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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삼남길을 만든 손성일 씨 인터뷰
삼남길을 만든 손성일 씨 인터뷰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6.07.16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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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인생은 짧고 우리는 걷고(Go Go)
마련마을로 가는 제 1코스 임도길. 사진 제공 / 손성일

[여행스케치=서울] 걷기 여행이 한창인 요즘. 잊히고 사라진 조선시대 10대 대로 중 가장 긴 삼남길을 다시 복원하고 현대에 맞게 만든 손성일이 있다. 일상의 ‘걷기’를 ‘걷기 여행’으로 만들고, 나눔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그가 꿈꾸는 도보 여행 이야기를 들어보자.

"‘코리아 트레일’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길은 세계인이 도전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이른바 ‘삼남길’이라고 일컫는 삼남지방의 옛길들을 잇는 작업을 통해서다. 삼남길은 서울부터 해남 땅끝마을까지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를 관통하는 우리나라 최장의 도보길이다.

삼남길2코스 갈대밭길. 사진 제공 / 손성일

그는 삼남길을 ‘코리아 트레일’로 이름을 변경해 한국의 모든 길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이름 그대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걸으며 만나볼 수 있도록 향교와 전통 오일장, 전통 양조장 등 150개가 넘는 볼거리가 곳곳에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들을 길 위에서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걷는 길로 뻗어나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지금은 막혀있지만 차후 통일이 되면 유라시아 대륙을 넘어 유럽까지 모든 길이 ‘월드 트레일’로 이어지는 ‘코리아 트레일’의 내일 역시 꿈꾼다.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의 대표 손성일씨. 역사와 문화가 깃든 삼남길을 만들었다. 서울 근교의 길을 소개한 <우리 동네에도 올레길이 있다>, <서울 사계절 걷고 싶은 길 110>을 펴냈다. 사진 제공 / 손성일

‘걷기’는 나의 삶이자 꿈

“등산에 비해 도보는 쉽다고 생각했지만, 하루 만에 물집이 생기더라구요. 그때부터 걷기 좋은 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손성일씨가 처음부터 걷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지리산과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온갖 산을 탔다. 동해안과 제주도를 일주도 했다. 그때는 트레킹의 개념이 부족해 아스팔트를 따라 걸었다.

그러나 흙길을 걷는 등산과 달리 아스팔트 길을 걷는 것은 문제가 많았다. 그때부터 그는 걷기 좋은 길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는 800km에 달하는 산티아고 순례길 도전에 앞서 우리나라를 먼저 걸어보겠다고 결심했다. 그때부터 2200km가 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임진각부터 제주까지. 그야말로 전국을 90일 동안 길에서 먹고 자며 걸은 것이다.

2007년,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 제공 / 손성일

길에 대해 깨닫게 해준 산티아고 순례길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산티아고의 순례길. 사진 제공 / 손성일

2007년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에게 전환점이 되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길이 너무나 좋았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시멘트 길에 숙소도 없어 길거리에서 침낭에서 자야 했고, 화장실이나 식사를 해결하기가 어려웠다.

산티아고는 달랐다. 길이 좋은 건 말할 것도 없었고, 여행객들을 위한 식당과 숙소가 적절하게 위치해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도 산티아고처럼 만들어봐야겠다 결심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히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길이 품고 있는 역사와 문화 유적을 느끼며 걷는 길이다.

특히 문화유산의 집적도가 매우 높은 경기도의 삼남길을 포함해 걸으며 자연스럽게 역사와 문화를 만나도록 삼남길을 복원한 이유다.

그냥 ‘걷기’가 아닌 ‘걷기 여행’이 되려면

삼남길 4코스 바닷길. 사진 제공 / 손성일

걷다 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오늘 걸어야 하는 목표를 다 걸어야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풍경은 잊고, 걸음만 빨라진다. 손성일씨는 도보 여행에 목적을 두되 목적에 얽매이면 더는 즐거운 도보 여행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목표 지점을 두고 걷는 것은 그냥 걷기일 뿐이라고. 대학생들의 국토대장정은 도보 여행이 아닌 ‘극기’에 가까운 ‘도전’인 이유를 설명하며 도보 여행의 매력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손성일씨는 “걷다가 맛있는 것도 먹고, 힘들면 잠시 쉬며 바람도 맞고 하늘을 바라보고, 주변을 구경는 것이 ‘도보 여행’”이라고 말한다.

도보전문가 손성일이 추천하는 맞춤 트레킹 코스

혼자서 걷기 좋은 길 : 망우산 사색의 길은 혼자서 사색하기 좋은 길이다. 망우리 공동묘지였던 이곳은 묘지공원이 조성되며 망우산 순환도로를 따라 약 4.7km가 이어진 ‘사색의 길’로 조성되었다. 독립운동가와 명인들의 묘역을 두루 거치는 이 길에서 나는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사색하기에 좋다.

친구끼리 걷기 좋은 길 : 오랜 역사를 간직한 사적들과 사찰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고 손쉽게 갈 수 있는 관악산 둘레길을 추천한다.

연인끼리 걷기 좋은 길 : 안산 자락길의 무장애길. 안산 무장애길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메타세콰이어 숲이 있어 낭만적이다. 날씨가 맑아도 좋고, 비 오는 날에 가도 좋다. 오히려 비가 오면 사람이 없기 때문에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메타세쿼이어길을 걷는 것도 매력적이다.

가족끼리 걷기 좋은 길 : 한양도성 역사문화 탐방로. 그중에서도 특히 낙산 코스는 가족끼리 걷기를 추천한다. 난도가 낮기 때문에 걷기 쉽고, 역사를 배우며 걸을 수 있으므로 아이와 함께 걷기 좋은 길이다.

홍콩 트레일. 사진 제공 / 손성일

해외 트레킹
홍콩은 쇼핑의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처럼 홍콩 역시 약 70%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트레킹이 훨씬 더 유명하다. 97년도부터 조성된 홍콩의 트레킹 길은 2004년 타임지가 아시아의 가장 아름다운 트래킹 ‘드래곤스백’을 선정하기도 하였다. 도심을 지나는 홍콩 트레일을 비롯해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11월부터 3월이 트레킹 하기 좋다.

Info
삼남길은 경기도와 충청도, 전라도 삼남지방을 관통하는 조선시대 대로 중 가장 긴 길이다. 천 리에 달하는 삼남길을 복원하고 현재에 맞게 재정비한 삼남길은 서울에서부터 해남까지 국내 최장 도보 트레킹 코스로 길 위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과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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