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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권다현의 아날로그 기차여행] 추억은 칙칙폭폭 기차를 타고~, 옛 곡성역
[권다현의 아날로그 기차여행] 추억은 칙칙폭폭 기차를 타고~, 옛 곡성역
  • 권다현 여행작가
  • 승인 2020.07.18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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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증기기관차.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여행스케치=곡성] 기차는 ‘칙칙폭폭’ 달린다. 처음 기차를 타고 꽤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기차 바퀴와 레일이 부딪히는 둔탁한 덜컹거림은 ‘칙칙폭폭’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차에서 유래한 ‘칙칙폭폭’ 소리는 그 시절을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비록 겉모습뿐일지라도 우리가 증기기관차를 타기 위해 옛 곡성역으로 향하는 이유다.      

맞배지붕을 얹은 전형적인 시골 기차역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옛 곡성역은 안으로 들어서면 기둥과 천정 등 목조구조가 여실하게 드러나 옛 대합실 풍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옛 곡성역이 자리한 섬진강기차마을에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증기기관차도 운행된다. 

비록 디젤기관차에 증기기관차의 외관만 덧씌운 형태지만 시간을 건너 뛰어 증기기관차 시절의 낭만과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섬진강을 품은 아름다운 기찻길과 천문대에서 바라본 무수한 별은 기차여행의 낭만을 더한다.  
   
추억 속의 옛 기차역, 옛 곡성역
고속철도가 달리는 곡성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십여 분 거리에 옛 곡성역이 남아 있다. 맞배지붕을 얹은 전형적인 시골 기차역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옛 곡성역이 처음 지어진 것이 1933년이니, 이들 사이에 놓인 60여 년의 세월에 비하면 오히려 짧게만 느껴지는 거리다. 

담박한 건축미가 돋보이는 옛 곡성역.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목조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옛 곡성역 천장.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다양한 장미가 식재된 정원.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섬진강 곁으로 달리는 증기기관차.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등장한 바 있는 옛 곡성역은 지금껏 남아있는 옛 역사들 중 꽤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흰색 담벼락에 박공지붕 형태라 군더더기 없이 담박한 분위기가 매력이다. 마치 주인 없는 성을 연상시키는 지금의 곡성역과 비교하면 훨씬 정겹고 친근하달까. 

영화촬영 당시 지붕 일부를 손봤다고는 하나 초기 건물 형태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어 지난 2004년엔 등록문화재로도 지정되었다. 역사 내부로 들어서면 기둥과 천정 등 목조구조가 더욱 여실하게 드러나고 손때 묻은 나무의자는 옛 대합실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반세기 넘도록 곡성 사람들은 이곳을 통해 타지로 떠나고 또 돌아왔다. 현재 옛 곡성역은 섬진강기차마을의 입구로 사용된다. 기차를 테마로 한 가장 성공적인 관광지로 꼽히는 섬진강기차마을은 그 켜켜이 쌓인 추억들에서 출발한다. 

INFO 옛 곡성역
주소 및 전화번호 전남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32, 061-363-9900

시간을 거슬러 달리는 증기기관차
섬진강기차마을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플랫폼에 세워진 증기기관차다. 산업혁명의 결과물이자 19세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기차는 이 증기기관차에서 시작됐다. 

아름다운 섬진강을 끼고 달리는 증기기관차.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차창으로 보이는 평화로운 섬진강.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증기기관차의 종착역인 가정역.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기차가 한자로 물 끓는 김을 뜻하는 기(汽)자를 사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익히 들어왔던 ‘칙칙폭폭’이란 표현도 증기기관에서 고압의 증기가 빠져나가는 소리를 흉내 냈다. 

우리나라에선 1899년 경인선 개통과 함께 증기기관차인 ‘모갈1호’가 처음 운행됐다. 당시 신문은 “화륜거 구르는 소리는 우레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기관거의 굴뚝 연기는 반공에 솟아오르더라”, “수레 속에 앉아 영창으로 내다보니 산천초목이 모두 활동하여 닿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며 흥분된 어조의 시승기를 전하기도 했다. 

