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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축제현장 속으로] 영덕대게축제 외국인 체험단 동행 취재 40인의 외국인들, 대게 잡으러 영덕으로 떴다
[축제현장 속으로] 영덕대게축제 외국인 체험단 동행 취재 40인의 외국인들, 대게 잡으러 영덕으로 떴다
  • 손수원 기자
  • 승인 2009.04.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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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9년 4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영덕대게축제를 재미있게 체험한 40인의 외국인들. 2009년 4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여행스케치=영덕] 꽉 찬 봄 햇살만큼이나 살이 꽉 찬 영덕대게를 맛보러 외국인들이 나섰다. 지난 3월 21일, 영덕대게축제장으로 대게 사냥에 나선 40명의 외국인 체험단이 바로 그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의 맛을 알리고 한국문화를 신나게 즐기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토요일 오전 7시 30분, 고려대학교 교정 안에 때 이른 활기가 넘쳤다. 영어는 물론이고 중국어에 일어, 아랍어에 이르는 다국적 언어가 허공에 빼곡하다. 이들은 오늘 영덕대게축제를 체험할 외국인 체험단으로, 한국어항협회를 통해 참가를 신청한 국내 대학의 교환학생들이다. 

2009년 4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주한외국인 참가단이 모여 사진 한컷. 2009년 4월. 사진 / 손수원 기자
2009년 4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어시장의 낯선 생선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2009년 4월. 사진 / 손수원 기자

버스에 오른 후 곧장 영덕으로 향한 일행은 강구항 주변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점심 메뉴는 맑은조개탕. 대부분은 한국에 온 지 채 6개월이 안 되는 학생들이지만 서툰 젓가락질을 하며 맛있게 잘 먹는다. 하지만 몇몇 학생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압둘라와 모하메드는 흰 쌀밥마저 입에 맞지 않는가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학생들은 식당 뒤편의 바다를 발견하고 ‘와~’하는 감탄사를 쏟아냈다. 사실 어느 나라를 가도 우리나라처럼 깊고 푸르고 광활한 바다를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마침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을 드러내준 덕분에 동해는 더욱더 학생들에게 ‘판타스틱’했다.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카메라가 일제히 등장하는 순간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서먹하던 분위기가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하지만 이들의 목적지는 여기가 아니다. 훨씬 더 멋지고 신나는 구경거리를 향해 다시 버스에 올라 출발!

목적지 강구항에 이르자 대게축제의 활기찬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두 손바닥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대게들이 좌판에, 수족관에 가득이다. 학생들은 그 모습마저 신기한 듯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2009년 4월. 사진 / 손수원 기자
“당겨라, 당겨.”대게를 향한 치열한 낚시질 승부는 계속된다. 2009년 4월. 사진 / 손수원 기자

“내가 살던 곳, 이런 거 없습니다. 나는 이런 거 처음 봅니다. 신기합니다. 재밌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온 다니엘은 대게를 손으로 들어 오스트리아 친구인 마커스에게 자꾸 장난을 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마커스다. 오히려 대게를 뺏어 다니엘의 코에 집게손을 갖다 대고, 다니엘은 놀라서 줄행랑을 친다. 

한국 생활 고작 3~4개월인 외국 학생들에겐 파출소 경찰 아저씨도 신기한 모양인지 어김없이 같이 사진을 찍는 모델이 된다. 반대로, 40여 명의 외국인이 뭉쳐 다니는 모습이 시선을 끄는지 같이 사진을 찍자고 부탁하는 한국청년들도 있다. 즐거운 축제장에서 만나서인지 누구 하나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즐겁게 어울린다.  

강구수산시장을 한 바퀴 둘러본 학생들은 대게잡이 배 타보기 체험을 하였다. 이 배들은 실제로 대게잡이를 하러 나가는 배들로, 어민들이 직접 운전해 가까운 바다로 나가보는 체험이다. 

