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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박은하의 감성여행] 이천년을 거스르는 시간여행 경북 의성
[박은하의 감성여행] 이천년을 거스르는 시간여행 경북 의성
  • 박은하 여행작가
  • 승인 2020.08.25 0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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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삼한시대, 고운사, 산운마을 고택 등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는 경북 의성.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의성] 경북 의성에서는 누구나 시간여행자가 된다. 삼한시대 부족국가 조문국의 흔적부터 천년역사 고운사, 200년의 시간을 품고 있는 산운마을 고택, 그리고 1980년대 감성을 간직한 탑리마을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그야말로 의성의 재발견이다. 마늘밭 사이 숨은 여행지가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경상북도 한가운데 자리한 의성군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2018년 개봉영화 <리틀포레스트>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의성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야트막한 금성산이 의성을 감싸 안고, 청정한 쌍계천이 동서를 가로지른다. 이번 의성여행의 키워드는 ‘시간여행’이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고대 부족국가의 흔적부터 인싸들이 열광하는 레트로 성지까지 부지런히 둘러봤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삼한 시대 조문국의 역사와 문화를 전시하는 의성 조문국박물관.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이천년 전, 조문국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여기 의성 맞아?” 두 눈을 의심했다. 의성여행을 준비하면서 발견한 한 장의 사진이 궁금증을 유발했다. 경주 고분군과 똑 닮은 풍경 아니던가. 사진에 담긴 풍경의 정체는 의성 조문국 사적지에 있는 금성면 고분군이었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고운사 연수전. 1774년 영조가 내린 어첩을 봉안하기 위해 지어졌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대체 조문국이 뭘까. 학창시절 국사 교과서에서도 배운 적 없는 조문국이 낯설게 느껴졌다. 조문국은 삼한 (삼국시대 이전 한반도 중남부에 형성된 정치집단)시대 의성 지역을 지배한 나라 이름이다. 신라 9대 벌휴왕 2년(185년)에 신라에 복속되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남아 있는 것을 제외하고 그 외 문헌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삼한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은 금성면 일대뿐만 아니라 단촌면과 점곡면 등에 산재해 있다. 과거 막강했던 정치세력이 의성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뒷받침 해준다. 특히 금성면 고분군에는 경주 왕릉과 비슷한 크기의 대형 고분이 즐비하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5~6세기 경에 조성된 의성 금성면 고분군.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조문국 사적지는 탐방로를 따라 박물관과 고분군 등으로 이루어진다. 조문국 박물관은 조문국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 일대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한다. 사적지 한가운데에는 봉분 둘레 74m, 높이 8m에 이르는 경덕왕릉이 있다. 경덕왕릉 앞에 있는 돔형의 고분전시관은 대리리 2호분의 내부 모습을 재현했다.

출토 유물과 순장 문화 등을 전시한다. 조문국의 유물은 경주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신라 무덤 양식을 독자적으로 변형했고, 무덤에서 출토된 의성 양식 토기도 지역 특색을 나타낸다. 마치 역사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는 듯 흥미롭다. 고대사에 관심이 없다면 탐방로를 거닐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솟아있는 봉분의 곡선미가 아름다워 계절마다 풍경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이천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길은 고요하기만 하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 전경.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천년고찰 의성 고운사를 거닐다 
의성군 등운산 자락 깊은 곳에 고운사가 있다. 고운사는 신라 신문왕 원년 (서기 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절 입구부터 일주문까지 숲을 따라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차를 타고 빨리 지나치기엔 아까운 숲길이다. 아직은 푸릇한 기운이 가득하지만 한 달쯤 후면 낙엽이 떨어져 운치를 더할 것이다.

고운사는 제법 규모가 크지만 포근하고 정감 넘치는 도량이다. 새소리, 바람소리, 풍경소리를 벗 삼아 사찰을 돌아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사찰 입구에는 시내가 흐른다. 냇물 위에 ‘가운루’라는 전각이 있는데 나무 기둥 위에 누각을 세운 건축양식이 독특하다. 