당시 증기기관차의 평균시속은 20km로, 지금의 고속철도가 최고시속 305km를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는 속도다. 하지만 모갈1호가 달리던 인천에서 노량진 구간은 배로는 9시간 30분, 걸어서는 12시간이 소요됐다. 

이 거리를 1시간 30분 만에 이동했으니 ‘나는 새도 따르지 못할’ 속도라고 느꼈던 게 당연하다. 우리나라에서 증기기관차 운행은 1967년 공식적으로 종료됐지만, 일부는 화물열차를 견인하거나 기념열차 등으로 활용되며 1980년대까지 유지됐다.
 
아쉽게도 섬진강기차마을에서 운행되는 증기기관차는 실제 증기기관차가 아니다. 디젤기관차에 증기기관차의 외관만 덧씌운 것으로, 6·25전쟁 당시 작전에 투입되었던 참전열차 미카3형 129호의 외관을 재현했다. 

둔중한 검은색에 옛 비둘기호를 흉내 낸 좌석은 마치 시간을 건너 뛰어 증기기관차 시절의 낭만과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기차여행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던 삶은 달걀과 사이다도 이곳에서만큼은 색다른 별미로 판매되고 있다.       

INFO 섬진강기차마을 증기기관차
이용시간 10:30·12:30·14:30·16:30 *기차마을 출발 기준 
이용요금 왕복 9,000원 편도 6,000원 

섬진강을 품은 아름다운 기찻길
섬진강기차마을을 출발한 증기기관차는 폐선된 전라선을 따라 달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로 꼽히는 이곳은 구불구불 이어지는 기찻길을 따라 17번 국도와 섬진강이 나란히 달린다. 

섬진강출렁다리의 야간조명.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섬진강의 무수한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곡성섬진강천문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가정역에서 바라보이는 섬진강출렁다리.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기차와 자동차, 강물이 함께 흘러가는 셈이다. 전라도의 실핏줄 같은 개울들이 모여 하나로 흘러드는 섬진강은 이곳 곡성에 이르러 물살이 제법 풍성해지는데, 다슬기를 줍거나 쏘가리 등을 잡느라 허리춤까지 몸을 담근 이들이 차창 밖 평화로운 풍경을 이룬다. 

이들을 더 느긋하게 눈에 담을 수 있도록 증기기관차는 시속 30km로 천천히 운행한다. 120여 년 전에는 쏜살처럼 느껴졌던 속도가 이젠 시간을 거스르는 느린 여행이 됐다. 

가정역에 도착한 증기기관차는 약 30분 동안 정차하게 되는데, 이때 섬진강 출렁다리를 건너면 섬진강의 은빛 물결을 보다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이왕이면 차가운 물살에 손도 한번 담가보고 강변을 따라 잠시 여유로운 산책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강변에는 곡성섬진강천문대도 자리한다. 미리 예약해뒀다가 섬진강 위로 뜬 무수한 별들을 관측해보는 것도 낭만적이다. 낮에는 태양을, 일몰 후에는 별자리를 볼 수 있는데 전문적인 해설까지 곁들여 가족이 함께 들러보기 좋다. 특히 이곳 천문대에는 우리 기술로 제작된 천체망원경이 비치돼 있어 더욱 의미 있다.        

INFO 곡성섬진강천문대
관람시간 오후 2시~오후 10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주소 및 전화번호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섬진강로 1234, 061-363-8528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기차공원   
섬진강기차마을은 이름 그대로 기차를 테마로 한 공원이다. 추억의 증기기관차 외에도 기차마을 곳곳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자리한다. 

섬진강기차마을의 포토존.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섬진강기차마을의 다양한 볼거리.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기찻길을 따라 페달을 밟으며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레일바이크를 비롯해 다채로운 색깔과 모양의 장미들이 식재된 장미정원, 도깨비를 스토리텔링한 전시체험관과 4D영상관 등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다. 

특히 곡성 읍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대관람차는 젊은 여행자들에게도 큰 인기다. 단,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일부 시설 이용이 제한된 곳들도 있으니 미리 확인해두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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