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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박은하의 감성여행] 도심 속 초록향기를 따라, 서울 남산 둘레길
[박은하의 감성여행] 도심 속 초록향기를 따라, 서울 남산 둘레길
  • 박은하 여행작가
  • 승인 2020.06.11 0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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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열린 쉼터, 남산 둘레길
조선시대 한옥 살펴볼 수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
정갈한 한식과 감각적인 디저트 카페까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남산 둘레길 산책은 남산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서울] 초록이 춤을 춘다. 바람에도 색깔이 있다면 7월 바람은 진초록이 아닐까. 회색빛 도시를 초록으로 물들이는 서울 남산(목멱산)으로 향했다. 산책로를 따라 여름 꽃이 하나둘씩 인사를 건넨다.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는 명상음악을 틀어 놓은 듯 편안하게 다가온다. 

‘남산’ 하면 N서울타워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남산의 하이라이트는 둘레길 산책이다. 북측순환로와 남측 숲길을 이은 총 7.5km 길을 따라 서울의 거대한 허파가 숨 쉰다. 들숨과 날숨 사이 초록이 짙어간다. 숲이 우거진 남산 둘레길은 더위를 식히기에도 제격이다. 산바람이 솔솔 불어와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준다. 

모두를 위한 열린 쉼터, 남산 둘레길
남산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산이다. 애국가 2절은 ‘남산 위에 저 소나무’로 시작하고, 어렸을 때 즐겨 불렀던 동요 <달달 무슨달> 가사에도 남산이 등장한다. 서울 중구와 용산구에 거쳐 높이 243m의 남산이 있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남산 둘레길 북측순환로 코스 무장애길.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초록이 우거진 남산 둘레길은 산책 삼아 걷기 좋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남산케이블카나 순환버스를 타고 서울타워 입구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지만, 남산의 진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둘레길을 걸어보는 것을 권한다. 총 7.5km의 산책로를 따라 북측순환로, 산림숲길, 야생화원길, 자연생태길 등 다양한 5개 코스가 이어진다. 남측순환로도 오갈 수 있지만 주로 버스와 차량이 다니는 길이다.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남산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는데, 전 구간을 완보해도 좋지만 시간이나 체력에 따라 일부 구간만 걸어 봐도 좋다. 남산 둘레길은 차량과 자전거 통행을 금지하고 있어 안전하고 쾌적한 산책이 가능하다. 반려견 출입이 허용된 구간은 북측순환로와 야생화원길 두 구간이다.

남산 둘레길 산책이 처음이라면 북측순환로를 추천한다. 남산케이블카 맞은편 입구에서 시작해 국립극장까지 이어지는 3.4km 구간이다. 남산 둘레길 코스 중 가장 길이가 길고, 폭이 넓다. 점자 유도 블록이 깔려 있는 데다 계단이 없고, 경사도가 낮은 무장애길로 되어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도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여름 야생화 등 자연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북측순환로에는 황톳길도 조성되어 있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졸졸 흐르는 실개천의 물소리가 한낮 더위를 식혀준다. 땀을 흘리며 뛰놀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양말을 벗더니 실개천가에 모여 앉아 발을 담근다. 남산 실개천은 매년 4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운영하는데 빗물과 지하수 등을 모아둔 저류조와 지하철 용수를 끌어 쓴다. 실개천 용수가 통과하는 가압 지점에 여과 및 소독 장치를 설치해 수질 관리를 하고 있다.

꿩, 까치, 박새, 직박구리 등 다양한 새를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새뿐만이 아니다. 키가 크고, 색상이 화려한 여름 야생화가 곳곳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붓꽃, 산수국, 참나리, 접시꽃 등 남산 둘레길이 선사하는 자연을 만끽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INFO 남산
남산은 예로부터 특별한 권위를 누렸다. 조선시대 목멱산이라 불린 남산은 한양도성 내사산(內四山, 한양을 감싸고 있는 4개의 산) 중 한 곳이었다. 숲이 많고 볼 것과 찾을 것이 많아 ‘목멱(木覓)’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남산 정상부에 국사당을 두어 중요한 국가 제사를 지냈고, 봉수대를 지어 비상사태 시 왕에게 알렸다.
주소 서울 중구 회현동1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남산 둘레길 코스 지도.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TIP 남산 둘레길 코스
걷기 좋은 길은 북측순환로, 산림숲길, 야생화원길, 자연생태길, 역사문화길 등 총 5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남측순환로는 주로 버스ㆍ차량이 다니는 코스이다.
북측순환로 북측순환로 쉼터~남산순환버스정류장(3.42km)
산림숲길 남산순환버스정류장~야생화공원 경계부(0.9km)
야생화원길 야생화공원 경계부~야외식물원 쉼터(0.88km)
자연생태길 야외식물원 쉼터~소월시비 쉼터(1.8km)
역사문화길 소월시비 쉼터~북측순환로 쉼터(0.6km)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바라본 남산 풍경.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필동2가에 자리한 남산골 한옥마을 정문.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남촌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남산골 한옥마을
‘남산골샌님’이란 말이 있다. 가난하면서도 자존심만 센 선비를 이르는 말이다. 남산골샌님을 ‘딸깍발이’라고도 부르는데 선비정신의 미덕을 담은 수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엄격한 신분 질서가 있던 조선시대에는 사회적 지위에 따라 사는 곳도 달랐다. 같은 양반이어도 정치·경제 중심지인 북촌에 사는 양반의 지위가 높았다. 남산 기슭 남촌에는 주로 하급 관리나 벼슬에 오르지 못한 가난한 선비가 모여 살았는데 이들은 실생활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청렴과 지조를 지키며 살았다.

