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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7월호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 강진희 술아원 대표, “잊혀가는 과하주 매력에 빠져 복원 나섰죠”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 강진희 술아원 대표, “잊혀가는 과하주 매력에 빠져 복원 나섰죠”
  • 조아영 기자
  • 승인 2020.05.27 0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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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의 여름나기에 좋은 벗이었던 '과하주'
강진희 대표, 명맥 끊겨 잊혀가던 과하주 복원 나서
질 좋은 여주산 찹쌀과 수곡으로 빚는 우리 술
사진 / 조아영 기자
강진희 술아원 대표는 "우수한 전통주인 과하주가 잊혀가는 것이 안타까워 복원 및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여주] 달고도 독한 술. 1670년 한글로 쓰인 최초의 조리서 <음식디미방> 속 과하주(過夏酒)에 대한 이야기다. ‘여름을 지나는 술’이라는 뜻처럼 과하주는 선조들의 여름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벗이었다. 고문헌에서 영감을 얻은 강진희 술아원 대표는 명맥이 끊겨 잊혀가던 과하주를 2014년부터 선보여 왔다. 질 좋은 쌀로 이름난 경기 여주의 양조장에서 강진희 대표를 만났다. 

Q. 과하주는 어떤 특징을 지닌 술인가요.
알코올 도수가 낮아 쉽게 상하는 탁주와 달리 과하주는 무더운 여름에도 마실 수 있도록 섭취 기한과 보관 방법을 고려해 만든 술입니다. 맑은 약주에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첨가해 만들죠. 발효를 더디게 만들어 천천히 숙성시킨 과하주는 독특한 향과 단맛을 냅니다. 주정 강화 와인으로 알려진 포르투갈의 포트와인, 스페인의 셰리와인과도 제조기법이 흡사하지만, 그보다 100년가량 앞서 탄생한 술이에요. 

Q. 역사 속에 과하주는 어떻게 기록되어 있습니까?
고문헌 <음식디미방>에 과하주 레시피가 짤막하게 쓰여 있습니다. 현재와 계량 단위가 다르고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술을 만들 수는 없어요. 근대에는 육당 최남선이 <조선상식문답>에서 ‘지금 우리 조선에서 가장 유명한 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감홍로ㆍ죽력고ㆍ이강주를 조선 3대 명주라 이야기했고, 덧붙여 경성과하주, 면천두견주 또한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강진희 대표가 술아원에서 제조하는 복분자 전통주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약주를 증류할 때 쓰는 알람빅 증류기.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양조장 술아원의 발효실. 사진 / 조아영 기자

Q. 과하주를 빚는 과정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여주산 찹쌀을 3시간 정도 불려 떡에 가까운 고두밥을 짓습니다. 과하주만의 단맛을 재현하기 위해 물을 굉장히 적게 넣는 것이 특징이에요. 누룩은 미리 물에 담가 놓은 ‘수곡’을 쓰는데, 바로 쓰는 것보다 향이 좋고 특유의 잔향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효 초기에 경기미로 미리 빚은 약주로 만든 증류주를 넣어 ‘작은 발효’가 일어나게 하고, 이후 6개월에서 1년가량 저온 숙성 과정을 거칩니다. 

Q. 우리나라의 전통주 중 과하주 복원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과하주는 우리나라에서 400년 전부터 빚어온 술입니다. 탁주, 약주 등 널리 알려진 술처럼 과하주 또한 전통주의 한 종류이자 우수한 발효 기술을 가진 술이죠.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우리 술 빚기 과정을 이수하며 전통주에 깊은 관심을 두던 찰나, 과하주가 잊히고 있는 게 안타까워 복원ㆍ개발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술아원의 과하주 '술아'는 계절별 특징을 담아 총 4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좌측의 경성과하주는 지난 1월 출시한 제품. 사진 / 조아영 기자

Q. 과하주만을 계절별로 구성해 출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름을 지나는 술’이라는 뜻만 놓고 보면 여름에만 마시는 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덥고 습한 여름을 지날 수 있다는 건 1년 내내 즐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사시사철 마시기 좋은 술임을 알리기 위해 ‘술아’ 4종을 출시했고, 매화, 연꽃, 국화 등 계절마다 나는 꽃을 넣어 술에 향을 덧입히고 있어요. 알코올 도수는 15~20도로 비교적 높지만 목 넘김이 부드럽지요.

지난 1월 출시한 ‘경성과하주’는 육당 최남선이 말했듯 조선시대 널리 알려졌던 경성과하주를 복원한 술입니다. 옛 기록에 가장 충실한 술로, 꽃을 넣지 않았음에도 상큼한 꽃향기가 은은하게 퍼지지요. 직접 증류한 증류주를 넣고 오랜 시간 저온 숙성과정을 거쳐 찹쌀 본연의 단맛과 약간의 산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진 / 술아원
술아원의 경성과하주는 조선시대 명주로 꼽히며 널리 알려졌던 경성과하주를 복원한 술이다. 사진 / 술아원

Q. 과하주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법이 있을까요?
유리로 만든 약주 잔에 따라 향을 즐기며 드시는 걸 권해요. 브랜디 잔도 양이 알맞은 편이고요. 실온에 두고 찬 기운을 덜어낸 상태에서 맛보는 것도 좋아요. 과하주가 단맛이 나는 술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단 음식과 궁합이 좋아요.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음식 중 불고기 등 단맛이 나는 음식이 많죠. 꿀과 함께 즐기는 고르곤졸라 피자와도 잘 어울리고, 양념을 적게 넣은 담백한 음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여주 시내와 가까운 곳으로 양조장 확장 이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양조장과 연계해 주변 명소 여행을 함께 즐기실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을 계획하고 있어요. 또 단맛이 덜한 셰리와인처럼 드라이한 과하주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하며 보다 많은 분들에게 과하주를 알리는 게 목표예요. 외국 분들도 한국에 여행 오면 사발에 막걸리를 따라 마시는 등 고유의 문화를 체험하려 하는데, 막걸리뿐만 아니라 과하주처럼 다채로운 전통주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습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경기 여주시 대신면에 자리한 양조장 술아원 외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INFO 농업회사법인 술아원
과하주 ‘술아’를 빚는 양조장. 현재 총 5종의 과하주를 출시했으며, 고구마 증류주, 복분자주 등 다양한 전통주를 선보이고 있다. 양조장은 오는 9월 여주 시내와 인접한 곳으로 확장 이전할 예정이며, 이전 후 주변 명소와 연계한 체험을 계획 중이다.
메뉴 술아(매화ㆍ연화ㆍ국화ㆍ순곡주) 1만8000원, 경성과하주 2만8000원
주소 경기 여주시 대신면 대신1로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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