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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7월호
[여름아 부탁해 ① 바다] 바다 위를 따라 걷는 즐거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여름아 부탁해 ① 바다] 바다 위를 따라 걷는 즐거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 이븐 여행작가
  • 승인 2020.06.10 0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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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에서 진화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해안가 대부분에 데크 설치한 '선바우길' 인기
자연이 빚은 다양한 지질 감상할 수 있어
사진 / 이븐 여행작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끼고 걷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드론 촬영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포항] 5개월 넘게 트레킹 신발과 카메라만 매만지던 여행자들이 조심스레 둘레길과 섬 쪽으로 눈을 돌린다. 자연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면 그나마 인간 군상들의 북적임으로부터 감염되는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해서다. 역대급 폭염이 예상되는 올 여름, 동해의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바닷가를 끼고 걷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추천한다. 

해안을 따라 바다 위로 조성된 데크길, 큰 바위길, 자갈길을 걷는 재미와 함께 화산지형이 바닷물에 풍화되어 만들어진 기암괴석 등 천혜의 자연환경이 일품인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길을 걸으며 만나는 마을마다 갓 잡은 멸치를 말리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호젓하면서도 어촌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더 정겹게 느껴진다. 

해파랑길에서 진화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이 생기기 전, 해파랑길 15코스는 최악의 코스로 꼽혔다. 호미곶에서 대보저수지를 지나 동호사를 거쳐 흥환보건진료소로 가는 14.4km의 내륙 코스였다. 잠시 산속의 임도를 걷는 것이 아니라 코스 전체가 산길이었던 것이다. 해안길을 걷고자 왔는데 코스 전체가 산길이라니 황당했을 것이다.

사진 / 이븐 여행작가
잔잔한 물결이 더 정감을 느끼게 하는 어촌 마을 풍경. 사진 / 이븐 여행작가
사진 / 이븐 여행작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안내도. 사진 / 이븐 여행작가

해파랑길 15코스를 걸었던 한 여행자는 “깍인 듯 오르는 산길과 너무 길어서 아쉬웠던 임도를 지나야 했기에 15코스가 끝나는 흥환보건진료소에서는 힘들어도 해안가를 고집하며 걸었다”고 당시의 소감을 자신의 블로그에 남기기도 했다.

포항시는 최악의 해파랑길이라는 오명을 해소하기 위해 해변을 따라 걷기가 어려운 구간은 바닷물 위로 데크를 설치하고 큰 바위를 깔아 보도로 만들었다. 지난 2017년 24.4km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해안둘레길인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이 탄생된 것이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모두 4개 코스로 이어져 있는데 청림동주민센터에서 출발하는 1코스에서 ‘상생의 손’이 있는 4코스 종점인 호미곶 관광지까지 24.4km이다. 1코스는 ‘연오랑세오녀길’로 청림운동장에서 도구해수욕장 해변을 지나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까지 6.1km 구간이고 2코스는 ‘선바우길’로 테마공원에서 흥환간이해수욕장까지 6.5km구간이다. 각 구간을 걸으면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나 사진 촬영 명소가 많아 사진을 찍다 보면 2시간은 족히 걸린다.

사진 / 이븐 여행작가
갓 잡은 멸치를 말리고 있는 어민들. 사진 / 이븐 여행작가
사진 / 이븐 여행작가
1코스의 종점인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사진 / 이븐 여행작가

3코스는 ‘구룡소길’로 흥환해수욕장에서 장군바위, 모감주나무와 병아리꽃나무 군락지, 구룡소를 지나는 6.5km구간이다. 3코스는 아직 정비가 덜 되어 있고 데크 설치도 많지 않아 해변가 산길을 돌아 걷는 등산을 잠시 해야 한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4개 코스 중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해서 다른 구간과 거리는 비슷해도 걷는 시간은 더 소요되니 안배를 잘 해야한다. 굵은 자갈길도 계속 이어지고 등산 아닌 등산도 해야 하는 구간도 있어 반드시 트레킹화를 신는 것이 좋다. 가벼운 로퍼나 여름용 샌들을 신고 걷기에는 불편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하니 조심해야 한다. 4코스는 ‘호미길(5.6km)’로 구룡소에서 독수리바위를 지나 호미곶관광지에 이르는 길이다. 이 4코스는 자동차도로변으로 걷는 구간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TIP 포항시 문화관광 해설사 동행하기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제대로 보고 느끼려면 포항시 문화관광해설사 동행을 신청하면 된다. 포항시에는 33명의 전문 해설사들이 지질, 문화 등 각각의 전문 분야의 지식으로 방문객들의 지적 호기심 해결을 도와주고 있다. 해설사 신청은 반드시 방문 5일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하며 포항시청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다.

사랑받는 구간, 2코스 선바우길
선바우길을 걷기 위해서는 교통편을 잘 감안해야 한다. 코로나 정국으로 자가용을 이용한 여행자라면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흥환해수욕장까지 걷는 방법이 있는데 문제는 돌아올 때다. 오던 길을 다시 왕복으로 걸어 돌아가기에는 아쉽다.

사진 / 이븐 여행작가
바다 위에 세워진 데크길. 드론 촬영 / 조용식 기자
사진 / 이븐 여행작가
풍광이 아름다운 2코스 선바우길. 사진 / 이븐 여행작가

택시를 호출해 차를 주차해놓은 테마공원으로 올 수 있지만,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는 버스가 하루에 다섯 차례 정도만 다닌다는 것이다.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를 반드시 확인하고 시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오전에 트레킹을 시작한다면 테마공원에 차를 주차하고 오전 9시 10분에 테마공원 앞 버스승강장에서 호미곶으로 가는 동해지선 버스를 타고 흥환보건진료소 앞에서 하차한 후 선바우길을 거꾸로 걸어 테마공원 쪽으로 오는 방법이 제일 무난하다. 버스를 타봐야 10분 거리밖에 안된다.

