한다. 가로실은 씨실 또는 위사라 하는데 전체 색감과 분위기를 좌우한다. 주인장인 책방지기가 위빙에 빠지기 시작한 것도 다양한 색을 보는 게 좋아서였다. 

컬러테라피, 날실 그리고 씨실
실을 색깔별로 정리하여 그라데이션 된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몇 가지 색을 골라 앞에 놓으면 그들이 가진 가능성에 행복해진다. 빨강은 정열, 파랑은 신뢰, 초록은 청명, 핑크는 안정, 보라는 창의, 노랑은 기쁨……. 각각의 성격도 다르고, 그들을 매치했을 때 느낌도 다르다. 체험자들은 200여 가지 다양한 실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색과 소재를 고르고,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배열한다. 어떤 조합도 같은 건 없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다양한 색실을 매치하여 나만의 위빙 팔찌를 만들 수 있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실을 쌓아 올리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날실 걸기는 기초를 만드는 작업이다. 팔찌의 양 끝에 드러나는 색상과 재질이라 전체 작품의 바탕이라 할 수 있다. 팔찌에는 고작 4줄을 사용하지만,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전체 모양이 무너진다. 날실 걸기가 끝나면 씨실(가로줄)을 쌓아 올린다. 실을 날실의 위, 아래로 교차해 가며 단순하게 원하는 색을 쌓아 올리는 작업이다. 점차 체험도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시작되는 수다는 참으로 다양하다. 책방의 책 이야기, 여행 일정 체크, 돌아가 선물을 건넬 사람, 소소한 걱정, 유행하는 드라마, 근처 맛집, 제주의 가볼 만한 곳, 다음 여행 계획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 모두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진다. 마치 내일 또 와서 실을 고를 것만 같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북마커를 만들어 봄 직하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여행지에선 누구나 보헤미안
완성된 팔찌는 팔찌로도, 발찌로도 착용할 수 있다. 약간 울퉁불퉁, 뭔가 실수를 한 것 같아도 막상 손목이나 발목에 둘러보면 그저 예쁘고 대견하기만 하다.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만들었기에 애정이 가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반짝이는 것 하나 없이도 마음이 반짝반짝 해지는 기분이랄까.

남자친구에게 선물하려고 만들었다가 결국 자신의 팔에 올리는 여행자, 서로에게 만들어 선물하려고 온 부부, 함께한 분위기와 나눈 이야기의 여운이 남아 서로의 연락처를 나누는 사람들, 딱 맞는 취미를 찾았다며 위빙룸(직조기)의 구매처를 알아보는 여행자 등 저마다 또 하나의 추억을 보태며 책방을 나선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기억상점에서는 위빙 월행잉(벽걸이) 체험도 할 수 있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만드는 위빙 팔찌.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쉴 새 없이 바쁜 생활과 잠시 이별하려고 온 여행이라면, 돈도 밥도 안 되는 일을 해 보는 것도 좋다. 목표를 위해 달리기만 했다면 ‘~을 위해’를 빼고, 목적이나 의도 없이 그냥 나에게 시간을 선물해 보는 거다. 그 시간의 가치 같은 건 따지지 말고, 성과나 이익도 따지지 말고, 이 시간을 가지라고 해보자. 위빙 체험은 일상에서 가혹했던 나 자신에게 ‘그냥 아무거나 해, 뭐라 하지 않을게’ 하고 다독이는 시간이다.

INFO 기억상점
위빙 체험에는 위빙룸, 북, 잉아, 돗바늘, 가위 등 도구와 실이 제공된다. 체험은 화ㆍ수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 오후 1시, 3시, 5시에 진행한다. 
체험비 위빙 팔찌 만들기 체험 1인 2만원, 위빙 월행잉 만들기 체험 1인 4만원
운영시간 낮 12시~8시(매주 화요일 휴무, 책방지기 출장 시 휴무)
주소 제주 제주시 중앙로21길 18


기억상점 주변 여행지

삼성혈
제주 탄생신화는 무척 특이하다. 보통 개국 신화의 시조는 알에서 나오거나 하늘에서 오는데, 제주의 시조는 땅에서 솟았다. 게다가 한 명도 아닌 세 명이나 된다. 양을나, 부을나, 고을나가 그들이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조선시대부터 조성된 삼성혈 사적에는 수령 500년이 넘은 나무가 많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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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삼신이 용출한 삼성혈(세 개의 구멍).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이들은 제주의 양 씨, 부 씨, 고 씨의 시조가 되었고 제주 동쪽으로 온 동해 벽랑국의 여인 셋과 각각 결혼하였다. 이들 세 쌍 부부가 결혼한 곳이 제주 동쪽의 유적지인 ‘혼인지’이고, 기억상점 근처에 있는 삼성혈은 이 세 사람이 솟아난 곳이다. ‘삼성혈(三姓穴)’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에는 세 개의 구멍이 있으며, 전시관을 비롯해 제의처 등 전체 넓이가 33,833㎡이다.

삼성혈에서는 1526년(중종 21)에 처음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 처음 이곳에 자리 잡을 때는 개 짖는 소리, 닭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인가로부터 떨어진 신성한 곳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제주 구시가지 한복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차장 앞으로는 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지만 입구를 지나면 단번에 조용하고 고즈넉한 삼성혈 사적지가 시작된다. 조선시대부터 조성된 곳이기 때문에 2m가 넘는 나무와 수령 500년이 넘는 나무, 이끼 낀 돌들이 가득하다.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제주의 탄생 신화를 살펴볼 수 있는 삼성혈 전시관.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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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상점 부근에 자리한 삼성혈 사적지.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먼저 전시관에 가서 제주 신화 동영상 관람을 하면 좋다. 14분짜리 짧은 영상으로 삼성혈뿐 아니라 탐라(제주의 옛 이름)국의 시작과 농경, 목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상 관람 후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관람로를 따라 유적의 핵심인 3개의 구멍 가까이에 가면 햇빛을 받는 모습이 묘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제의처 쪽에는 제사와 관련된 몇 개의 건물이 있고, 그중 삼성전에는 삼을나(양, 부, 고)의 위패가 봉인되어 있다.

INFO 삼성혈
관람료
성인 2500원, 청소년ㆍ군인 1700원, 어린이ㆍ경로 1000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매표 마감 오후 5시 30분, 설날ㆍ추석 10시 개장)
주소 제주 제주시 삼성로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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