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겨울3색 테마여행] 강원도 화천 신나는 겨울 체험과장터 구경에 하루가 짧다
[겨울3색 테마여행] 강원도 화천 신나는 겨울 체험과장터 구경에 하루가 짧다
  • 손수원 기자
  • 승인 2008.12.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산천어가 낚이길 기다리는 아이들.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여행스케치=화천] 한 장소에서 즐거운 축제와 체험, 그리고 사람 사는 풍경까지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아이들에게는 멋진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는 그곳! 지금 화천으로 가면 신나는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겨울도 낚고 산천어도 낚고  화천 산천어축제 
올해 7회째를 맞는 화천 산천어축제는 아마도 겨울축제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제가 아닐까 싶다. 작년엔 약 130만 명의 관광객이 산천어축제를 즐겼다. 덕분에 축제가 열릴 때면 인근 도시인 춘천 닭갈비 골목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는 후문이다. 이런 유명세 덕분에 겨울축제로는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가 뽑은 우수축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역시 한파가 절정에 이르는 1월 10일부터 27일까지 축제가 펼쳐진다.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맨손으로 "잡았다!"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산천어축제는 어느 것 하나 신나지 않은 체험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축제의 백미는 맨손으로 산천어 잡기다. 날쌘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으려 뛰어드니 물은 차가워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마음은 급해 매 순간순간 야생 버라이어티를 방불케 하는 재미있는 장면들이 연출된다. 

산천어가 뭔지도 모르고 덤벼들었던 아이들은 산천어의 커다란 크기에 놀라 자빠지기 일쑤다. 예쁘장하게 화장을 하고 물로 뛰어든 젊은 여성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처음에는 점잔을 빼던 사람들이 산천어 한두 마리를 잡아보고선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양손에는 물론 바지 주머니에도 산천어를 ‘꽂고’ 나오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잡은 산천어들은 축제장에 마련된 구이터나 회센터로 가져가 즉석에서 먹는다. 차가운 날씨에 야외에서 맛보는 고소한 산천어 맛이란 축제에 참가해 직접 몸으로 부딪혀본 사람만이 아는 것이리라.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어른보다 잘 잡는 아이.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뻥이요~"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아무래도 물로 뛰어 들어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유유히 얼음낚시를 즐겨도 좋다. 40cm는 족히 되는 두께의 얼음에 구멍을 내고 낚싯대를 드리우는 경험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제공된다. 모처럼 강태공이 되어볼 수 있는 기회. 특히 올해부터 기존의 낚시터 이외에 새로 운영하는 3000여 석의 예약 전용 낚시터가 화천천 상류에 자리를 잡는다. 나름 입질 좋은 ‘상석’에 속하니 지금 바로 예약을 하도록 하자. 

낚시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을 위한 행사도 가득하다. 드넓은 얼음광장에서 탈 수 있는 얼음썰매와 봅슬레이, 빙판 자전거 등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얼음 위에서 벌이는 축구경기도 만만치 않다. 이리 넘어지고 저리 넘어지며 공을 차는 재미는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것인 만큼 더더욱 즐겁다.  

축제장을 한층 화려화게 만들어주던 ‘아시아 겨울광장’은 ‘하얼빈 빙등 광장’과 ‘세계 겨울도시광장’으로 분리 운영된다. 빙등광장은 화천읍내로 옮겨 설치되고, 세계 21개 도시의 겨울문화를 소개하는 ‘세계 겨울도시광장’이 축제장에 설치되어 낮과 밤을 수놓는다.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화천 오일장 전경.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색색의 맛있는 과일들이 줄지어 늘어서있다.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는 화천 오일장 
경제도 얼어붙고 날씨도 얼어붙은 한겨울이지만 화천장터에 발을 들이면 장을 보려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함이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물론 화천장도 세계를 뒤흔드는 불황의 한파를 완전히 비켜가지는 못했다. 5일 만에 열리는 장이지만 오고가는 사람들의 수는 전보다 훨씬 덜하다. 지갑도 전보다 훨씬 가벼워졌다. 

상인들의 얼굴에서도 얼핏 근심이 묻어난다. 오늘 기대만큼 물건을 팔지 못한 상인은 아예 선잠을 청해버렸고,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고 있는 상인의 입에서는 절로 ‘곤드레~ 만드레~’ 노랫가락이 흥얼거려진다.

