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4월호
[청정지역 시골 여행 Ⅲ ①] 돌담이 정겨운 마을, 400년 외톨 솔 배기에서 소원 빌기, 남원 원천마을
[청정지역 시골 여행 Ⅲ ①] 돌담이 정겨운 마을, 400년 외톨 솔 배기에서 소원 빌기, 남원 원천마을
  • 조용식 기자
  • 승인 2020.05.08 17: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자(隱者)가 노닐 만한 곳, 남원 원천마을
곰재와 곰솔 등 다양한 볼거리 지닌 신선둘레길
400년 수령의 외톨 솔 배기, ‘기’를 받다
[편집자주] 어느덧 우리 곁에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며 새로운 일상도 시작되었지요. 차차 여행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때 묻지 않은 시골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은자(隱者)가 노닐법한 한가롭고 아름다운 마을, 숲속을 누비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마을, 붉은 노을을 품은 넉넉한 마을을 소개합니다. #코로나19 함께 이겨냅시다.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을 준수합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하늘에서 바라본 남원 원천마을 전경.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남원] 지리산에 둘러싸인 남원시 원천마을은 해발 350m에 위치한 산촌이다. 가슴 속까지 시원한 자연수, 지리산의 맑은 공기,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매력적인 원천마을. 길을 나서면 만나는 신선둘레길, 곰재, 바래봉, 뱀사골 계곡, 외톨 솔 배기 등은 자연이 여행자에게 주는 선물이다.

마을은 동쪽을 바라보고, 집은 남쪽을 향하고 있어 자연의 따스한 기운을 받는다. 겨울이면 눈이 빨리 녹는 것은 따뜻한 햇볕보다 지열이 뜨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유황온천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온천이 나왔던 샘터에 느티나무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을 길로 이어진 신선둘레길을 걷다
아침 7시 45분. 벌써 해가 중천이다. 돌담이 정겨운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신선둘레길을 산책하기로 했다. 돌담 사이로 피어난 화사한 봄꽃과 담장 너머로 들리는 견공들의 외침은 시골여행의 맛을 더한다. 마을 입구에서 시작되는 신선둘레길은 마치 장날 고개를 넘어 장터로 가는 옛길을 걷는 기분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드론으로 촬영한 신선둘레길.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리산 신선둘레길 안내도.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신선둘레길에서 만난 마을 주민. 사진 / 조용식 기자

견공과 함께 길을 걷는 일행을 만났는데, 제철 두릅과 산나물을 캐러 간다고 말한다. 마을 길을 둘러보다가 산책 삼아 신선둘레길을 걷는다고 하니, “팔랑마을에서 막걸리 한잔하시고 돌아오시면 되겠네요”라고 알려준다. 

신선둘레길의 초입은 시멘트로 포장된 길로 약간 가파른 코스다. 이 코스를 오르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나오는데, 이곳부터는 비포장도로라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길을 걸으면 점점 더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피톤치드를 마시기 위해 호흡을 더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게 되니 힐링 코스로 제격이다. 걸은 지 40여 분이 지나니 곰이 하늘을 쳐다보고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는 곰재에 다다른다.

최이헌 원천마을 위원장은 “곰재는 곰의 젖에 해당하는 명당으로 알려져 경주 최씨 후손들의 발복(운이 틔어서 복이 닥침)을 위해서 이곳에 묘를 썼기 때문에 자손들이 번창했다”며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이 길을 지날 때마다 곰솔에 소원을 빈다”고 설명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깨끗한 샘물을 마실 수 있는 참샘.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신선둘레길을 걸으며 만나는 곰재와 곰솔.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참샘에는 안내판이 서 있어 여행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5분을 더 걸어가면 참샘이 나온다. 참샘 안내판에는 ‘지리산 산신령이…천왕봉으로 가던 중 이슬처럼 맑고 깨끗한 물을 발견하고 한 모금 마시니…’라고 적혀 있다. 바로 옆으로는 샘물을 받아먹을 수 있게 플라스틱 국자 2개가 놓여 있어 청량하고 시원한 물맛을 느낄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팔랑마을을 통과하면 바래봉까지 올라가는 코스로 이어지는데, 왕복 4시간이 소요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신선둘레길을 걷는다고 한다. 원천마을에서 참샘까지는 왕복 1시간 코스이다.

