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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드라마 속 여행지]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두 세계를 넘나들다, ‘더킹:영원의 군주’ 촬영지, 부산 
[드라마 속 여행지]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두 세계를 넘나들다, ‘더킹:영원의 군주’ 촬영지, 부산 
  • 송인경 여행작가
  • 승인 2020.07.18 11: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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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를 배경으로 한 SBS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의 촬영지 모습.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부산,기장] ‘만약 그때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살면서 한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보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과거로의 회귀는 지금까지 영화·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되어 왔다. 

그리고 이는 개인적인 일을 넘어 역사적인 변화까지 상상하게 한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대한민국이 아닌 대한제국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지난 4월, 사람들로 하여금 이러한 궁금증과 상상을 하게끔 만들어준 한편의 드라마가 방송됐다.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대한민국’이 아닌 ‘대한제국’을 엿볼 수 있게 해준 SBS드라마 <더킹 : 영원의 군주>(이하 ‘더킹’)이다. 

평행세계의 관문, ‘아홉산숲’
드라마 <더킹>은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이라는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제인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이고, ‘대한제국’은 황제가 존재하는 입헌군주제를 시행하고 있는 세계이다. 

아홉산숲의 명물이 된 드라마 속 평행세계의 관문.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대숲 사이에 우뚝 솟은 두 개의 비석, 당간지주.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수많은 영화, 드라마를 통해 익숙하게 봐왔던 풍경이 자리하고 있는 아홉산숲.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이른바 평행세계라고 불리는 두 세계를 이어주는 곳도 드라마 속엔 존재하는데, 이 상상 속 장소를 부산 아홉산숲에 가면 실제 만나볼 수 있다. 

봉우리가 아홉 개라는 의미로 이름 붙여진 아홉산에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이곳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여느 대숲과는 다른 독특한 멋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봐왔던 대숲은 짙은 녹음이 인상적인 곧고 울창한 모습이었다면, 이곳의 대숲은 좀 더 낭만적인 느낌이다. 

연둣빛부터 짙푸른 초록빛에 이르기까지 대나무 하나하나마다 빛깔이 조금씩 달라서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대숲의 매력에 빠져 걷다보면 우뚝 솟은 두 개의 비석을 만나게 된다. 주로 절의 경계에 세워 신성한 사찰이 있는 지역이라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당간지주’의 기둥에 해당하는 것으로 큰 깃발을 걸어놓는 용도로 사용된다. 

드라마 속에서는 마주선 기둥 사이로 들어가면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차원의 문으로 이용됐다. 두 세계로 통하는 관문이기에 그 경계를 알린다는 의미에서 당간지주를 세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률보다도 더 높았던 드라마의 화제성 때문인지 드라마 <더킹>이 방송된 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더욱이 아홉산숲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약속이라도 한 듯 “여기다 여기! 드라마에 나온 곳~”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하지만 아홉산숲이 주목 받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에서는 도치(하정우 분)와 조윤(강동원)이 최후의 결전을 벌였던 장소였으며, 영화 <협녀, 칼의 기억>, <대호> , 드라마 <녹두꽃>,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등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Info 아홉산숲
주    소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길 37-1
관람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무)
입 장 료  5천원

꽃피는 ‘동백섬’에 세워진 ‘대한제국의 황궁’
“나는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이다.” 방송 초기에 자주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이곤(이민호 분)의 대사이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여자 주인공 정태을(김고은 분)에게 본인의 존재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부산만의 멋을 한눈에 감살할 수 있는 동백섬.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동백섬 등대전망대에서 바라본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동백섬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옆에 위치한 등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동백섬에서 바라본 해운대 모습.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도시 한복판에 말을 타고 등장해 자신은 대한제국에서 왔고, 황제의 신분이라고 하는 얘기를 믿기란 힘든 일이었다. 결국, 이곤은 자신의 세계를 직접 보여주기 위해 정태을과 함께 차원의 문을 넘어 자신이 살고 있는 대한제국 황궁으로 향한다. 

“1945년 입헌군주제를 선포하면서 의회는 서울에 두고 황실은 부산으로 궁을 옮겼어. 황실이 국토의 맨 앞에서 가장 먼저 적을 상대한다는 결의가 담긴 천도야.”
- 드라마 <더킹> 이곤의 대사 中 

또 다른 세상에 들어선 정태을이 처음 접한 곳은 부산. 입헌군주제인 대한제국에는 청와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황제가 살고 있는 황궁이 있으며, 이곤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 대한제국의 황궁은 부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푸른 하늘과 그보다 더 푸르른 바다, 해안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초고층 빌딩 숲 등 아름다운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어 지역주민은 물론 여행자들에게도 사랑받는 명소인 ‘동백섬’에 드라마 속 대한제국의 황궁이 자리하고 있다. 

