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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7월호
[여름아 부탁해 ② 섬] 고운 모래와 해안절벽이 빼어난 섬, 진도 관매도
[여름아 부탁해 ② 섬] 고운 모래와 해안절벽이 빼어난 섬, 진도 관매도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0.06.10 0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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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매화꽃처럼 고운 섬, 관매도
면적이 넓고 경사가 완만한 모래해변
산 정상의 바위와 절벽 아래 펼쳐진 푸르른 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해 질 녘의 관매도 해수욕장 풍경.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진도] 길이 2km가 더 되는 모래 해변과 3만 평이 넘는 아름다운 소나무숲을 품은 해수욕장. 주민들의 식수 해결을 위해 물 맑은 저수지가 있고, 기묘한 암석과 아름다운 해안절벽이 에워싸고 있는 섬, 전남 진도의 관매도다.

진도항에서 오전 9시 30분에 배를 탔다. 그해 아침, 그 무지막지한 사고가 아니었다면 진즉 다녀왔을 관매도에 가는 길이다. 진도군 조도면 관매도리. 막 그 섬에 가려던 참에 사고가 났고, 잠시 뒤로 미룬 여행을 이제 시작한 것이다.

매화꽃 닮은 관매산 정상 바위들
관매도는 조도면에서 하조도와 상조도에 이어 세 번째 큰 섬, 하조도에서 뱃길로 남쪽 7km에 있는 섬이다. 그 아래쪽에 맹골군도가 흩어져 있다. 진도항을 떠난 배가 하조도 창유항을 거쳐 상·하조도를 잇고 있는 조도대교 밑을 지나간다. 좌우로 고만고만한 섬들이 앉아 있고, 섬과 섬 사이에 전복과 톳 양식장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관매도에는 꽃이 많이 핀다.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원추리가 많이 핀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진 / 박상대 기자
관매도항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진 / 박상대 기자
어민들은 전복·톳·미역 등을 양식한다. 사진은 톳을 말리는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는데 동행한 박길림 진도군 문화관광해설사가 하조도 산마루를 가리킨다. “저기 한 임신부가 누워 있는데 보입니까? 머리와 가슴, 불룩한 배를 보세요.” 영락없는 임신부 모습이다. 그런데 왜 저 여인은 저 자리에 누워 있는 것일까? 먼 옛날 젊은 남편이 바다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자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든 것일까? 아니다. 더 깊은 사연이 있을 터다. 여객선은 하조도·나배도·관사도·모도를 거쳐 관매도에 다다른다.

1700년경 조모 씨가 귀양을 가던 중 백사장을 따라 매화가 무성하게 핀 것을 보고 관매도라 했다고 한다. 현재 매화는 멸종 상태에 있다. 매화꽃에서 이름을 빌려왔다는 역사를 입증하기 위해 모 행정기관에서 섬에다 매실나무를 여러 그루 심어놨는데 바닷바람을 직접 맞는 곳에는 잘 자라지 않고, 동네 담장 밑에서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하니 바닷가에 매화가 많이 피어 있어서 관매도란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이야기는 훗날 호사가들이 지어낸 말이 아닐까 싶다.

오히려 관매도의 두 마을 가운데 한 마을인 관호마을 뒷산 관매산 정상 능선에 자리하고 있는 바윗덩어리가 활짝 핀 매화꽃 송이를 닮았다. 매화꽃이 핀 섬이거나 매화꽃처럼 보이는 섬(觀梅島)이거나 상관없다. 관매도는 매화처럼 고운 섬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1700년대 초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한 관매도의 역사는 돌담골목길에서 엿볼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진 / 박상대 기자
한가로운 어촌 풍경이 걷는 내내 이어진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면적이 넓고 경사가 완만한 모래해변
배에서 내리면 오른쪽이 관호마을이고 왼쪽이 관매마을이다. 관매도 해수욕장은 관매마을 입구 해상국립공원사무소에서 동쪽 끝 언덕까지 펼쳐진다.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았는데도 모래해변의 폭이 50m 이상 된다. 모래밭이 길면 수심이 깊지 않고 경사가 완만하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이만한 해수욕장,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어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해수욕을 즐길 수 있어요. 제가 아는 한 지금까지 익사 사고가 한 건도 없었어요.”

박 해설사는 여름이면 소나무숲에 텐트가 빈틈없이 들어선다고 한다. 모래에 진흙이 거의 섞이지 않아서 살갗에 달라붙지 않는 것도 특징이란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섬의 서북쪽에 자리한 관매도 해수욕장. 경사가 완만하고 물이 맑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진 / 박상대 기자
관매도에서 볼 수 있는 해안절벽. 사진 / 박상대 기자

신발이 젖지 않는 모래밭을 1km가량 걸어가자 암석해안 절벽이 앞길을 막는다. 높이 30m쯤 되어 보이는 절벽은 부안 채석강과 견주어 밀리지 않아 보인다. 파란 파도가 절벽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진다. 저 바닷물과 절벽은 얼마나 많은 세월을 서로 부딪치고 있을까?