남산골 한옥마을이 자리한 필동은 남산 기슭 아래 계곡과 정자가 있어 선비들이 피서와 풍류를 즐겼던 곳이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한옥 다섯 채와 전통정원, 서울남산국악당, 서울천년타임캡슐광장 등이 있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관훈동 민씨 가옥,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 옥인동 윤씨 가옥 등 조선시대 한옥 다섯 채를 차례로 둘러본다. 일반 평민이 살던 집부터 사대부 집까지 서울 곳곳에 있던 집 다섯 채를 이곳에 옮겨 왔다. 집주인의 신분에 따라 가옥의 규모와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비슷한 구조로 짓는 아파트와는 비교할 수 없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한옥 지붕 선 너머로 보이는 N서울타워.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한옥의 구조와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면 절로 감탄이 난다. 한옥 다섯 채를 이곳에 이전해 오면서 어느 정도 복원을 했을 텐데도 수백 년이 지나도록 남아있는 견고한 구조와 재료는 상상 이상이다.

친환경 재료로 지은 한옥은 자체적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열을 오래 보존한다. 겉모습도 아름답지만 집집마다 디테일이 살아있다. 장독대, 아궁이, 우물 등은 물론이고 살림살이까지 재현해놓아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하다. 지붕 선 너머 펼쳐지는 남산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느껴진다.

INFO 남산골 한옥마을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11~3월은 8시까지, 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34길 28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남산도 식후경의 여름 인기 메뉴인 도토리 묵사발.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카페와 식당을 겸한 남산도 식후경 외부 전경.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남산도 식후경, 남산 미식투어
남산 북측순환로 입구에서 둘레길을 따라 5분 남짓 걷다 보면 한옥 한 채가 나온다. 1층은 공중화장실, 2층은 카페와 식당을 겸한 ‘남산도 식후경’이 영업 중이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한식이 주요 메뉴다. 여름에는 살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도토리 묵사발이 인기다.

명동 중국대사관 맞은편에 있는 ‘더 스팟 패뷸러스(The spot fabulous)’는 1950년대 지어진 근대 건축물에 현대적인 요소를 접목했다. 원래 이곳은 중국 삼민주의 동맹회관 건물이었다. 중국은 1911년 신해혁명 이후 국민당 정부와 공산당 정부를 출범했다.

장개석을 수장으로 한 국민당은 대한민국에 공식 정부 인정을 바라며 외교의 손길을 내밀었는데, 그 역사적인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이후 이곳에서 타이완 정부와 관련된 여러 활동이 이루어졌다. 1990년대 우리나라가 중국 공산당 정부를 공식 정부로 인정하면서 타이완과 관련된 시설이 철수됐고, 지금은 카페로 남았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수제 디저트 카페 더 스팟 패뷸러스. 창문 너머 초록이 무성하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1950년대 근대 건축물에 현대적인 요소를 접목시킨 더 스팟 패뷸러스 내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2층 천장 대들보와 서까래 배열은 19세기 말 유럽에서 유행한 스타일이다. 신해혁명 이후 중국정부는 서구 국가들이 중국을 당당한 근대 국가로 인정해 주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유럽식 건축양식을 모티브를 따와 건물을 지었다. 이 건물이 지어질 당시 유럽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선 매일 아침 프랑스 유명 제과학교 출신 베이킹 팀이 디저트를 만든다. 케이크, 타르트, 마카롱, 쿠키, 마들렌 등 모든 메뉴가 맛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편의입니다. 취향에 맞는 수제 디저트를 맛보면서 편안하게 공간을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김필균 더 스팟 패뷸러스 대표의 말이다.

INFO 남산도 식후경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브레이크타임 오후 3시 30분~5시)
주소 서울 중구 남산공원길 627

INFO 더 스팟 패뷸러스
운영시간
오전 8시~오후 11시
주소 서울 중구 명동2길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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