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담양] 그림으로 떠나는 여행을 즐기는 임산희 작가. 그의 여행 가방에는 스케치북과 연필, 그리고 카메라가 전부이다. 여행하다 느낌이 오는 장소에서 한동안 발길을 멈춘다. 펼쳐진 스케치북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스케치 되고, 그의 화실에서 색이 입혀지면 하나의 작품이 된다. 연초록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전남 담양에서 임산희 작가를 만났다.
그림으로 떠나는 여행자, 임산희 작가는 주제는 세밀하게 그려내고 그 주위의 풍경은 연초록의 색채와 구름 있는 하늘, 그리고 여백의 미로 계절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간결한 것 같으면서도 사실적인 묘사로 ‘그림 속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감에 빠져들게 한다.
“전공 필수였던 일러스트 과목을 접하면서 제일 많이 그렸던 것이 자동차 그림이었어요. 사진보다 더 정밀하게 그려내는 재미에 푹 빠졌는데, 벌써 40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이제는 여행을 다니며, 일러스트를 그리는 작가로 살아가고 있죠.”
담양 메타프로방스에 있는 그의 갤러리 샵 ‘DAMRO(담로)’에는 석탑과 석등 등 고대 사찰의 그림들이 유난히 많다. 그 이유에 대해 임산희 작가는 “고1때 가까운 사찰을 찾아간 적이 있는데, 그때 스님의 말씀이 저에게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그때부터 석탑을 그렸고, 지금까지 각 사찰을 돌아다니며 석탑과 석등을 그린 작품이 약 150점 된다”고 설명한다.
임 작가에게 석탑은 ‘인간이 하늘을 향한 염원을 담아낸 작품’이다. 석공들이 일일이 돌을 쪼아서 만든 석탑을 보면 탑의 날개에는 기상이 표현되고, 위로 올라갈수록 일정 비율로 작아지는 비례감에서 섬세함과 염원이 담겼다는 것이다.
초창기 작품에는 사찰의 석탑과 대웅전만 있는 것이 아니다. 70~80년대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도 꽤 많이 있다. 지금은 사라진 소래 염전 포구의 모습, 포니 자동차 등 일상에서, 여행지에서 사라져버린 그림들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차츰차츰 순회전시도 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테마가 있는 여행지에 더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인지 갤러리 샵 담로에는 기찻길이 있는 김유정역, 영종도 등 다양한 여행지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담양의 송강정, 면앙정, 소쇄원, 환벽당, 가사문학관을 찾아 그림을 그려왔다.
“이제 담양에 갤러리 샵을 낸 만큼 죽녹원, 메타세쿼이아, 소쇄원, 금성산성 등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담은 담양 10경을 포함해 테마가 있는 담양을 그림으로 그려낼 예정입니다. 그림으로 떠나는 담양 여행을 통해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저에게도 큰 기쁨이니까요.”
INFO DAMRO(담로, 潭路)
담양의 ‘담(潭)’과 길을 뜻하는 한자 ‘로(路)’의 합성어를 영문으로 표기했으며, ‘담양의 길’을 의미한다. 또한 DAMRO는 담양을 상징하는 ‘메타세쿼이아길’을 의미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담로는 백제 초기에 왕자나 왕족을 파견하여 다스리던 지방 행정구역을 뜻하기도 한다.
주소 전남 담양군 담양읍 메타프로방스1길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