김영숙 포항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선바우길은 해안 절벽밑 바닷물 위로 나무테크를 깔아 편하게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설비를 잘 해놓았고, 데크 설치 전에는 접근하기 힘들었던 해안 절경과 기암괴석들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설명한다.

사진 / 이븐 여행작가
2코스 선바우길 홍환해수욕장 버스 시간표. 사진 / 이븐 여행작가
사진 / 이븐 여행작가
바다 위로 데크가 잘 조성돼 편하게 산책할 수 있다. 사진 / 이븐 여행작가

선바우길은 6.5km 해안가 대부분에 데크를 깔았다. 덕분에 아주 편하게 산책이 가능한 구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물론 6.5km 전 구간을 데크로 깐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자갈길도 걸을 수 있고 모래해변도 걸을 수 있다.

특히 선바우길 구간이 인기 있는 이유는 야외수석전시장을 방불케할만한 화산지역 풍화 암석들의 장관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둘레길 중에서 선바우길 만큼 스토리가 많이 입혀진 구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스토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인문학적 관심을 끌만한 견인 요소가 있다는 뜻이다.

삼국유사 설화에 기인한 연오랑세오녀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선바우길에서 이름을 얻은 해안 바위들의 숫자가 무려 15개나 된다. 6.5km 구간에 15개이니 400m를 걸을 때마다 하나의 스토리를 만나는 셈이다. 국내 둘레길을 통틀어 한 구간에 이렇게 많은 이름과 스토리를 부여받은 곳은 없다.

흥환해수욕장에서 테마공원 쪽으로 가면서 군상바위, 신랑각시바위, 미인바위, 비문바위, 먹바우, 하선대, 힌디기, 킹콩바위, 소원바위, 바닷속 주상절리, 폭포바위, 남근바위, 안중근 의사 손바닥바위, 여왕바위, 선바우가 그 이름이다.

사진 / 이븐 여행작가
검둥바위라고도 불리는 먹바우. 사진 / 이븐 여행작가
사진 / 이븐 여행작가
작은 바위에 선녀가 내려와서 놀았다고 해 이름 지어진 하선대. 사진 / 이븐 여행작가

바위 → 자갈 → 모래로 진화되는 과정을 한눈에
이곳에선 모두가 인문의 이름을 부여받은 자연의 조각품이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호미곶 층군의 화산암류 생성시기는 신생대 제3기 에오세인 4500만 년~5700만 년 전이다. 3코스인 구룡소는 1억 50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화산암석이기도 하다. 암석을 들여다보면 1억년이 넘는 지질과 화산활동과 풍화로 만들어지는 자연지형의 현장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특히 ‘힌디기’는 주변 지질과 다르게 흰색에 가까운 색깔을 지닌 해안 절벽이다.

영국의 남동쪽 해안도시인 이스트본과 브라이튼 사이에 있는 세븐 시스터즈파크의 하얀 절벽이 유명한데, 중생대 백악기때 바다에서 조개류등 갑각류들이 죽여서 쌓인 해양퇴적암이다.

사진 / 이븐 여행작가
데크길 바로 옆에 있는 선바우. 사진 / 이븐 여행작가

선바우길에 있는 힌디기는 화산활동시 고열에 타버린 화산재가 쌓여서 형성된 흰색의 벤토나이트(Bentonite)에 인문학적 이름이 붙여졌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암석으로 화산활동이 활발하던 이쪽 경북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지형과 지질도 알면 보인다. 자연을 그저 감상의 감정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본질을 보는 습관을 들이면 자연이 나와 공진화하는 동체였음을 알게 된다. 2코스 선바우길을 걸으면 바위에서 자갈이 되고 자갈이 모래가 되는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이븐 여행작가
화산재가 쌓여 형성된 해안 절벽 힌디기. 사진 / 이븐 여행작가
TIP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연오랑세오녀의 터전인 청림 일월(도기야)을 시점으로 호미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동해면 도구해변과 선바우길을 지나 구룡소를 거쳐 호미곶 해맞이 광장까지 4개 코스의 25km구간과 해파랑길 13, 14코스로 연결되는 구룡포항, 양포항, 경주와의 경계인 장기면 두원리까지 전체 길이는 58km에 달한다.
1코스 연오랑세오녀길(시점: 일월동 713번지)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세오녀의 옛터전으로 보통 걸음으로 1시간30분 거리인 6.1㎞다.
2코스 선바우길(시점: 동해면 입암리 359번지)
선바우길은 동해면 입암리에서 흥환해수욕장을 지나 흥환어항까지 6.5㎞를 연결하는 구간이다.
3코스 구룡소길(시점: 동해면 흥환리 704번지)
구룡소길은 동해면 흥환리 어항에서 호미곶면 대동배까지 6.5㎞를 연결하는 둘레길로 장군바위, 구룡소와 천년기념물인 모감주나무가 유명하다.
4코스 호미길(시점: 호미곶면 구만리 산39)
호미길은 거리가 5.3㎞로 옛날 청어가 뭍으로 밀려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여 까꾸리로 끌었다는 까꾸리개(일명 독수리바위)와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호미곶 해맞이광장을 연결하는 구간으로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해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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