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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경치가 아름다워 신선이 살다 경북 봉화
경치가 아름다워 신선이 살다 경북 봉화
  • 송수영 기자
  • 승인 2013.08.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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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여행스케치=봉화] 봉화의 유명한 전통마을 달실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청하동천(靑霞洞天)’이라 씌어 있는 큰 바위가 있다 한다. ‘하늘의 신선이 사는 마을’이라는 뜻이라는데, 첩첩산중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봉화의 자연을 보면 그 말의 의미를 절로 깨닫게 된다.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자연과 사람, 하나가 되다

누군가를 떠올릴 때마다 그 사람의 인상이 자연스레 이어지듯, 지역도 대표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대개의 경우 봉화라고 하면 청정 자연을 연상하게 된다. 

아무래도 예전 <1박 2일>에서 천하장사 강호동을 ‘들었다 놨다’하셨던 순박한 이장님과 그곳의 평온한 마을 풍경이 뇌리에 깊숙이 박힌 데다, 여기에 영화 <워낭소리>가 지울 수 없는 각인을 꽝 찍어놓은 덕분이다. 실제로 지도를 보아도 그렇다. 위로 강원도 태백시, 삼척시, 영월군을 접하고 있고 동쪽으로는 울진군이다. 내륙 속의 내륙인바, 경상북도 내에서도 높은 고도로 첫손에 꼽힌다. 태백산을 비롯해 연화봉, 청량산, 문수산, 선달산 등 1000m를 오르내리는 크고 작은 산들이 첩첩으로 에워싸고 있다.  

이런 지세이니 봉화를 알리는 특별한 명물도 청정 자연과 관련이 깊다. 우선 산이 깊으니 나무가 울창하여, 그중에서도 봉화군 춘양면의 금강송은 예로부터 전국에 이름이 났다. 오늘날까지도 금강송을 다른 말로 춘양목이라 부르는 것은 그 최대 집산지이기 때문이다.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낙동강의 비경을 따라 즐기는 래프팅.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봉화는 전국 최대의 송이 주산지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현재 산림청은 금강소나무가 울창한 문수산과 옥석산의 5179ha의 부지에 2014년 개원을 목표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준비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 아시아에서도 최대급이지만 무엇보다 금강소나무를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라 반갑다. 여기에 더해 백두산 호랑이를 방사해 자연 상태에서 종을 복원시킬 것이라는 매우 귀가 솔깃해지는 소식도 함께 들려온다. 

나라에 진상된 것으로 치자면 금강소나무뿐이 아니다.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귀한 맛의 은어를 봉화의 청정 계곡에서 볼 수 있고, 소나무 향을 고스란히 간직한 송이 역시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물아일체(物我一體)라 하였던가. 본디 소의 수명이 15~20년이라는데 40년을 살면서 묵묵하게 제 일을 해낸 <워낭소리>의 주인공 소와 그 소의 밥을 해대느라 고달프게 아픈 몸을 움직이던 할아버지. “라디오도 고물, 영감님도 고물”이라며 돌직구 우스갯소리를 하시던 할머님까지…. 자연이 깨끗하니 사람도 순박해진 것인지, 우직한 사람들이 자연에 순응하여 깨끗한 자연을 이어가는 것인지, 아무튼 봉화는 이 둘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청량산 하늘다리 
자란봉과 선학봉을 연결하는 해발 800m 지점의 아찔한 다리. 길이 90m, 높이 70m, 너비 1.2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산악현수교로 봉화의 명물로 손꼽힌다. 

 청량정사 
퇴계 이황이 숙부 이우를 따라 이곳에 머물며 성리학을 공부하였고 후학을 키우기도 하였다. 현재의 건물은 1896년 일본군에 의해 소실된 뒤 1901년 중건된 것이다. 청량사 
들어가는 길에 볼 수 있다. 다만 내부가 공개되지 않고 안내판도 작게 붙어 있어 자칫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INFO. 청량산  
주소 경북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 산61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하늘이 내린 명당 달실마을

“이곳은 금계포란형으로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죠. 그래서 지명이 유곡(酉谷)인데, 그걸 풀이하면 우리말로 했을 때 ‘닭실’이 됩니다.” 달실마을을 안내하며 그 유래를 설명하는 권율 문화해설사의 이야기가 줄줄, 끝없이 이어진다. 본래는 한나절을 돌아봐도 모자랄 지경인데, 일정상 몇 시간 못 보고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 눈치다. 그렇지 않아도 드라마틱한 경상도 억양이 더욱 빠르고 높아진다. ‘닭실’이 ‘달실’이 된 연유는 경상도 북부 지방에선 ‘닭’이 ‘달’로 발음되어 굳어진 것이다.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시간을 잊게 만드는 달실마을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충재박물관 내의 유물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일찍이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전국에 손꼽는 8대 길지이자 풍산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안동의 내앞마을과 함께 영남의 좋은 지세로 손꼽은 달실마을. 그래서인지 조선 중기 문신인 충재 권벌이 입향한 이후 과거 급제자만 79분이나 된단다. 안동 하회마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급제자 배출지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영남 일대의 의병대장이 이곳에서 나와 독립 유공자가 11명에 달한다고 한다. 

역사가 500년이나 된 오래된 마을은 그야말로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둘러친 돌담, 그 위에 얹혀 있는 기와 한 장, 하늬바람 흩어지는 정자, 들판의 동네 어르신까지…, 눈길 가지 않는 것이 없고, 마음이 머물지 않는 곳이 없다. 

여기에 마을 전체에 배어 있는 안온한 기운은 명당입네 길지네, 이런 것에 일절 문외한인  첫 방문의 여행자에게까지 전해지는 정도인지라 뒤로 문수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마을을 둘러 가계천이 흘러나가며, 너른 벌판이 펼쳐져 있는 풍광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2013년 9월 사진 / 송수영 기자

달실마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권벌 종택과 이어져 있는 청암정이다. <스캔들>, <동이>, <바람의 화원>, <선덕여왕> 등 각종 사극의 주요 배경으로 유명하다. 거북 모양을 한 너른 반석 위에 6칸 마루, 2칸짜리 마루방이 있는 정자가 올라서 있고 그 아래로 물이 굽이 돌아나가는 인공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우리나라 10대 정자에 손꼽힌다는 청암정에는 역대 유명한 문신들이 다녀간 기록도 풍성하다. 퇴계 이황이 이곳을 주제로 한 ‘기제유곡청암정(寄題酉谷靑巖亭)’이라는 시를 남기셨고 당대 최고 명필인 미수 허목, 번암 채제공, 남명 조식 등이 쓴 현판이 위풍당당하다. 

그 정자에 올라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식히는데 선계인 듯 아득하다. “(충재)선생이 살고 있던 동문 밖은 물이 맑고 돌도 깨끗하여 그윽하고 아름다운 경치가 세상을 떠난 듯하다”라고 칭송하였던 성호 이익의 글귀가 머릿속을 맴돈다. 일어날 시간이 한참 지났건만 엉덩이가 천근인 듯 들리지 않는다. 

충재 
청암정 아래에는 충재 권벌 선생이 서재로 사용한 충재(沖齋)가 자리하고 있다. 뒤쪽 쪽문을 통해 종가 사랑채로 이어진다.  

청암정
달실마을 여행의 백미. 많은 이들이 찾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 집 안에 이렇게 대단한 풍취를 만드신 분의 미의식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원래는 안쪽이 방으로 꾸며져 맨 처음의 이름은 ‘구암정사’이었다고 한다. 

INFO. 달실마을  
주소 경북 봉화군 봉화읍 유곡리 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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