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전남] 마을 사람들이 활짝 웃는다. 호기심을 갖고 마을을 찾는 외지인의 늘기 때문이다. 이들은 영화 '곡성(哭聲)'처럼 공포를 주는 외지인이 아니다. '초록 잎의 발랄함과 갈맷빛 사철나무의 들뜨지 않는 엄정함'을 감탄하러 온 반가운 손님들이다. 만나는 주민마다 2년 전 추억을 무용담처럼 들려주는 전남 '곡성(谷城)'을 찾았다.
"저기 빨간 차 보이는 주유소에서 오토바이 세워두고, 한 4시간 촬영하더라고. 촬영에 방해 안 되려고 단골들에겐 나중에 오라고 했지. 지역에서 이런 일은 협조해 줘야 하니까." (김환진 곡성톨게이트카센터 대표)
"여기 문구점에서 촬영해 갔지. 그리고 저기 오곡(오곡면)에서도 하나 했다던데. 여긴 읍내에서 20리 떨어져 있어 아직 사람들이 안 왔어." (청림문구체육사 앞에서 만나 할아버지)
전남 곡성에서 만난 마을 분들이 반갑게 다가선다. 딱 봐도 외지인(?)답게 사진을 찍으니, 정감있게 다가와서 말을 건넨다. 영화 곡성 촬영 당시의 기억을 꺼내어 생생하게 전해주는 모습에 따스함이 묻어나는 '곡성'이다.
영화 곡성 촬영지... 섬진강, 읍내 등 모두 '25곳'
곡성을 찾는 이들은 영화 '곡성'의 촬영지가 궁금하다. 과연 영화 촬영지는 몇 곳이나 될까? 섬진강 변, 국도, 야산, 읍내 등 무려 25곳이나 된다. 그중에서 촬영지가 가장 많은 곳은 읍내리로 7곳이다.
여행스케치는 모험심이 강한 독자들을 위해 촬영지 25곳 중 주변 도로를 제외한 21 곳의 번지수를 공개한다. 하지만,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야 하는 어려움, 내비게이션도 잘 찾지 못하는 번지수로 발길을 되돌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먼저 촬영지가 가장 많은, 그리고 찾기 쉬운 읍내리로 떠나보자. 곡성읍을 진입하기 위해 서남원 요금소를 지나면 시원하게 펼쳐진 가로숫길이 나온다. 녹음이 짙게 깔린 메타세콰이어길은 영화 곡성에서 아빠 종구(곽도원)가 딸 효진(김환희)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달리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곡성읍으로 들어오니 비슷비슷한 간판들이 보인다. 문방구도 보인다. 영화에서 효진이가 머리핀을 고르던 모습이 떠오른다. 혹시나 해서 눈여겨보지만, 영화 속 문방구는 아니다. 효진이 아빠 종구와 함께 촬영한 문방구는 읍내리에서 30여 분 떨어진 곳에 있다. 또 하나 없는 것이 읍내 정육점이다. 정확한 주소로 찾아갔지만, 2년이 지난 시점이라 알 길이 없었다.
읍내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촬영장소는 '곡성경찰서'. 로터리를 지나면 바로 오른쪽에 보인다. 영화에서 종구와 동료 경찰 오성복(손강국)이 번개로 인해 정전되던 신을 촬영한 파출소도 가까이 있다. 읍내 파출소는 종구가 근무하는 곳이라 촬영신도 많았다.
읍내 파출소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여기 파출소에서 많이 촬영했지. 옆에 골목에도 사람들이 많았었고. 그래 또 촬영하러 온 건가?"라며 카메라로 촬영하는 기자에게 물어보기도. 이 밖에도 읍내에는 작부의 술집, 피부과, 읍내도로 등도 영화에 등장한다.
화제의 문방구... 읍내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
이번에는 효진이가 머리핀을 골랐던 문방구로 가 보자. 영화 속 '효진이의 분홍 머리핀'은 비중 있는 '단역'이다. 그래서 더 찾고 싶은 촬영지이기도 하다. 읍내리에서 차로 약 30분을 달리면 '청림 문구 체육사'가 보인다. 영화사가 제공한 촬영 전의 모습보다 더 정감 있어 보인다. 실제로 달라지기도 했다.