3, 8일 장인 화천 오일장은 화천천과 마주한 도로를 따라 한 줄로 길게 늘어선 모양이다. 원래는 읍 안에서 우시장과 함께 질펀하게 열리던 제법 큰 장터였지만 10여 년 전 지금의 자리로 이사를 했다. 공간의 협소함이라든가 교통의 번잡함 등 여러 문제 때문이라곤 하지만 왠지 세월이 지나면서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오일장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도 든다.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소 여물을 주는 아이.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이렇게 세월의 흐름 속에서 위태위태하게 생존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오일장이지만 여전히 강원도 사람들의 순박한 정만큼은 듬뿍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태어나 대를 이어 장터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인근 춘천과 양구, 인제 등을 돌면서 장사를 하는 이들도 있다. 각각의 사정은 모두 다르지만 5일마다 모이는 화천장에선 모두가 한 식구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장터를 찾는 사람들은 연세가 있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재미 삼아, 놀이 삼아 나오는 노인들은 그동안 만나지 못하던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다음 장날까지 먹을 간식거리도 하나씩 산다. 간혹 아이 입에 뜨거운 어묵 하나를 입에 물리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젊은 부인들도 재미 삼아 나온 경우가 많다. 

예전에 비해 규모는 턱없이 작아졌지만 그래도 엄연한 오일장인지라 요기조기 둘러보면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최남단에서 최북단으로 올라온 부산 어묵도 있고 서해안 굴도 있다. 물 건너왔다면 건너온 제주도 한치도 있다. 하지만 정작 빠진 게 있다. 바로 강원도의 산나물들이다.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쫄깃한 떡을 힘껏 매친다.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강원도 하면 산나물이 특산물이지만 겨울 동안에는 산나물이 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제 집에서 다른 집 물건을 놓고’ 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집’ 물건이라도 장단에 맞춰 ‘골라 골라’를 외치는 상인들이 있기에 이곳은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장터에 들어서면 ‘뻥’하는 소리와 함께 쏟아져 나오는 강냉이 뻥튀기의 고소함이 코끝에 추억이라는 향기를 슬쩍 묻혀놓는다. 강원도 명물인 올챙이국수를 파는 아주머니도 ‘많이 줄 테니 드셔보라’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으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그 옛날 화천은 오지에 속했던지라 장터에서도 신발이며 양말, 냄비 등 공산품을 파는 곳이 많았다. 그건 지금도 유효하다. 어물전은 손바닥만 해도 공산품을 파는 장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늘어서 있다. 

도시 속에 어색하게 서 있는 화천 오일장은 오늘날 그 모습이 조금은 옹색해졌지만, 세월에도 변하지 않은 게 있으니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솔직한 마음과 꾸밈 없는 인정이다.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나란히 썰매를 즐기는 아이들.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해볼 것이 너무나 많은 동심 속 마을 화천 토고미마을
화천읍에서 조금 외곽으로 나오면 정겨운 시골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토고미마을에 이른다. 기름진 옥토 덕분에 예로부터 부자가 많아 농사일에 품을 팔면 꼭 쌀로 품삯을 받았다 해서 토고미(土雇米)라 불리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토고미 마을은 오지 축에 들었지만 지금은 기름진 땅과 오리를 활용한 쌀농사로 꽤 알려져 매년 6월에는 오리쌀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한 해 농사가 끝난 농촌의 낮은 한가롭기 그지없다.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마을 전체에 움직임이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토고미마을의 겨울은 생각보다 한적하지 않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체험이 가득한 덕분이다. 

원래 토고미마을은 농촌체험마을로 유명한데, 사계절 내내 자연체험과 농촌체험, 문화체험 등 세 가지 테마별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폐교를 활용한 토고미 자연학교는 체험 행사의 전초기지다. 입구에서부터 체험객을 맞이하는 허수아비들의 입가엔 웃음꽃이 피었다. 마을 꼬맹이들이 뛰어놀았을 운동장은 지금이라도 당장 뛰어나가 공을 차고 싶어질 만큼 넓다. 도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머물고 싶고 뛰어놀고 싶어지는 풍경이다.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토고미 마을에서 전통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2008년 12월. 사진 / 손수원 기자

토고미마을에서는 우리 콩으로 메주와 두부를 만들어보기, 맛있는 한과 만들기 등의 음식 만들기 체험과 마을 앞 개울가에서 겨울을 나는 물고기 관찰, 산 속 동물 관찰하기 등의 자연 체험, 그리고 눈썰매 타기, 연 날리기 등의 문화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눈이 오는 날 토고미마을은 더욱 신나는 놀이터가 된다. 뒷산 아무 곳이나 포댓자루 하나만 깔면 그곳이 바로 눈썰매장이 되고 논에선 눈사람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체험을 도와주는 선생님들은 모두 마을주민들로, 구수한 입담까지 곁들여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특히 마을주민이 모는 트랙터 달구지는 체험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툴툴거리는 달구지를 타고 한적한 시골의 겨울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토고미마을에서는 화천 산천어축제와 더불어 마을 내에도 얼음광장을 만들어 썰매타기와 연날리기 등의 체험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떡메치기와 산천어 낚시는 물론, 푸짐한 닭백숙 요리도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으니 산천어축제를 둘러본 후에는 토고미마을로 발걸음을 옮겨봐도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