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홍성] 천고낙지(天鼓落地). 충남 홍성을 일컫는 말이다. 하늘에서 북이 떨어진 천혜의 명당이라는 의미이다. 올 12월 대전에 있던 충남도청이 홍성군 홍북면으로 이전한다는데, 왠지 이런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은 듯 느껴진다. 지금 홍성은 이를 위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천고낙지는 또한 북의 모형처럼 움푹 파인 지형을 뜻하기도 한다. 실제로 홍성은 동으로 봉수산, 남으로 오서산, 북으로 용봉산이 빙 둘러싸고 있는 분지 형태이다. 외침을 막을 수 있어 사람 살기 좋은 땅이라고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물은 보통 북에서 남으로, 동에서 서로 흐르기 마련인데, 홍성을 가로지르는 삽교천은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 이는 제 뜻을 굽히지 않는 절개를 의미한단다. 그래서 유독 충남 홍성에는 백야 김좌진 장군, 만해 한용운 선생, 매죽헌 성삼문 선생 등 나라를 지키거나 신하로서 충절을 다하기 위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위인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홍성 구석구석에 이들의 생가와 기념관, 유허지가 조성되어 있다. 단순히 둘러보는 것에서 나아가 역사적 사실과 연계해 이들의 삶을 돌아본다면 좀 더 풍성한 역사 체험 여행이 될 것이다. 유적지마다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므로 여행하기 전에 해설 가능한 시간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조선시대 관아로 쓰이던 홍주읍성도 여행의 필수 코스. 비록 반 이상이 훼손되었지만, 성곽을 중심으로 읍성의 동문인 조양문, 동헌인 안회당, 정자 여하정 등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역사 여행과 더불어 이맘때 홍성 여행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천수만에 찾아오는 겨울 철새이다. 천수만은 가창오리, 노랑부리저어새 등 매년 수십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오는 그야말로 새들의 지상낙원이다. 홍성조류탐사과학관에서 재미있는 체험을 하며 가까이에서 철새들의 군무를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다. 12월의 천수만 낙조를 보며 한 해를 차분하게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여행의 참맛인 지역 별미도 빠지지 않는다. 11월까지 대하가 홍성 관광객들의 입맛을 책임졌다면 12월부터는 새조개가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올해에는 1월 13일부터 26일까지 홍성 남당항에서 새조개축제가 열리는데, 그보다 이른 12월부터 싱싱한 새조개를 맛볼 수 있다. 여기에 품질 좋고 맛 좋은 홍성 한우는 기본. 광천 토굴 새우젓 시장에선 겨울 김장을 위한 새우젓까지 알차게 장만할 수 있다.
서해안고속국도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2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첫째 날은 바다를 끼고 여행하는 코스. 홍성IC에서 빠져나와 백야 김좌진 장군 생가, 만해 한용운 선생 생가를 둘러보고 남당항에서 새조개를 맛본 뒤 홍성조류탐사과학관에서 겨울 철새를 만나본다. 이튿날엔 홍주읍성을 거쳐 홍성 한우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그림이 있는 정원에서 산책을 한다. 마지막에 광천 토굴 새우젓 시장에서 장을 본 후 서해안고속국도 광천IC를 타고 빠져나온다.
1st Day
위인의 생가에서 배우는 말랑말랑한 역사 공부
백야 김좌진 장군 생가
대한제국 후기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이자, 1920년 청산리대첩을 승리로 이끈 백야 김좌진 장군의 생가가 홍성군 갈산면에 있다. 터만 남아 있던 것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였다. 생가 옆 기념관에서는 김좌진 장군의 독립운동에 대해 자세히 배워볼 수 있다. 사당과 백야공원도 함께 조성되어 있다.
관람료 무료 관람 시간 10:00~17:00(월요일 휴관)
주소 충남 홍성군 갈산면 백야로 546번길 12
만해 한용운 선생 생가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혼을 일깨워준 민족 시인이며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이다. 생가와 사당, 민족시비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만해체험관에선 만해의 시를 비롯해 60여 점의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예약하면 어린이 체험실에서 탁본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관람료 무료 관람 시간 9:00~17:00(월요일 휴관)
주소 충남 홍성군 결성면 만해로 318-38
점심 : 벌써 소문난 집
남당항에 가면 12월부터 4월까지 한창 물오른 새조개를 먹을 수 있다. <인간극장>에 방영된 ‘벌써 소문난 집’이 유명하다. 갖은 채소를 넣고 끓인 육수에 새조개를 살짝 데쳐 먹는데 짭조름하면서도 통통 튀는 그 맛이 일품이다. 칼국수나 라면 사리를 넣어 먹으면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남길 것이 없다. 시가로 보통 2인 기준 4만5000원.