2009년 4월. 사진 / 손수원 기자
푸른 동해의 지평선을 배경으로 찰칵. 2009년 4월. 사진 / 손수원 기자

20명씩 팀을 나눈 학생들이 배에 올랐다. 난생처음 한국의 통통배를 타보는 만큼 출발하기도 전에 기대감이 절정에 이른다. 안전 장구를 다 갖추고 자리를 잡고 앉자 드디어 통통배가 시동을 걸었다. 등대를 지나 바다로 나가니 보기보다 세찬 파도가 뱃머리에 부딪힌다. 그때마다 물이 튀어 배 위에 사람들에게 가벼운 물벼락이 쏟아졌다. 그 때마다 배 위에선 “Oh~ my god!”, “No! No!” 난리가 났고 장난기 가득한 선장님은 더욱 신이 나서 배를 몬다. 

“이렇게 생긴 배는 처음 타봤는데 정말 신나네요. 파도가 셌지만 무섭단 생각이 안 들었어요. 선장님이 베스트 드라이버이신가 봐요.”

미국에서 온 제임스는 물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면서도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Good!’을 외친다.  

배 타기 체험 후엔 축제가 열리는 주 무대인 삼사해상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어촌민속전시관을 둘러보았다. 한국 어촌의 역사와 배의 역사를 전시해놓은 전시관에서 학생들은 영어로 적힌 안내판을 읽으며 많은 관심을 보인다. 나룻배 모형이 있는 곳에선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는 것처럼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다.  

2009년 4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이거 맞으면 몸에 좋데요?” 수지침 체험을 하는 다니엘. 2009년 4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세모난 도구로 대게를 잡아보는 체험기구 앞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체험을 해보기 위해선 엎드려야 하는 어정쩡한 자세도 웃기지만 생각대로 잡히지 않는 대게들을 오기로 잡아보려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보가 터진다. 

이제 오늘의 메인 이벤트가 남았다. 커다란 수조로 만든 대게 체험장에 대게를 풀어 제한된 시간 안에 작은 갈고리가 달린 낚싯대로 건져 올리는 체험인데, 능력껏 대게를 잡으면 모두 자기 것이 되기에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다. 

낚싯대를 하나씩 받은 학생들은 대게가 풀리자 정신없이 낚아채기 시작한다. 이제까지 별다른 말이 없이 조용하던 학생들까지 흥분의 도가니다. 특히 신체조건이 남다른 서양 학생들은 훨씬 유리한 자세(?)로 낚시질을 한다. 팔이 기니 낚싯대가 1.5배는 긴 효과가 있다. 그렇게 낚시질을 해서 모두 합쳐 20여 마리의 대게를 잡았다. 

2009년 4월. 사진 / 손수원 기자
한국의 예쁜 엽서에 스탬프를 찍어보자. 2009년 4월. 사진 / 손수원 기자

“생각보다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난생  처음 제 손으로 대게라는 것을 잡아보았으니 섭섭하지만은 않아요. 게다가 오늘 저녁에는 제가 잡은 걸 먹을 수 있잖아요. 이따가 한 마리 드릴 테니 놀러오세요.” 

커다란 대게를 손에 든 모하메드의 얼굴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대게잡이 체험이 끝난 후에는 잠시 동안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학생들은 바닷가로 나가거나 축제장을 둘러본다. 일본에서 온 유메나와 아즈미는 얼굴과 손등에 귀여운 꽃게 페인팅을 하고 연신 “카와이(예뻐요)~ 카와이(예뻐요)~”를 외친다. 다니엘과 마커스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수지침을 맞으면서도 몸이 좋아진다는 말에 꾹 참으며 동양의 멋에 한껏 빠져들어 본다. 

이렇게 즐거운 축제장에서의 하루가 저물었다. 이제 푼 학생들은 아까 잡은 대게에 어민들의 푸짐한 대게 선물까지 더해 대게 파티를 벌였다. 우선 현지 어민들에게 한국식 대게 먹는 비법을 전수(?) 받은 후 열심히 먹는다. 하지만 게딱지 먹는 법까지 채 배우지 못한 탓인지 게다리만 쪽쪽 빼먹는다. 그래도 한창 살이 통통하게 오른 봄 대게는 국적을 따지지 않고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여기에 반주로 소주 한잔 탁 걸치니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란 말은 이럴 때 쓰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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