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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숨은 여행지 찾기] 포구에 남은 삶의 선로, 소래철교
[숨은 여행지 찾기] 포구에 남은 삶의 선로, 소래철교
  • 조아영 기자
  • 승인 2020.06.11 0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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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 년 전 운행을 시작한 수인선 협궤열차
옛 소래철교, 시민의 보행수단으로 자리매김
증기기관차ㆍ장도포대지 등 이색 볼거리 갖춰
사진 / 조아영 기자
인천 소래철교 아래로 어선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인천] 수인선 소래포구역을 벗어나 10분쯤 걷다 보면 짭조름한 갯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이어 물건값을 흥정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항구에서 불어온 바닷바람은 이마에 녹진하게 흐른 땀을 씻어준다. 소래포구 어시장을 살짝 비켜 걸으면 바다 위로 곧게 뻗은 소래철교를 만날 수 있다. 

수원과 인천을 잇는 수인선은 80여 년 전인 1937년 운행을 시작했다. 일제가 소금과 곡물을 수탈하는 데 썼던 협궤열차는 광복 후 장터를 오가는 상인과 시내로 통학하는 학생들을 바지런히 실어다 주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버스 노선이 촘촘히 갖춰지면서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고, 현재의 복선전철로 부활한 것은 2012년의 일이다. 

빈남옥 인천시 문화관광해설사는 “1995년 12월 31일 마지막으로 운행했던 열차를 탄 기억이 생생하다”며 “인천 소래와 시흥시 월곶을 잇는 소래철교는 역사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공원화되었고, 지금은 쉽게 오갈 수 있는 보행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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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소래철교 위를 달리는 수인선 열차. 수인선은 오는 8월경 전 구간 개통될 예정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세월 따라, 이야기 따라 이어지는 길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옛 철교를 걷는 것만으로도 이채롭지만, 인근의 다양한 볼거리는 여행에 잔재미를 더한다. 철교 맞은편 소래역사관 앞에는 고풍스러운 증기기관차 1량이 놓여 있어 시선을 붙잡는다. 1927년 수원기관차 사무소에서 조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협궤용 증기기관차로 내부 폭이 2m 남짓인 아담한 열차지만, 품고 있는 세월과 이야기만큼은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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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역사관 앞에 전시된 협궤용 증기기관차.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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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포대지는 화도진과 함께 축조된 조선시대의 포대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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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철교 위를 지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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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을 실은 어선이 포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철교 아래로 걸음을 옮기면 나지막한 둔덕 하나가 보인다. 얼핏 평범해 보이나, 포를 설치해 쏠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개항과 동시에 이양선을 막기 위해 화도진과 함께 축조되었고, 포대가 자리한 구릉이 노루를 닮아 노루 장(獐) 자를 써 ‘장도포대지’라 이름 붙었다. 도심 끝자락, 항구를 향해 지어진 포대지는 색다른 감상을 안겨준다.

장도포대지를 둘러봤다면 소래철교로 걸음을 옮길 차례. 입구에는 수인선의 옛 모습과 시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흑백사진이 붙어 있어 향수를 자극한다. 철교에는 선로와 침목이 고스란히 남아 옛 풍경을 가늠케 한다. 사람들은 협궤열차가 연기를 뿜으며 달렸던 철교 위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즐긴다.

이따금 생선을 잔뜩 실은 어선이 철교 아래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지나가고, 건너다보이는 신 소래철교 위로는 수인선 전철이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어디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은 오랜 시간 여행자의 시선을 빼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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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젓갈류를 판매하는 어시장.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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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 어시장의 생선구이도 별미로 꼽힌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소래포구 종합 어시장 외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포구 쪽 어시장은 싱싱한 수산물을 사고파는 이들로 북적북적 활기를 띤다. 윤기 나는 젓갈과 생선 굽는 냄새가 구경하는 내내 구미를 당긴다. 빈남옥 해설사는 “소래포구 인근에 본격적으로 어시장이 들어선 것은 1974년”이라며 “주로 새우와 조개류, 젓갈 등을 판매하며, 이곳에서 먹을 수 있는 생선구이도 별미로 꼽힌다”고 전한다.

INFO 소래철교
주소
인천 남동구 아암대로 1614(장도포대지)

TIP 소래포구축제
올해로 20회를 맞는 소래포구축제는 9월 18일부터 사흘간 소래포구 해오름공원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소래포구의 풍성한 해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문화 공연 등이 열려 기대를 모은다.
기간 9월 18~20일(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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