400년 수령의 외톨 솔 배기, ‘기’를 받다
곰재에 곰솔이 있다면, 원천마을에는 수령 4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외톨 솔 배기’가 있다. 마을 당산을 지나 약 500m 올라가면 마을 주민들이 나무하다 잠시 쉬었다는 팽나무 평전이 나온다. 예스러움이 느껴지는 돌계단에는 푸른 이끼가 공생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의 발길이 적었다는 의미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푸른 이끼가 낀 돌계단을 따라가면 외톨 솔 배기를 만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형상의 외톨 솔 배기. 사진 / 조용식 기자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외톨 솔 배기’ 코스는 중간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있다. 마을에서 외톨 솔 배기까지는 약 1시간 소요된다. 외톨 솔 배기를 보는 순간 기묘한 자태로 인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보통 소나무가 위로 곧게 뻗어 나간다면, 외톨 솔 배기는 3m 즈음에서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형상으로 가지가 옆으로 뻗어있다.

‘천년 묵은 이무기가 선녀들이 마을 온천에서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보다 옥황상제에게 들켜서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하고, 소나무로 변하여 배배 꼬인 형상을 하고 있다’라고 적힌 안내판의 설명에 공감하게 된다.

예전에는 이 길을 따라 바래봉까지 등산로가 이어졌으나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 지금은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최이헌 위원장은 “숲길을 잘 가꾸어서 외톨 솔 배기를 알리고, 바래봉을 거쳐 와운마을의 천년송까지 코스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옛길을 정비하고, 보수하기 위해서는 남원시의 재정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익살스러운 벽화가 그려져 있는 원천마을 입구.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마을을 소개하는 최이헌 원천마을 위원장. 사진 / 조용식 기자

적당한 토양·임야·시내가 있어 은자가 노닐 만한 곳
조선 선조 때 의병장이었던 청계 양대박이 기록한 <양대사마실기>에 따르면, 초가가 잘 어우러진 산간마을과 곡식에 적당한 토양, 과일에 적당한 임야, 고기잡이에 적당한 시내가 있어서 참으로 관대하고 한가로운 동네로, 은자가 거처하며 노닐 만한 곳으로 원천마을을 소개했다. 여행하기 좋은 마을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자급자족하는 먹거리도 풍부하다. 향이 짙은 자연산 송이버섯, 몸에 좋고 맛있는 고사리, 당도와 맛이 탁월한 뱀사골 꿀사과, 벌들이 만드는 한봉꿀, 기타 고랭지 배추, 콩, 상추, 산나물 등의 농산물은 손맛 좋은 농가 맛집의 식자재가 되어 여행자의 입맛을 즐겁게 한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남원 원천마을은 돌담이 정겨운 산간마을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INFO 원천마을
으뜸 원(元), 샘 천(泉)을 쓰는 원천마을의 옛 지명은 따뜻한 물이 나온다는 온수동이다. 대부분의 주민이 송이버섯을 채취하고, 사과·고사리 등을 재배한다. 주변에 뱀사골 계곡과 신선둘레길이 있어 사계절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주소 전북 남원시 산내면 산내원천길 26-1

사진 / 조용식 기자
원천마을에서 운영하는 지리산 원천마을 펜션 전경. 사진 / 조용식 기자

INFO 지리산 원천마을 펜션 & 캠핑체험장
뱀사골 계곡 주변으로 조성된 원천마을 캠핑체험장은 17개의 캠핑동이 있으며, 취사 및 샤워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바로 옆에는 원천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이 6동 있다.
주소 전북 남원시 산내면 장항리 331-1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