현실과 드라마의 또 다른 차이점은 현실 속 동백섬 정상에는 고운 최치원선생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반면 드라마 속 동백섬 정상에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동백섬 위에 세워진 황궁, 그리고 정상에 서서 바다를 지키고 있는 충무공의 동상과 함께 그 누구도 우리의 바다를 넘어 대한을 침범하지 못한다는 상징성을 가지고 그곳에 세워졌다는 이곤의 말이 떠올랐다. 현실 속에 드라마의 여운이 겹쳐지며 걷는 내내 왠지 모를 뭉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Info 동백섬
주    소  부산 해운대구 동백로 23

더킹의 흔적보다 더 반가운 부산의 명물, 밀면
낭만 가득한 해운대에 알록달록 불빛이 더해지며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하는 신년행사가 진행된다. 한껏 들뜬 사람들의 모습 속에 심각한 표정으로 마주선 두 사람이 있다. 

해운대 풍경.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드라마에서 이곤과 역적 이림의 25년만의 재회가 이루어진 해운대광장.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부산의 명물이자 향토음식인 '밀면'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바로 이곤과 역적 이림. 25년 만에 다시 만난 그들의 눈빛 속엔 비장함마저 감돈다. 두 사람의 본격적인 대결의 시작을 알리는 이 장면은 해운대광장에서 진행됐다. 실제 이곳은 겨울철이면 드라마 속 신년행사와 같은 ‘해운대 빛축제’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한여름의 해운대광장에선 그때 그 모습을 볼 순 없지만 대신에 반가운 음식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준다.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밀면이다. 

돼지국밥, 동래파전, 복요리 등과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인 밀면은 6․25전쟁이 한창이었던 1950년대 초반에 북한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구호물품인 밀가루를 활용해서 냉면을 만들어 먹던 것에서 유래했다. 

본래 ‘밀 냉면’, ‘경상도 냉면’이라 불렸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밀면’으로 줄여 부르게 됐다. 보통 물밀면과 비빔밀면, 온밀면이 있는데, 주로 겨울철엔 따뜻한 온밀면을, 여름철엔 시원하고 입맛 돋우는 물밀면과 비밈밀면 즐겨먹는다. 

빨간 빛깔에 식욕이 동하여 주문한 비밈밀면.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줄 시원함에 흡족할 때쯤, 달콤새콤한 양념과 어우러진 채소가 미각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여름철 이보다 만족스러운 음식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올 여름이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또 맛보리라 하는 다짐 아닌 다짐까지 하게 했다. 

Info 해운대
주소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64 

보이는 모든 것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곳, ‘이기대’
평행세계간의 이동은 우주의 균열을 초래하고 일시적인 시간의 멈춤 현상을 만들어냈다. 그 시간동안은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춘다. 주변 사람도, 바람에 흔들리던 나무도, 지저귀던 새들도... 오직 이곤과 이림, 두 사람만이 그 시간 속에 있게 된다. 

이기대에서 바라본 해운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영화 <해운대>의 촬영지로 유명한 어울마당.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최지원 선생의 동상이 있는 동백섬.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이러한 시간의 멈춤으로 인해 멋진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림이 자신을 따르는 부하와 함께 파도가 몰아치는 바닷가에서 이야기를 하던 도중 또 다시 시간이 멈추게 된다. 

사람은 물론 바위를 뒤덮으며 하얗게 부서지던 파도조차 멈춰 섰다. 여기에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기기묘묘한 바위와 초고층 빌딩 숲이 배경으로 더해져 독특하고,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몰아쳐온 파도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 외의 풍경은 실제 부산에 존재 하고 있다. 탁 트인 시야가 눈을 맑게 해주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더위까지 씻어가는 특별한 산책로, ‘이기대’ 이다. 

이기대는 화산활동으로 생긴 암석지대가 파도에 깎이고 깎여 만들어진 해안 절벽길로, 한때 군사 보호 구역이었으나 1993년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해졌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푸른 숲으로, 절벽 위로, 때로는 파도치는 해안가로 여행자를 안내한다. 

이로 인해 바다의 풍광은 물론 화산활동과 침식작용의 합작품인 독특한 바위. 그리고 푸릇푸릇한 생명력 등을 감상할 수 있어 걷는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장소다. 더욱이 광안대교, 마린시티, 누리마루 APEC하우스 등의 명소를 다른 시선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 역시 이기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지금까지 봐왔던 대부분의 어촌마을 풍경은 늘 소박했다. 아담하고 정감어린 집들이 소담스럽게 놓인 마을을 거대한 바다가 포근히 감싸 안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부산에서 보게 된 바닷가 마을의 풍경은 조금 색다른 게 보였다. 

길쭉길쭉하고 번쩍번쩍한 건물들이 보디가드처럼 주변을 감싸고, 때로는 오색찬란한 불빛이 바닷가를 비추는 모습이 마치 마을 자체가 바다가 연 화려한 축제의 장처럼 느껴졌다.

부산 여행은 나에게 드라마 <더킹>에 등장하는 평행세계, ‘대한민국’ 과 ‘대한제국’처럼 한국의 바닷가 마을의 평행세계를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Info 이기대공원 관리사무소
주소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로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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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소곤 2020-07-19 00:27:53
좋은기사네요 더킹재밌게봤는데 올여름휴가는 부산으로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