고운사는 여러 채의 전각으로 이루어졌다. 그중에서 사찰 중심에 있는 연수전이 눈길을 끈다. 연수전은 정문과 담장을 두어 사찰 내 다른 구역과 독립된 공간처럼 보인다. 왕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세워진 연수전에 조선 왕실 계보를 적은 어첩을 봉안했다. 이밖에 약사전, 석가여래좌상 등 보물급 문화재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의성에 천년고찰이 있는지 몰랐어요. 조용하고 호젓한 산사를 거닐다보니 번잡한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무엇보다 한적해서 좋고요. 시원한 산바람까지 불어오니 상쾌합니다.” 고운사에서 만난 한 여행자의 말이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의성군 금성면 산운리 고택촌.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조선시대 양반가로 떠나는 시간여행
 이번엔 조선시대로 떠날 차례다. 의성군 금성면에 대감촌 또는 양반마을로 불리는 산운마을이 있다. 금성산 수정계곡 아래 구름이 감도는 모습에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다. 조선 명종 때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이광준이 산운마을에 자리 잡으면서 영천 이씨의 집성촌이 되었다.

전통 한옥 사이로 마을 곳곳에 회화나무가 많이 심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조선시대에는 장원급제를 하거나 벼슬을 하면 집 주위에 회화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조선 시대 후학 양성기관 학록정사.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산운마을에는 조선시대 사대부가 살았던 고택이 여럿 남아 있다. 실제로 마을에 있는 다수의 가옥은 국가지정 또는 경북지정 민속문화재다. 마을 입구에 있는 학록정사는 1750년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지어진 교육기관이다.

정면 5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었고, 건물 입구에는 강세황이 쓴 현판이 걸려있다. 조선시대에도 오늘날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았던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한국 전통정원의 멋이 느껴지는 소우당 정원.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영남 제일의 정원으로 손꼽히는 소우당도 산운마을의 볼거리다. 소우당은 안채, 사랑채, 대문채, 별채, 후원으로 이루어진 조선시대 상류가옥이다. 그중에서 한국 전통정원의 모습을 간직한 후원이 백미다.

몇 백 년의 세월을 머금은 소나무, 상수리나무 뿐만 아니라 연못과 수석 등이 운치를 더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하루정도 한옥스테이를 하며 한국의 미를 경험해 봐도 좋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의성군 금성면 탑리마을의 정겨운 오일장 풍경. 매 1일과 6일 장이 선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응답하라 1980. 의성 레트로 여행 
바야흐로 레트로 전성시대다. 금성면 탑리마을은 레트로 마니아에게 추천하고픈 숨은 여행지다. 재현해낸 레트로가 아닌 진짜 레트로 감성이 살아 숨 쉰다.

탑리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다방, 세탁소, 금은방, 식당 등이 세월의 흔적을 머금고 있다. 마치 영화 세트장을 옮겨 놓은듯하다. 이러한 풍경이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자꾸 셔터를 누르게 된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1951년 문을 연 탑리버스터미널. 김재도 대표의 모습을 그린 벽화가 인상적이다. 사진 / 박은하 여행작가

매 1일, 6일에는 탑리에 오일장이 선다. 생선, 과일, 의류, 농기구 등 천막 아래 다양한 물건이 깔린다. 5천원 짜리 잠옷바지, 만원 짜리 꽃무늬 장화 등 소박한 풍경이 펼쳐진다. 
장터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러 허기를 달랜다. 투박하게 썰어 만든 칼국수와 푸짐한 양푼비빔밥이 꿀맛이다. 

TIP. 경북관광 100선 챌린지 투어
2020년 7월부터 12월까지 경북 대표관광지로 선정된 100곳에 방문해 휴대폰으로 관광지 배너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인증샷 업로드와 함께 퀴즈에 응모할 수 있다. 미션을 수행하면 모바일 기프티콘을 증정한다. 의성군 대표관광지인 고운사와 조문국사적지에서 참여할 수 있다.
모바일 홈페이지 도전경북투어.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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