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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외국인 추천 여행지] 봄ㆍ가을로 만나는 희귀한 철새 탐조 여행, 군산 어청도
[외국인 추천 여행지] 봄ㆍ가을로 만나는 희귀한 철새 탐조 여행, 군산 어청도
  • 이준휘 여행작가
  • 승인 2020.06.10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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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탐조 명소로 이름난 군산 어청도
일년에 두 번 섬에 머물다 가는 철새
한반도의 모습을 닮은 섬, 둘레길과 등대까지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어청도 둘레길에서 바라보이는 검산봉의 모습은 우리나라 국토를 빼닮았다.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군산]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하지만, 어청도는 이미 세계적인 탐조의 명소로 해외에 알려져 있었다. 어청도가 탐조로 유명세를 타는 데는 영국의 환경운동가 나일 무어스(Nial Moores)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02년 어청도에서 228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하고 국제조류보호협회에 소개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섬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나일 무어스는 어청도를 ‘마법의 섬’이라고 표현했다.

스위스에서 온 핸릭(Henrik)을 처음 만난 곳은 어청도로 들어가는 배가 출발하는 군산연안 여객터미널이었다. 이번이 4번째 방문이라는 그는 버딩(birding, 탐조)를 위해서 2년만에 어청도를 다시 찾았다고 했다.

핸릭(Henrik) 씨가 군산 어청도를 찾은 사연은?
“어청도는 남반부의 철새들이 번식을 위해서 북반부로 이동하는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요. 철새들은 한국의 가거도, 어청도, 소청도, 백령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멀리 몽골까지 이동해요. 때문에 스위스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희귀한 새들을 관찰할 수 있죠.”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한국의 새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국·영문으로 제공하는 새와 생명의 터 홈페이지. 이미지 / 새와 생명의 터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탐조 여행을 위해 스위스에서 어청도를 찾은 핸릭 씨.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알프스의 나라에서 온 핸릭이 이 작은 외딴섬, 어청도를 찾은 이유이다. 핸릭을 만난 날(5월 11일)의 기상은 짙은 해무로 인해 출항이 지연되었다. 2시간의 기다림 동안 핸릭을 통해 매년 유럽 여행자들이 탐조여행을 위해 어청도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평소 2시간 40분 걸리는 뱃길은 4시간을 넘기고서야 간신히 사람들을 섬에 내려놓았다. 밥 때가 훌쩍 지난 시간이었지만 탐조인들은 끼니도 거른 채 카메라와 쌍안경을 챙기자마자 탐조 포인트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고된 여정의 피곤함 보다는 설렘으로 가득한 얼굴들이다.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봄·가을로 철새가 쉬었다 가는 어청도의 모습.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어청도의 조류 안내도.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이렇게 사람들이 탐조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탐조의 가장 큰 즐거움은 새로운 종을 만나는 겁니다. 특히 미기록 종을 마주할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일주일 전에 입도해서 탐조를 진행하고 있는 윤순영 사단법인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의 말이다. 그는 “철새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이죠. 14cm도 되지 않는 이 작은 새가 핀란드까지 날아가잖아요”라며 “조류는 환경의 지표가 돼죠. 새가 1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다른 생명 100종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거든요”라고 조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탐조를 하다 다시 만난 핸릭은 스위스에서 보기 힘든 새를 봤다며 흥분상태였다. “Bluechin! Bluechin!” 파란턱새를 봤다는 것 같은데 확인한 결과 그 새의 정식영문 명은 bluethroat, 우리나라에서는 ‘흰눈썹울새’가 정식 이름이다. 탐조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마주하고 싶은 희귀조다. 같은 대상을 놓고 동서양이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는 흰 눈썹을, 서양에서는 푸른색 도는 턱을 이 새의 특징으로 잡았으니 말이다.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탐조의 가장 큰 즐거움은 새로운 종을 만나는 것"이라 말한다.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나그네새인 흰눈썹긴발톱할미새.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국내에서는 흔한 여름 철새로 4월 중순에서 9월 하순까지 볼 수 있는 황로.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일년에 두 번 어청도에 머물다 가는 철새
탐조인들은 멀리서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커다란 망원렌즈와 삼각대 들고 위장복을 입고 다니니 눈에 안 띌래야 안 띌 수가 없다. 어청도에서 탐조인들과 함께 3일을 지내다 보니 이들의 탐조 방식이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누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위 관찰 파와 사진 파다.

