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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야간여행] 주야간 목포 앞바다 떠도는 낭만항구 삼학도크루즈
[야간여행] 주야간 목포 앞바다 떠도는 낭만항구 삼학도크루즈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0.08.24 0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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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상대 기자
목포항구의 야경.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진 / 박상대 기자
삼학도 크루즈의 외부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목포] 목포 삼학도 선착장에서 유람선이 뜬다. 목포대교와 평화광장까지 한 바퀴 돌아오는 유람선 승선기를 소개한다. 낮에는 유달산과 구시가지, 고하도를 감상하고 저녁에는 목포시내 야경과 빛을 실어 나르는 케이블카를 감상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유달산 능선을 지나 고하도까지 오가는 목포해산케이블카. 야간에도 운행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목포를 항구도시로 만들어준 유람선 투어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도 수그러들고, 이마 위로 쏟아지던 햇빛의 하강 속도도 좀 느려진 듯하다. 오후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삼학도에 갔는데 유람선선착장이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봄에 출항식을 갖지 못했다더니 이제 겨우 정상운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오후 4시에 출항하는 배를 탔다. 여객선은 3층으로 되어 있다. 1층에는 넒은 마루와 탁자, 노래 부르는 무대가 있다. 음식을 먹고 맥주도 한 잔씩 마시는 분위기다. 2층은 테이블이 더 많이 있다. 역시 음료수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3층은 천장이 없는 오픈 공간 즉 갑판이다. 갑판에 앉아 목포시내 크고 작은 건물들과 유달산, 목포대교를 휘둘러보고 있는데 배가 움직인다. 바닷바람이 부드럽다. 의자에 앉아 캔 맥주를 한 모금 마시는데 입안에서 저절로 작은 감탄사와 가느다란 웃음이 새나온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유람선에서 바라본 유달산과 시대 전경. 사진 / 박상대 기자

기자나 여행자란 직업을 가지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는가? 배를 타고 섬마을에 갈 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흔하지 않지만 유람선을 탈 때도 마찬가지다. 곧 다가올 느닷없는 희망과 우연을 가장한 낭만, 아울러 그리움을 동반한다. 목포 앞바다 유람선에서 그런 기대는 현실감이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유람선에 오른 사람은 겨우 30여 명이다. 휴일에는 가득 찰 때도 있다지만 평일 오후 유람선은 한산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목포에는 서해의 관문인 여객선터미널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유람선 갑판에 앉아 목포 시내를 바라보는데 문득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떠오른다. 김형수 시인은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것 보면 그 가수 고향이 전라도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김정호, 주현미, 송가인, 오정해의 노래와 장윤정의 노래는 다르다고 분석한다. <목포의 눈물>은 가슴이 아린 슬프디 슬픈 노래다. 여성들이 술집에서 젓가락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다가 눈물을 짜내는 노래다.

친구들이 모여 노래 부를 때나 노래방에서 흥을 돋우기 위해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이나 날씨 좋은 날 야유회 가서 폼 잡고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은 전라도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맨 마지막에 그만 놀고 헤어질 때나 부르는 노래 <목포의 눈물>이 생각나서 혼자 흥얼거렸다. 참 멋탱이 없는 목포 시내를 바라보는데 가슴이 저린다. 정치적인 이유로, 지리적인 이유로, 좀체 발전하지 못하고 이제야 기지개를 켜는 서러운 땅 목포...

사진 / 박상대 기자
유람선에서는 야간에만 평화광장 앞에서 운영하는 음악분수와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지구를 품고 있는 바다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유람선이 목포대교에 다다르는 동안 눈에 비친 목포 시내는 어깨를 떨구고, 저 멀리 유달산만 꼿꼿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유달산에서 고하도까지 케이블카가 개통하면서 목포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한다. 목포 앞바다에 떠 있는 보배 섬 고하도까지 해상 케이블카가 하늘은 날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라고 하지만 더 중요한 의미는 사람들이 고하도를 알아주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순신 장군이 106일 동안 머무르면서 조선 수군을 지휘한 섬, 유달산 아래 노적봉 전설을 만들어낸 섬이 아닌가. 서해에서 불어오는 태풍과 거대한 물결을 온몸으로 막아서며 목포를 지켜온 철벽 파수꾼 고하도. 목포의 문인이나 화가들의 사랑을 받지만 시민이나 여행객은 쉽게 접근하기조차 어렵던 섬이다, 그래서 소외되어 있던 고하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유람선은 목포대교 아래서 유턴한다. 배가 유턴하면서 고하도의 뒷모습이 보인다. 고하도는 서쪽이 앞면이고 동쪽이 목포 쪽이 뒷면이다. 섬의 앞면은 사람이 사는 마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안선을 따라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고, 섬의 숲길에는 오솔길이 만들어져서 많은 여행객이 찾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유람선은 삼학도를 출발하여 목포대교 아래에서 유턴한다. 야간에는 목포대교 야경이 환상적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유람선에서 다시 목포 시내를 본다. 오래 된 아파트, 낡은 빌딩, 고만고만한 주택들이 자리하고 있는 도시가 안타깝다. 좀 더 산뜻하게, 좀 더 아름답게, 좀 더 활기차게 변신하면 안 될까? 


낭만을 체험하기보다 안타까운 마음을 다독이며 하선하는데, 유란선 운영사 송주용 회장이 야경을 권한다. 야경을 보면 목포에 대한 느낌이 달라질 거라고. 두 시간을 기다렸다 야간 유람선을 탔다. 

어둠 속으로 스르르 움직이는 유람선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가수들의 노래 소리도 들리고, 일행을 찾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감탄사를 쏟아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엉킨다. 

유달산 능선에 가로등이 켜지고, 케이블카에도 불이 들어온다. 어둠은 모든 것을 덮고 감춘다. 칙칙하고 낡아 보이던 도시는 사라지고, 동화 속의 마을처럼 하나둘 불이 켜진다. 유람선은 목포대교에서 유턴한 뒤 평화광장 앞까지 올라간다. 평화광장에서 9시부터 바다음악분수가 빛과 물을 뿜어올리는 쇼를 펼치기 때문이다. 어두운 바다에서 치솟아올라오는 분수와 물줄기를 관통하는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분수는 유람선보다 더 높이 솟아오른다. 여행객들은 감탄사를 내뿜는다. 

역시나 빛은 세상을 아름답게 탈바꿈시킨다. 그 빛 속에는 항구도시 목포의 낭만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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