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시흥]비록 연꽃의 뿌리는 질퍽한 진흙 속에 있지만, 한치의 오물도 허락하지 않는 꽃잎의 우아한 자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시흥시 연꽃테마파크의 만개한 연꽃이 보란 듯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연꽃 절정기 7월, 이 특별한 아름다움을 놓치지 말자.
시대를 초월한 연꽃의 매력
허리까지 올라온 연꽃대에서 곧고 푸른 기운이 느껴진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갖가지 연꽃의 눈부신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순결’이라는 꽃말처럼 단아한 것이 이 꽃의 매력이라지만, 색색의 연꽃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찬란하기 그지없다. 살랑살랑 바람이라도 불면 큼지막한 연꽃대와 신선한 연꽃잎이 맑은 소리를 퍼뜨리며 출렁일 듯하다.
시흥시 연꽃테마파크라는 팻말에 멈춰서 오랫동안 연꽃의 향연에 넋을 놓았다. 조선시대 강희맹 선생도 이 매력에 심취해 우리나라에 연꽃씨를 가져왔던 것일까. 매년 6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연꽃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다니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은 시대도 초월하나 보다.
우리나라 연꽃의 탄생 일화는 약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 관료인 강희맹 선생이 명나라 남경(南京) 전당강에서 꽃잎이 희고 끝이 분홍을 띠는 연꽃씨를 가져와 관곡지에 심었다고 전해진다. 강희맹 선생의 사위 권만형의 가옥 뜰에 위치하는 관곡지는 경기도 향토유적 8호로 지정된, 가로 23m 세로 18.5m 크기의 연못이다. 현재 관곡지에 심어진 연꽃은 빛깔이 희고 꽃잎이 뾰족한 백련이다.
관곡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이어나가고자 시흥시는 관곡지 인근에 4년 전부터 연꽃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시흥시 농업기술센터는 겨울철 못에 두면 그대로 얼어 죽고 마는 열대수련과 수생식물을 가을 겨울 하우스에서 곱게 길러 봄에 분포장으로 내보내는 작업을 해왔다. 처음엔 농가 소득 창출 목적으로 재배를 시작했는데, 소문이 퍼지고 사람들이 몰리자 테마파크를 조성하기에 이른 것. 일대가 그린벨트 구역이라 공원이나 부대시설 건립에는 한계가 있지만, 올해 주차장과 원두막, 농로 조성 등 편의시설을 보완해 예쁘게 단장을 마쳤다.
“연꽃이 만개할 시기엔 도로가 꽉 차서 주차장을 방불케 했어요. 주차시설이 보완되어 올해부턴 편리해질 겁니다. 관곡지와 연꽃테마파크를 연결하는 연꽃로의 조성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시흥시 농업기술센터의 조원익 씨는 더 많은 사람들과 연꽃을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박한 마음을 전했다. 그런데 간혹 희귀한 연꽃이 굵고 큼지막하게 피어오르면 사진 촬영 후 꺾어버리는 사람이 있단다. 아름다움은 공유할수록 더 빛을 바라는 법이란 걸 왜 알지 못할까.
내일 피기 위해 잠시 숨 고르다
농로를 따라 걸으며 갖가지 연꽃을 감상하고 있는 사이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홍련, 레이디퍼스트, 물양귀비, 베이비돌 등 어쩜 이름도 생김새와 빛깔에 꼭 맞게 지어졌다. 복숭아처럼 탐스러운 대형 연꽃부터 알알이 노란 수생식물까지 개성도 참 뚜렷하다.
연꽃 18종, 수련 87종, 수생식물 27종 등 다양하게 심어져 있으니 물 위에서 자란 꽃이란 꽃은 모두 이곳에 모인 듯 느껴진다. 줄기가 높이 올라온 것은 연꽃과에 속하고 물 위에 고이 띄워진 것은 수생식물이라고 보면 된다.
연꽃은 7월 초에 가장 풍성하고 9월까지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오전에 잎을 벌렸다 저녁에는 오므리니 오후쯤에 카메라를 메고 찾았다간 허탕칠 수 있다. 풍성한 연꽃을 감상하려면 오전 9~12시 사이가 가장 좋다. 오후가 되자 연꽃들이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 다시 활짝 피어오르기 위함이다. 물에 젖지 않아 잎 밖으로 이슬이 또르르 구른다는 연꽃은 시흥의 푸른 공기 속으로 서서히 젖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