관찰 파는 윤 이사장과 같이 자연생태와 환경 그리고 조류 자체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조류의 습성과 생태를 관찰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생태를 공부하다가 탐조의 매력에 빠졌다는 백원희 씨는 카메라와 삼각대 대신 10x33구경의 쌍안경을 목에 차고 있었다. 이들은 새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비행의 궤적을 추적한다. 도감을 갖고 다니며 기록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취미로 야생사진을 찍다가 탐조의 세계에 발을 들인 박대용 씨는 사진 파에 속한다. “예전에는 풍경, 야생화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결국에 종착지는 새 사진이 되더라고요.” 탐조를 위해서 몽골까지 다녀왔다는 그는 지금까지 400여 종의 새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도감 사이트를 운영하며 포트폴리오를 늘려가고 있다.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철새 탐조를 즐기는 탐조인들의 모습.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이들에게 대 구경 망원렌즈와 삼각대는 필수장비다. 소위 대포라 불리는 600mm이상의 렌즈를 사용한다. 장비 값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요즘에는 150mm-600mm망원렌즈의 가격이 100만원대로 내려오면서 이를 크롭바디와 조합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장비의 가격과 무게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탐조사진을 찍는 동호인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어청도가 철새로 붐비는 시기는 1년에 두 번이다. 여름철새가 경유하는 4월 초 유리딱새의 도착을 시작으로 5월 중순까지, 그리고 겨울철새가 지나가는 9월~10월이다. 이 때 섬에 들린 철새들은 적게는 2일에서 길게는 7일 동안 휴식을 취하며 기력을 회복한 뒤에 섬을 떠난다. 계속해서 새로운 새들이 들고 나기 때문에 탐조인들은 길게는 일주일 이상 머물며 새를 관찰한다.

윤 이사장에게 탐조를 시작하려는 초보자들을 위해서 몇 가지 조언을 부탁했다. ‘카메라보다 먼저 쌍안경과 조류도감을 한 권 준비할 것’ 쌍안경은 구경 10x42 정도에 밝은 렌즈가 좋다고 했다. 관찰자가 되어 다가가지 말고 기다리라는 말도 덧붙였다.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능선을 따라 조성된 둘레길. 드론 촬영 / 조용식 기자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이른 아침 어청도 둘레길의 모습.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한반도의 모습을 닮은 섬, 둘레길과 등대
군산에서 74km 떨어져 있는 어청도는 서해영해의 기점이 되는 전략적인 요충지다. 해발 198m의 최고봉 당산을 비롯해 100m 남짓 되는 높이의 공치산과 검산봉이 항구를 끌어 안듯이 감싸고 있다. 거친 외해에 자리잡은 곳이지만 섬 안의 분위기는 포근하고 아늑하다.

섬을 탐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는 것이다. 섬 안에는 군산시에서 조성한 구불길 4개 코스가 있고, 전체를 완주하면 약 12km다. 특히 팔각정에서 시작해서 우측 붉은 방파제까지 연결되는 구간은 이곳 트레킹 코스의 백미로 친다.

둘레길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능선을 따라서 만들어져 있다. 좌측으로는 이웃 외연군도가, 우측으로는 어청도항의 원경이 들어오며 시야가 탁 트인다. 특히 공치산을 넘어서 바라보이는 검산봉의 모습은 우리 한반도의 모습을 빼다 박았다. 되돌아 나올 때는 해안에 설치되어 있는 데크 길을 이용하면 된다.

섬 안에 가장 유명한 명소로는 어청도 등대를 꼽는다. 군산 구시가 중심지 한복판에는 등대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되어있는데 이게 바로 어청도 등대다. 등대는 섬의 최서단에 자리잡고 있다. 1912년 3월 11일 점등을 시작해서 100년 넘게 서해를 오가는 선박의 길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일몰이 아름다운 어청도 등대.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군산 구시가 중심지 한복판에 설치된 어청도 등대 조형물.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이 등대가 유명한 것은 역사나 지정학적인 중요성보다 미학적인 아름다움 때문이다. 등대 답사를 다니는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어청도 등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대로 꼽힌다. 좁은 통로를 지나 섬 끝자락에 자리잡은 등대의 모습은 몽환적이다. 특히 일몰 무렵 시시각각 변해가는 하늘과 등대가 만들어내는 조화는 황홀할 지경이다. 어청도는 이 등대와 낙조만으로도 다녀갈 가치가 있다.

어청도는 분위기도 여느 섬들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나일 무어스는 첫 방문 당시 섬 분위기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여러 섬들 중에서 외국 탐조인들이 섬 주민들로부터 단체로 환영을 받았던 첫 섬이다. 마을주민들은 사냥을 하지 않고 농작물에는 농약을 치지 않는다.’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어청도를 대표하는 등대와 동백이 그려진 마을 벽화.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박대용 신흥상회 대표는 영어회화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가게 안에서는 매일 커피가 내려지고 피자와 빵이 구워진다. 마을 민박에는 외국의 탐조인을 위해서 방안에 침대를 놓았고 식당들은 좌식테이블을 입식으로 바꾸고 있다. 이런 마을주민들의 노력과 개방성이 섬을 세계적인 탐조의 명소로 만들어가고 있다.

※ 본 기획 취재는 외국인 여행자의 한국 여행을 돕기 위한 콘텐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 진행되었습니다.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어청도행 배편을 운항하는 군산연안 여객터미널. 사진 / 이준휘 여행작가
TIP 여행 정보
배편
군산연안 여객터미널에서 주중에 1회, 주말에 2회 어청도행 배가 출발한다. 왕복요금은 4만7500원, 쾌속선으로는 1시간 30분이면 족한 거리지만 15노트 속력의 배가 운행하는 까닭에 섬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숙박 신흥상회, 양지민박
식당 군산식당민박, 창신호 - 두 곳 모두 주인들이 배를 몰고 나가 고기를 잡는 어부다. 횟감이나 찜도 가능하고, 백반(8000원)에도 신선한 생선반찬이 빠지지 않는다.
*취재협조 사단법인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윤순영 이사장, Henrik Thorlund, 박대용, 백원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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