주소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로 210-1
홍성조류탐사과학관
보고 듣고 만지며 조류의 생태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과학관이다. 9133m² 규모의 3층 건물로 다양한 전시실이 조성되어 있다. 투명한 유리 바닥을 통해 실제와 흡사한 천수만 갯벌을 들여다볼 수 있고, 흔들리는 의자에 앉아 입체 영상을 보며 철새를 따라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종이새, 새 둥지 만들기 등의 다양한 체험도 준비되어 있다. 3층 조류탐조대에선 망원경을 통해 실제 겨울 철새의 화려한 군무를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관람 시간 10:00~17:00(월요일 휴관)
주소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로 934-14
갈산전통옹기촌
주소 충남 홍성군 갈산면 동성리 110-19
숙박 : 용봉산자연휴양림
용봉산은 해발 381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용과 봉황의 머리라는 이름답게 곳곳에 기암괴석이 우뚝 솟아 있다. 가히 홍성 1경으로 꼽힐 만한 절경이다. 등산 코스는 30분에서 2시간 코스까지 다양하다. 초입에 용봉산자연휴양림이 있어 숙박하기에 제격.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하는데, 주말엔 경쟁이 치열하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다.
숙박료 4인실 5만원(주말 기준)
주소 충남 홍성군 홍북면 용봉산 2길 87
2nd Day
한우로 몸보신,
광천 토굴에서 김장 준비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
콜라주, 문자 추상 등 한국 근대 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고암 이응노 화백이 태어난 곳이 바로 홍성이다. 이를 기념하는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이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이응노 화백의 작품과 유품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고, 동백림 사건과 정치적 이유 등으로 옥고를 치렀던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되짚어볼 수 있다.
관람료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관람 시간 9:00~17:00(월요일 휴관)
주소 충남 홍성군 홍북면 이응노로 61-7
홍성 홍주읍성
홍주읍성이 세워진 시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려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은 총 1772m의 성곽 중 810m가 남아 있으며 성곽을 중심으로 홍주읍성의 동문인 조양문, 홍주목의 동헌인 안회당, 정자 여하정 등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현대식 건물인 홍성군청과 어우러져 제법 멋스러운 풍경을 자아낸다. 군청 옆 홍주성역사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주소 충남 홍성군 홍성읍 아문길 20(홍주성역사관)
점심 : 홍성한우 홍동점
홍성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 데다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축산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홍동면에 있는 ‘홍성한우’는 1등급 이상의 질 좋은 암소 한우만 판매한다. 한우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홍성 한우 맛을 잘 아는 토박이들이 인정하는 곳이다. 판매장에서 고기만 따로 구입할 수 있다.
주소 충남 홍성군 홍동면 홍장남로 660-8
그림이 있는 정원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열심히 정원을 가꾼다. 25년 전 한 그루 두 그루 심기 시작한 것이 무려 9만여m², 6만여 점의 수목이 자라는 울울창창한 숲이 되었다. 이름 하여 ‘그림이 있는 정원’. 2006년에 이 사연이 <인간극장>을 통해 알려지면서 홍성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다. 개인 소유의 정원이지만 홍성 8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지역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더 갤러리, 옻나무로 만든 전통 가구 공예 전시장도 갖추고 있다. 찬찬히 둘러보는 데에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관람료 어른 6000원, 어린이 3000원 관람 시간 9:00~일몰 시
주소 충남 홍성군 광천읍 매현리 459-1
광천 토굴 새우젓 시장
고려 초부터 새우젓 장터가 열린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 시장이다. 1960년대에 이곳 주민인 윤명원 씨가 새우젓의 고유한 맛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13~14℃의 토굴에 새우젓을 보관하였는데, 이때부터 광천 새우젓이 토굴 새우젓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토굴에서 숙성하였기 때문에 새우젓이 짭조름하면서도 단맛이 살아 있다. 오젓, 육젓, 추젓, 동백하 등이 있는데 육젓이 가장 살이 통통하고 맛이 좋다. 오젓은 1kg당 1만5000~2만원 선, 육젓은 1kg당 2만~4만원 선이다. 가격과 맛은 어디를 가든 대동소이하지만, 그중에서도 광천리의 덕신토굴새우젓상회, 옹암리의 신광상회가 추천할 만하다.
주소 충남 홍성군 광천읍 광천리, 옹암리 일대
Tip
숙박 예당큰집은 홍성군 동남쪽 끝에 위치해 코스를 짜기가 다소 불편하지만 한옥 체험을 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홍성군청에서 가까운 거북이마을에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데, 마을 내 장충각, 보개산장에서 가족 단위로 숙박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