촬영 전의 문구사의 벽은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꽃과 나비, 과실나무가 예쁘게 그려진 벽화그림으로 한층 밝아보였다. '청림 문구 체육사' 바로 앞에는 석곡초등학교가 있다.
석곡초등학교에서 만난 할아버지 두 분이 이야기한 오곡면으로 이동한다. 이곳에는 건강원이 있다. 종구와 오성복은 이곳에서 건강원 주인에게 외지인의 실체를 처음 듣는다. 그리고 함께 외지인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건강원 바로 맞은 편에는 '도대문 터'라고 적힌 비문이 세워져 있다. 관심 있게 들여다보니 한양 사대문을 본받아 오지리 마을을 관장하고, 사대문의 통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목조기와 대문을 세웠던 곳이라고 적혀있다.
아쉽게도 1960년 새마을 사업으로 마을 길이 확장되면서 철거되고, 문간 터만 남아있다가 국도 확장에 의해 지금은 그 형태도 찾아볼 수 없고 비문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외지인의 동굴(오곡면 침곡리)과 일본인의 집(석곡면 연반리)은 깊은 산골짜기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포토존으로 손색없는 신풍리 국도
이제 종구집 주변 골목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이곳은 읍내에서 약 10여 분 떨어진 곳이다. 마을 어귀에 있는 큰 문에는 도대문(都大門)이라고 적혀 있으며, 주변의 돌담이 인상적이다. 입구를 들어가면서 살짝 긴장감이 돈다. 영화에서 종구집은 오싹한 느낌을 주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부서진 돌담과 차갑게 느껴지는 시멘트 담 사이로 마을 길이 보인다. 해당 주소가 정확하지 않아 주변을 맴돌 수 밖에 없었지만, 영화 속에서 무명(천우희)이 어두운 밤에 종구에게 "닭이 세 번 울 때까지 가지 말라"고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곡성군의 전경이 인상적으로 비친 영화 속 신풍리 국도는 곡성의 72%가 산이라는 것을 연상시켜주는 장면이다. 이곳에서는 일본인 집으로 가는 장면과 차에 있는 양이삼 그리고 일본인 사고 지점 신이 촬영됐다.
김정섭 곡성군 관광정책팀장은 "곡성(谷城)은 면적의 72%가 산이 있어 '골이 깊은 마을'이다. 덕분에 자연환경이 수려하고, 섬진강과 보성강이 있어 물이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도 180일간의 기록에서 "산맥이 많고 매직아워가 짧아 날씨를 기다리는 날이 많았다"고 할 정도로 골이 깊은 곳 '곡성'의 영화 촬영지로 여행을 떠나보자.
영화 곡성 촬영지
영화 곡성의 촬영지인 섬진강 변의 곡성읍 동산리 마을 입구에는 광주지방검찰청이 선정한 '범죄 없는 마을' 입간판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영화 '곡성'을 위기에서 기회로 살린 유근기 곡성군수도 "지난 2008년까지 광주지방검찰청이 지정한 '범죄 없는 마을'에 곡성군 마을이 60% 이상 차지할 정도로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영화 ‘곡성’ 촬영장소 21 곳
섬진강 변(순찰차 종구/성복) 고달면 호곡리 산 123-1(섬진강 하구 71km 지점)
섬진강 변 곡성읍 동신리 81-2
읍내 정육점 곡성읍 읍내리 154
곡성경찰서 곡성읍 읍내리 162-2
작부의 술집 곡성읍 읍내리 298-2 산포식당
곡성파출소 곡성읍 읍내리 313-1
어느 피부과 곡성읍 읍내리 341-3
가로수길 곡성읍 읍내리 834
곡성병원 곡성읍 죽동리 39-5
조씨의 집 목사동면 죽정리 152
국도변 휴게소 삼기면 괴소리 302 금정휴게소
종구 집 주변 골목 삼기면 원동리 1084
읍내 문방구 석곡면 능파리 368-4
일본인의 집 석곡면 연반리 1485
건강원 오곡면 오지리 603
동굴 오곡면 침곡리 산 22
보건피부과 옥과면 옥과리 137
한의원 옥과면 옥과리 84-1
국도 죽곡면 신풍리 677
국도(일본인 사고) 죽곡면 신풍리 산 17-1
초등학교 죽곡면 태평리 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