지질학자들은 이 단층이 1억5000만 년 전 쥐라기시대에 생성된 응회암 퇴적층이라고 말한다. 칼로 쪼갠 듯, 톱으로 자른 듯 차곡차곡 쌓여 있는 단층을 보고 있노라니 숙연해진다.

해식단층을 뒤로하고 소나무숲 산책로로 발길을 옮긴다. 콘크리트 옹벽을 치지 않고 온전히 모래언덕과 소나무숲으로 이루어진 해변이라니…. 소나무들은 대부분 해송이다. 곰솔이라고도 부르는 토종 소나무인데 어린나무부터 어른 혼자 껴안을 수 없을 만큼 큰 소나무도 있다. 곧게 서 있거나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있거나 몸을 살짝 비틀고 서 있는데 저마다 적절한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 산새와 비둘기들이 낯선 침입자들을 향해 저마다 존재감을 표시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관매도 해수욕장 주변에는 소나무숲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사계절 꽃이 피는 꽃섬
소나무숲길 산책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습지가 있다. 옛날에 논이었는데 지금은 습지로 변한 곳이다. 갈대를 비롯한 습지식물이 살고, 그 주변에 주민들이 뿌려놓은 유채밭이 있다. 봄에는 유채꽃이 바다를 이룬다고 한다. 여름에는 유채꽃 대신 야생 무꽃이 보라색 자태를 뽐내고 있다.

습지에서 다시 방아섬으로 발길을 옮긴다. 방아섬은 방아 모양을 한 커다란 바위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인데, 예전에는 그 중간에 10여 가구가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모든 집이 철거되었고, 빈터에 잡초와 고사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유채꽃으로 뒤덮인 봄철 관매도 풍경. 사진 / 진도군청
사진 / 박상대 기자
북서쪽 해안을 제외하면 해안의 대부분이 암석해안을 이루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옛 마을 터를 지나 숲길을 더 걸어가면 방아섬이 보인다. 커다란 버섯이나 확독처럼 생겼는데 신의도 쪽에서 보면 마치 남근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신의도 여성이 관매도 남성을 상상할 때 저 바위를 닮아서 힘이 장사일 거라고 기대했다가 금세 실상을 파악한 후 실망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한다. 섬 정상에 우뚝 서 있는 바위라니…. 도대체 누가 저렇게 큰 바위를 산꼭대기에 세웠단 말인가? 수 천만 년 풍화작용에 다 씻겨나갔는데 왜 저 바위는 늠름한 위용을 자랑하며 버티고 서 있단 말인가?

방아섬을 찾아간 사람들은 정작 그 아래 펼쳐진 해안절벽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해수욕장 끝에서 보았던 절벽은 맛보기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기다란 높이와 기묘한 물결을 이루는 단층들. 어느 조각가도 어느 장인도 흉내낼 수 없는 단층 문양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말로 이루 다할 수 없는 자연의 경이로움이라니….

사진 / 박상대 기자
관매도에서 맛볼 수 있는 쑥막걸리. 사진 / 박상대 기자

톳과 돌미역, 그리고 쑥막걸리
주민은 대부분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다. 연안에서 멸치·조기·민어 등이 잡히지만 주요 소득원은 다시마·미역·톳·모자반 등이다. 톳을 수확하는 5월말에는 도로를 톳이 점령하고 있다. 농산물은 고구마·보리·콩·유채 등을 재배하는데 쑥을 재배하는 농가도 있다. 관호마을에는 쑥막걸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달콤한 맛이 강한 쑥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천하비경이라는 하늘바위로 간다.

하늘바위로 가는 길목에 다양한 스토리가 담겨 있는 콩돌과 돌묘해안이 있다. 옥황상제의 두 아들이 공기돌 놀이를 하다 지상으로 돌을 떨어뜨렸고, 장사가 그 돌을 찾으러왔다가 거문고 소리에 취해 돌아가는 것을 깜박 잊어버렸다. 다시 상제의 명을 받은 사자 둘이 관매도에 찾아왔다가 거문고 소리를 듣고 심취해서 돌아가지 않았다. 이에 상제가 화가 나서 장사와 사자를 묻어버렸고, 공기돌은 그 자리에 남아 있게 되었다. 그리고 산꼭대기에서 눈사람 닮은 바위가 응가를 했는데 그것이 떨어져 똥이 되었다는 돌 등의 이야기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콩돌과 돌묘해안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전하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진 / 박상대 기자
관매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하늘다리. 해발 50m 지점에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진 / 박상대 기자
관매도 민박집의 한 상 차림새. 사진 / 박상대 기자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산길을 1시간 남짓 오르면 그 유명한 하늘바위에 다다른다. 산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한동안 하산하기 싫어하듯, 하늘다리에 이르면 하산할 마음이 일지 않는다. 산 정상에 있는 기묘한 바위와 절벽 아래 펼쳐진 해안과 푸르른 바다가 여행객의 발목을 붙잡기 때문이다.

INFO 관매도
교통
목포에서 출발하는 정기여객선이 하조도를 경유해 운항되지만 4시간 이상 걸린다. 진도항에서 배를 타면 2시간 남짓이다. 오전 9시 50분과 오후 12시 10분에 출항한다.
위치 목포항에서 63km, 진도항에서 7km, 하조도에서 2.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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